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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열풍' 소외된 과일 주스…활로는 '이것'

  • 2023.03.28(화) 06:50

음료 시장 확대 속 주스 시장 감소세
높은 당 함량에 '건강' 이미지 퇴색
고농축·영양 강화 신제품으로 반등

롯데칠성의 대표 주스 브랜드 '델몬트'/사진제공=롯데칠성

한 때 건강 음료로 사랑받았던 과일 주스 시장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건강' 때문이다. 과당이 '건강의 적'으로 지목되면서 과당을 다량 함유한 과일주스 역시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미지를 얻었다.

주요 주스 브랜드들은 이색 과일 주스를 내놓거나 과당을 넣지 않은 무가당 주스, 농축액을 사용하지 않은 착즙 주스 등으로 위기 타개를 노렸지만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는 추세다. 

나만 안 팔려

최근 국내 음료 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이다. 과당과 설탕 등을 뺀 제로 슈거 음료 붐 덕분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제로 탄산음료 시장 규모는 2019년 452억원에서 2021년 2189억원으로 뛰었다. 지난해엔 4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의 전망은 더 밝다. 현대차증권은 제로 탄산음료 시장이 내년까지 6000억원에 다다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망대로라면 5년 만에 10배 이상의 성장이 이뤄진다는 계산이다. 

생수와 커피, 에너지음료 등 기존에 성장세를 유지하던 음료 카테고리도 여전히 인기다. 롯데칠성에 따르면 지난해 에너지음료 성장률은 28%, 생수 성장률은 8%, 커피 성장률은 6%를 기록했다. 

2022년 롯데칠성음료 음료 매출 성장세/그래픽=비즈워치

이렇듯 음료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주스 시장은 외면받고 있다. 한국농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21년 국내 과채음료 시장 규모는 6432억원으로 2017년 7429억원 대비 13% 줄었다. 지난해엔 6000억원 안팎에 머물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스 브랜드 1위 델몬트를 운영하는 롯데칠성음료 역시 지난해 주스 매출이 8% 감소했다. 

편의점에서도 주스를 찾는 고객은 매년 줄고 있다. CU에 따르면 지난해 음료 부문 매출 비중에서 주스는 6%로 최하위였다. 탄산음료가 70%로 압도적이었고 에너지음료(10%), 차(9%)가 뒤를 이었다. 

과일주스라 '제로'도 안되는데

문제는 과일주스라는 특성상 최근의 '제로 열풍'에 뛰어드는 게 어렵다는 점이다. 기존 음료에 들어있던 설탕이나 과당 등을 제거하고 칼로리가 없는 대체당을 사용해 각광받은 '제로 탄산'과 달리 과일 주스는 과일 100% 주스에도 당 성분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설탕을 넣지 않은 100% 착즙 오렌지 주스의 경우에도 100㎖당 10g 안팎의 당이 들어 있다. 콜라와 비슷한 수준이다. 소비자들이 꺼릴 만한 요소다. 

한 대형마트의 주스 코너/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한 업계 관계자는 "과일주스의 경우 자연스럽게 들어있는 과당을 모두 제거하는 게 어려워 제로 칼로리나 제로 슈거 제품이 나오기 어렵다"며 "최근 일부 브랜드에서 출시한 제로 과일 음료들은 모두 주스가 아닌 차에 가까운 제품"이라고 말했다.

빼지 말고 더 넣자

업계에서는 주스 시장의 활로를 고농축·고영양에서 찾고 있다. 건강에 좋은 과일이나 채소를 농축해 담거나 필수 영양소를 더한 '마시는 영양제' 콘셉트다. 

매일유업이 선보인 '매일야채 고농축'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토마토 제품은 토마토 2.5개를, 당근 제품은 당근 2개를 125㎖ 한 팩에 담았다. 한 팩에 각각 라이코펜 10000㎍, 베타카로틴 7000㎍가 들어 있고 비타민과 아연도 함께 섭취할 수 있다.

매일유업의 고농축 주스 제품/사진제공=매일유업

롯데칠성 역시 올해 주스 부문의 목표를 아연과 비타민B 등을 강화한 고농축 기능주스 시장 개척으로 두고 신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또한 기존 농축액을 사용한 희석식 주스가 아닌 탄산음료나 차가 줄 수 없는 신선한 과일의 맛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착즙 주스 시장도 확대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로 탄산음료가 음료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만큼 주스 시장이 쉽게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맛에서는 주스만의 차별점이 있는 만큼 이를 강화할 수 있는 고농축 주스나 프리미엄 착즙 주스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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