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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는 아사히 여행은 도쿄" '노재팬' 동력 잃은 까닭

  • 2023.03.28(화) 07:01

일본 맥주 수입액 9배 '껑충'
여행에 극장가까지 '예스재팬'
엔데믹에 한일관계 해빙 영향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일본 불매를 일컫는 '노(NO)재팬' 운동이 사그라들고 있다. 일본 맥주의 수입이 다시 늘어난 것은 물론 불매운동의 주 타깃이던 유니클로 실적도 개선세다. 엔데믹에 엔저 효과까지 겹치면서 일본 여행객도 급증하고 있다. 한일 양국간 해빙 무드가 이어지고 과거 불매운동을 이끌던 MZ세대의 인식 변화가 그 배경으로 꼽힌다. 유통업계는 여론의 향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개드는 일본 소비

28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일본 맥주 수입액은 168만달러(약 22억원)로 나타났다. 1~2월 누적으로 보면 368만달러(48억원)다. 이는 전년 동기(116만달러) 대비 약 3배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지난 2020년(39만달러)과 비교하면 9배가량 성장했다. 일본 맥주는 지난 2019년 9월 6000달러를 기록한 이후 2021년까지 월 100만달러를 넘지 못했다.

1~2월 일본맥주 수입액 추이 / 그래픽=비즈워치

일본계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의 실적도 회복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니클로의 국내 운영사인 에프알엘코리아 2021년도(2021년 9월~2022년 8월) 매출액은 7043억원으로 전년보다 20.9%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148억원으로 116.8% 늘었다. 에프알엘코리아의 매출액은 2018년도 1조3781억원에서 노재팬 여파로 2019년도 6298억원으로 급감했다.

'노재팬'은 과거 2019년 7~8월 일본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등에 대한 대(對)한국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촉발됐다. 소비자와의 접점이 컸던 유통업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아시히 등 일본 주류가 편의점과 마트 등 매대에서 일제히 사라졌다. 해당 브랜드가 일본과 연관이 있는지 알려주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노재팬 운동은 닛산자동차가 한국 철수를 공식 발표할 만큼 그 여파가 컸다. 

극장가 여행도 점령 

여행지도 일본이 대세다.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을 찾은 외국인 147만5300명 중 한국인이 38.5%(56만8600명)로 가장 많았다. 2위 대만(24만8500명)의 두배 수준이다. 2019년 12월에 한국인 24만7959명이 일본을 찾은 것과 비교하면 2배 넘게 뛰었다. 지난해에는 포켓몬스터 스티커를 수집하려는 사람들이 포켓몬빵을 사들이면서 '품절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 극장가의 인기인 일본 애니메이션 / 사진=영화 포스터

극장가도 일본이 점령했다. 지난 1월 개봉한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300만명이 넘는 관객몰이에 성공하며 이목을 끌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지난 5일 누적 관람객 수 381만8000여명을 기록했다. 역대 국내 개봉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1위인 기록이다. 최근 영화관 관람객이 팬데믹에 줄어들었던 것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이런 변화에 유통·관광업계는 표정 관리에 나서고 있다. 소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일본 콘텐츠의 인기가 반갑기도 하지만 자칫 큰 원성을 살 수 있어서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일본 주류와 의류 등에 대한 일본 불매 분위기가 많이 누그러든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언제든 한일 관계가 다시 경색될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럽게 시장 변화를 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뭐가 달라진 걸까

2019년과 달라진 가장 큰 요인은 코로나19 팬데믹이다. 2020년 전 세계적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자연스럽게 일본과의 교류가 줄었다. 노재팬을 하지 않더라도 일본 여행과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후 엔데믹이 찾아오면서 참았던 해외 소비에 대한 욕구가 터져 나왔다. 이 중 한국과 가장 가까운 일본이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

특히 정부의 입장 변화도 있었다. 사실 한일관계는 '관'이라 불리는 정부, 즉 위로부터의 반일·반한 감정 주입이 주를 이룬 경우가 많았다. 과거 문재인 정부와 달리 현재 윤석열 정부는 일본과의 협력을 우선하고 있다. 이 때문의 한일간 정치적 긴장이 크게 완화했다. 이는 민간에서의 변화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을 소비하는 것이 더 이상 죄악시되는 분위기가 아니다.

소위 MZ세대라고 불리는 젊은 층의 인식 변화도 컸다. 반일과 소비는 별개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고 있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2월 중순 20~30대 626명을 대상으로 한일관계 인식을 조사한 결과 42.3%가 '긍정적'이라고 답해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17.4%의 2.4배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미래를 추구하며 과거사 문제는 장기적 관점으로 풀어야 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과거 노재팬 운동 당시 젊은층의 반일 인식이 높았던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MZ세대는 정지적 문제와 자신의 취향에 따른 소비를 구분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념보다 실용을 중시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이런 실용주의적 분위기는 최근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더 뚜렷해진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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