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업계가 '플라스틱 딜레마'를 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미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라벨을 없앤 '무라벨 제품'은 보편화됐다. 최근엔 롯데칠성음료가 국내 최초로 100%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한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생분해 플라스틱 도입, 경량 페트 도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친환경'을 구현 중이다.
무라벨이 기본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3조1000억원 수준이다. 10년 전인 2014년 6000억원에 비해 5배 이상 성장했다. 어느새 정수기 시장 규모를 따라잡았다. 생수 시장 규모는 앞으로도 우상향할 전망이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집에서 물을 끓여 먹거나 정수기를 놓기보다는 간편하게 생수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쿠팡 등이 제공하는 익일·새벽배송 서비스가 보편화한 것도 생수 시장의 확대를 불러왔다. 간편하게 생수를 20~40병씩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편의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대거 '배송 생수'로 넘어왔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도 낮아졌다. 이커머스에서는 1ℓ에 채 300원이 되지 않는 생수도 찾아볼 수 있다. 물을 끓이고 식히거나 한 달에 몇 만원을 내고 정수기를 들여놓을 필요가 없어졌다.
하지만 생수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드러났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파트 분리수거일이면 빈 플라스틱 생수병이 산처럼 쌓이기 시작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의 41.9%는 생수와 음료에서 나왔다. 음료업계도 이런 문제를 인식했다. 주류 시장에서 보편화된 유리병은 재활용이 가능한 대안이었지만 단가가 낮은 생수에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차선책으로 '무라벨'이 떠올랐다. 상표나 브랜드 로고를 표기하는 라벨만 떼어 내도 상당한 양의 플라스틱을 감축할 수 있다.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2020년 묶음 판매 생수의 무라벨 제품 판매를 허가했다. 2022년엔 낱병으로 판매하는 생수도 무라벨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내년부터는 '먹는 샘물 무라벨 제도'가 시행된다. 라벨 정보를 운반용 손잡이나 병마개(QR), 소포장지에 적도록 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온라인·오프라인 소포장 생수는 무라벨 방식으로만 생산할 수 있다. 편의점 등에서 판매되는 오프라인 낱병 제품은 1년간 전환 안내 기간을 운영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연간 2200톤 이상의 플라스틱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 쓰고, 무게 줄이고
하지만 전체 플라스틱 사용량에서 라벨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음료업계는 플라스틱 사용량 자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이 부문의 선두 주자는 롯데칠성이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2월 생수병 입구 높이를 기존 18.5㎜에서 12.8㎜로 낮춰 용기 중량을 최대 12% 줄였다. 지난해 3월부터는 페트병의 원재료가 되는 프리폼의 중량을 용기 당 최대 4g 줄였다. 지난해 말엔 한 병에 9.4g의 초경량 생수병을 내놨다.
지난달에는 국내 최초로 재생 플라스틱 원료 100%를 사용한 칠성사이다를 출시했다. 내년부터 페트병 제조 시 재생원료를 10% 이상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자원재활용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는데 따른 움직임이다. 롯데칠성은 재생플라스틱 페트를 우선 500㎖ 제품에 적용한 뒤 향후 다른 용량 제품으로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롯데칠성은 재생 플라스틱 칠성사이다를 통해 연 2200톤의 플라스틱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제품을 개발하는 곳도 늘고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달 사탕수수로 만든 용기에 담은 생수 'OB워터'를 생산해 재해 구호 기관에 기부했다. 테트라팩코리아는 종이 포장재를 이용한 '종이팩 생수'를 내놨다. 유업계에서 주로 쓰는 패키지를 생수에 적용했다.
문제는 언제나 '비용'이다. 업계에 따르면 재생 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보다 단가가 30%가량 비싸다. 그렇다고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했으니 가격을 올리겠다'고 하기도 어렵다. 결국 늘어나는 비용은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 기업이 떠안는 비용은 이뿐만이 아니다. 재생 페트 생산을 위한 전용 설비 투자, 품질 검증 등의 비용이 추가된다. 테트라팩이나 사탕수수 용기 역시 가격이 비싸다.
소비자 인식도 중요하다. 재생 플라스틱은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위생이나 안전성 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실제로 기후변화센터가 지난해 말 발표한 '플라스틱 재생원료 제품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위생·안전성 우려 때문에 플라스틱 재생원료로 만든 제품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밝힌 소비자가 68%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 품질 기준을 통과해야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구매하는 제품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제조·유통 과정을 노출해 신뢰도를 높이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