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 한국콜마의 패키징(용기)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연우가 지난 3분기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국콜마가 전 세계적인 K뷰티 인기에 힘입어 호실적을 거둔 것과는 상반된다. 업계에서는 오랜 기간 구축해온 대형 고객사 중심 사업 구조가 연우의 성장에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분명 잘 팔리는데
한국콜마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6830억원으로 전년 대비 9% 늘었다. 영업이익은 7% 증가한 583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최대 실적이다. 고객사인 중소기업 인디 브랜드들의 스킨케어 제품군 수출 수요가 커진 것이 성장 동력이 됐다. 3분기 한국콜마의 스킨케어 제품군 비중은 49%다.
반면 연우는 고전했다. 같은 기간 연우의 매출은 618억원으로 10.7% 감소했다. 영업손실 2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국내외 주요 고객사의 실적 둔화에 따라 수주량이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연우의 설비 가동률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 주력 제품인 펌프형 용기의 설비 가동률은 지난해 3분기 48%에서 올해 43.7%까지 떨어졌다.
한국콜마는 지난 2022년 4월 연우의 지분 55%를 2864억원에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후 2년 뒤인 지난해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남은 지분을 확보, 연우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ODM→용기·포장'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원스톱 밸류체인'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두 회사의 시너지는 크지 않다는 평가다. 연우의 대형 고객사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연우는 한국콜마 편입 이전부터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화장품 대기업의 핵심 용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현재도 '더후', '설화수' 등 양사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브랜드 용기 대부분을 연우가 납품해오고 있다.
문제는 최근 해당 브랜드들이 내수 부진에 따라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LG생활건강의 지난 3분기 국내 매출 비중은 69%로 전년 대비 4%포인트 하락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순수 국내 매출 비중 역시 79%에서 77%로 떨어졌다. 대형 고객사가 물량을 줄이면 연우 역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변해야 산다
시너지를 내지 못한 이유는 또 있다. 인디 브랜드들은 제품 콘셉트와 디자인 차별화를 최우선으로 삼는다. 언제든지 공급사를 바꿔 조달 구조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 때문에 한국콜마 고객사 중 일부는 다른 업체로부터 용기를 소싱한 뒤 충전·포장만 의뢰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정 규모의 물량을 전제로 설비 효율을 확보해 온 연우의 대량 생산 체제와 맞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콜마는 이 같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신규 제품과 특수 제형에 적합한 용기 개발은 물론 스킨케어 용기에 대한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색조, 선케어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연우는 매년 약 100개의 용기를 제품화가 가능한 콘셉트로 개발, 이 중 20% 이상을 상용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인디 브랜드 특유의 빠른 제품 출시 사이클에도 발을 맞출 계획이다. 한국콜마가 가동 중인 PPS(Packaged Product Service)와 연계 협업을 강화해 차별화된 패키징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PPS는 이미 개발이 완료된 제형과 용기를 바탕으로 화장품을 바로 생산할 수 있는 서비스다. 통상 9~12개월이 소요되는 화장품 신제품 출시 기간을 최대 6개월까지 단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안정적인 수주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입지 확보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문을 연 쇼룸 '연우 성수'에서 매달 진행하는 '패키징 트렌드 리포트(PTR)'를 통해 고객 접점을 넓힐 생각이다. 또 유럽과 일본, 아시아 등 해외에선 영업 조직 네트워크를 강화해 현지 대형 고객사와의 전략적 협업 관계를 공고히 할 예정이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연우는 현재 국내 주요 고객사 의존도를 줄이고 인디 브랜드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디 브랜드 시장 진입이 다소 늦었지만 최근 이들 브랜드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30%에서 40%대 수준으로 늘어나는 등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