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인사이드 스토리]'봄 과일' 딸기, '겨울'에 정착한 이유

  • 2026.01.06(화) 16:40

식품업계, 연말연초 제철딸기 마케팅
원래 딸기는 3~6월이 제철
대부분 하우스 재배…'설향'은 겨울 수확

사진=pexels

제철 딸기

연말연초가 되면 식품·유통업계는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갑니다. 이 시기엔 아무래도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더 커지게 마련이죠. 특히 크리스마스나 새해를 기념하기 위해 케이크를 사는 사람이 늘면서 베이커리나 카페 등은 장사진을 칠 정도로 북적거립니다. 

저도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케이크로 함께 했습니다. 크리스마스에는 모 커피 전문점의 초코 딸기 케이크를, 연말엔 다른 베이커리 전문점의 생크림 딸기 케이크를 먹었습니다. 겨울이면 왠지 꼭 제철 딸기가 들어있는 케이크를 먹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거든요. 저만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닙니다. 투썸플레이스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이브와 당일 이틀간 '스초생' 판매량이 전년 대비 10% 늘며 역대 최고 케이크 판매 실적을 달성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따뜻한 방에 앉아 TV를 보며 딸기 케이크를 먹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겨울철 대표 과일 '투톱'은 누가 뭐래도 귤과 딸기인데요. 귤이야 따뜻한 제주도에서 나니 겨울에 난다고 해도 크게 위화감이 들지 않는데, 금방 얼거나 무를 것 같은 딸기가 겨울 과일인 이유가 뭘까요. 대체 언제부터 딸기가 '겨울 대표 과일'이 된 걸까요. 

1963년 6월 12일자 경향신문에 실린 딸기 젤리 만드는 방법/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사실 딸기는 원래 늦봄에서 초여름에 수확하는 정상적(?)인 과일이었습니다. 4월에서 6월이 딸기의 제철이었죠. 아주 오랜 옛 이야기도 아닙니다. 1963년 6월 12일자 경향신문에는 딸기철을 마무리하며 아직 먹지 않은 딸기로 딸기 젤리를 만드는 법이 게재됐습니다. 

비교적 최근인 2006년만 해도 3월 말이 돼야 딸기철을 맞아 딸기가 풍년이라는 식의 기사들이 나왔죠.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딸기는 '봄 과일'이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국내에서 가장 큰 딸기 축제인 논산 딸기 축제는 작년 3월 27일부터 30일까지 열렸습니다. 그럼 언제부터 딸기가 '겨울 과일'이 됐을까요. 혹시 지구 온난화 때문일까요?

스트로베리 필즈 포에버

우리나라 딸기 재배의 분기점은 2000년대 초 중반입니다. 이때까지 우리나라 딸기 시장은 80~90%가 일본 품종인 '육보'와 '장희'였습니다. 육보와 장희는 대표적인 노지재배·봄 수확 품종입니다. 딸기가 봄 과일이었던 이유입니다. 정부에서는 2000년대 들어 국산 딸기 품종 개발에 힘을 모았습니다. 종자독립 문제도 있거니와 2006년부터 국제신품종보호동맹(UPOV)이 발효되며 로열티를 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딸기 농가들이 힘을 합쳐 신품종 개발에 나선 결과 2002년 '매향'과 '만향', '설향', '금향' 등의 신품종이 처음 보급됐습니다. 이 신품종들은 기존 일본 품종에 비해 과육이 크고 신맛이 적어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게 특징이었죠. 한국인의 까다로운 입맛에 맞춘 국산 딸기가 일본 딸기를 대체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2010년쯤엔 이미 국산 품종이 일본 품종을 제치게 됩니다.

'K딸기'의 보급은 대성공이었습니다. 2024년 기준 국내 딸기 재배 품종의 82%는 설향과 매향이 차지했습니다. 금실과 죽향 등 다른 품종을 포함하면 98% 이상이 국산 품종입니다. 20여 년 만에 '딸기 독립'을 이뤄낸 셈입니다. 최근엔 K푸드 열풍을 타고 K딸기의 수출도 활발합니다. 작년에만 1000억원 이상을 수출했고요. 특히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에서 'K딸기'는 신뢰의 상징입니다.

편의점들도 겨울철을 맞아 다양한 딸기 디저트를 선보이고 있다./사진=BGF리테일

이 중에도 재배가 덜 까다롭고 맛이 좋은 데다 처음부터 하우스 재배를 전제로 개발된 '설향'이 딸기 시장을 주도하게 됩니다. 설향은 '눈의 향기'라는 이름처럼 처음부터 겨울 수확을 노리고 만든 품종입니다. 겨울은 귤을 제외한 대부분의 과일이 나지 않아 경쟁이 심하지 않고 하우스 재배의 특성상 날씨도 덜 타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겨울 일조량이 많은 편이어서 겨울철 하우스 재배가 용이한 편입니다. 한국 딸기가 유달리 맛있는 이유입니다. 

최근 들어서는 앞서 말씀드린 투썸플레이스의 '스초생'처럼 딸기를 이용한 케이크, 디저트 등 2차 가공식품이 딸기의 인기를 이끌고 있습니다. 특급호텔들도 1월이 되면 다양한 딸기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딸기 뷔페'를 엽니다. 커피 전문점들도 딸기 라떼 등 딸기 음료를, 편의점도 딸기 샌드위치나 딸기 케이크를 선보이며 겨울을 '딸기의 계절'로 굳히고 있습니다. 

우리가 별 생각없이 먹던 겨울 딸기에는 사실 정부와 농가의 노력이 숨어 있었습니다. 어떤가요. 오늘 저녁 딸기 케이크나 딸기 라떼를 드시면서 겨울 딸기에 얽힌 이야기를 떠올리신다면, 원래도 맛있는 딸기가 조금 더 맛있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