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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재고 어쩌나…업계, 정장형 교복 폐지 여부에 '촉각'

  • 2026.03.18(수) 07:00

'정장형 교복' 퇴출 논의…재고 손실 직격탄 우려
바우처 전환·상한가 손질…가격 구조 재편 신호탄
단계적인 제도 개선 요구…"유예기간 보장 필요"

/그래픽=비즈워치

최근 교복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지면서 전통적인 '정장형 교복'의 폐지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활동성과 착용 편의성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하자 정장형 교복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복업계는 정책 방향이 급격하게 바뀔 경우 생산은 물론 유통 전반에 걸친 혼란이 불가피한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달라진 복장

교육부는 지난달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통해 교복 가격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정장형 교복 폐지를 유도하는 대신 체육복·생활복 중심으로 교복 체계를 재편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지난 16일까지 약 2주간 전국에 있는 5700개의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교복비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품목별 상한가를 새롭게 설정할 계획이다.

특히 그동안 정장형 교복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일부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꾸준히 이어져 왔다. 실제 착용 빈도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실용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생활복 착용이 일상화된 학교 현장에서 입학식이나 졸업식 등 한정된 연중 행사를 위해 수십만 원에 달하는 정장형 교복을 구입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사진=아이클릭아트

현행 지원금 체계 역시 논란이다. 현재 교복은 매년 각 시·도교육청이 정한 상한가 기준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다. 이 같은 상한가를 바탕으로 정부는 신입생 1명당 30만원 안팎의 교복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동복과 하복 등 정장형 교복 외에도 체육복, 생활복, 여분의 셔츠 등을 추가로 구매할 경우 실제 지출은 지원금을 훌쩍 웃도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정부는 교복 지원 방식을 현금이나 바우처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학생과 학부모가 필요한 품목을 자율적으로 선택 구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이를 통해 정부는 불필요한 품목 구매를 줄이고 시장 내에서의 교복 가격 투명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아직은 안 돼요"

그러나 교복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업계는 학교 주관 구매 제도에 따른 가격 투찰을 통해 교복을 공급하는 만큼 대부분 평균 예정가격 대비 10% 낮은 수준에서 낙찰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선호하는 브랜드에 따라 교복을 골랐던 과거와 달리, 최저가 중심의 경쟁 입찰 구조가 이미 고착화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가격 규제나 제도 변화가 더해질 경우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급격한 정책 전환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교복 생산은 통상 신학기를 앞둔 2월에 집중된다. 교육당국이 제시한 최소 생산 기간은 40일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배정 학생 수가 확정된 이후 단기간 내 생산이 이뤄지는 구조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 과정에서 학교별 규격과 디자인에 맞춘 원단 재고와 제작된 완제품은 상당량 쌓이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교복은 학교별 맞춤 생산 방식으로 제작되는 만큼 일반 의류처럼 전환 판매가 사실상 불가능해 폐기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학교 요청에 따라 여유 물량까지 준비하기 때문에 여건상 대규모 재고가 쌓인 현재로선 완제품 뿐만 아니라 원단까지 포함한 손실 규모는 수백억 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전반적인 봉제 산업의 생태계가 흔들릴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교복을 생산하는 국내 봉제 공장은 1~2%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같은 구조에서 정장형 교복 수요가 급감할 경우 협력업체와 노동자들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특히 정장형 교복은 별도의 설비와 공정이 필요한 만큼 기존 생산라인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업계는 '연착륙'을 위한 시간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존 재고를 소진하고 생산 구조를 조정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통해 학생 편의성과 산업 안정성 사이에서 균형점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도 단계적인 정책 시행과 현장 의견 반영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창희 한국학생복산업협회 사무국장은 "한 학교의 교복 디자인이 변경된다고 가정했을 때 1년이라는 유예기간이 적용된다. 이번 제도 개편 역시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학교가 기존 재고를 매입해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처분할 수 있는 일정 기간을 보장해야 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학생들이 현장에서 정장형 교복에 대한 불편함을 얼마나 체감하고 있는지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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