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음료 업계의 가격 인상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고환율과 국제 정세 불안에 따라 누적된 비용 부담이 임계점에 달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장바구니 물가 안정에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인상 흐름을 막기엔 역부족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어려워요"
최근 국내 주요 식음료 기업들은 제품 가격 인상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먼저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26일 12개 브랜드의 44개 품목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했다. 이번 가격 조정은 2024년 6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대표 제품군인 칠성사이다는 500㎖ 기준 2300원에서 2500원으로 200원 올랐다.
식품업계도 마찬가지다. 오뚜기는 이달 카레와 케첩, 당면, 후추 등 29개 제품의 출고가를 최대 17% 인상을 단행했다. CJ제일제당은 오는 30일과 내달 1일 각각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27개 품목 가격을 평균 8% 올릴 예정이다. 품목별 가격 인상률은 햇반 12%, 만두 4.6%, 생선구이 8.4% 등이다.
이 같은 가격 인상의 배경에는 원·부재료의 가격 상승이 자리하고 있다. 올해 최대 화두였던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에 따라 페트병과 캔 제작에 사용되는 플라스틱과 알루미늄은 물론 비닐 생산 핵심 원료인 나프타까지 가격 상승 압력을 받았다. 여기에 식품업계의 경우 상당수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국제 시세 변동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식음료 기업들이 올 하반기 가격 인상 대열에 하나둘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 비용 부담까지 누적되면서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통제가 어려운 대외 변수들이 이어진 탓에 기업이 자체적으로 흡수하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팍팍하네
이뿐만이 아니다. 가격을 유지하는 제품이더라도 유통 채널별로 할인·판촉이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발맞춰 기업들이 출고가를 올리지 않는 대신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진행하던 1+1 행사나 묶음 할인, 정기 프로모션 등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소비자가 실제 부담하는 구매 가격이 높아지는 '실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생활과 밀접한 품목들의 가격이 잇따라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부담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9(2020=100)로 전년 동월보다 3.2% 올랐다. 2023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같은 기간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 역시 119.22에서 123.28로 3.4% 확대됐다.
다만 가격 인상이 소비자들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원가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올린 이후 원재료 가격이나 환율이 안정화되더라도 제품 가격이 다시 인하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이상 결국 소비자 부담만 장기화되는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기업의 가격 결정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격 인상에 대한 근거와 원가 변동 상황을 구체적으로 공개해 소비자들의 이해를 높이고 원가 안정 시에는 가격 인하나 용량 확대, 할인 강화 등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환원 정책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이 일부 하락하더라도 인건비와 물류비, 에너지 비용 등 다른 비용이 유지되거나 오르면 최종 소비자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는 하방경직성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의 비용 부담과 소비자 부담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