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이 전분당 사업 매각을 추진한다. 본업의 수익성이 둔화하면서 부채 부담이 커지자, 비주력 사업 정리에 속도를 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주력 접는다
CJ제일제당은 삼정KPMG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전분당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원매자를 물색하는 단계다. 구체적인 매각 여부는 추후 결정할 예정이다. 전분당은 옥수수 전분을 효소로 분해해 만드는 당류를 말한다. 포도당과 물엿, 과당, 올리고당 등이 대표 제품으로 음료와 제과제빵, 소스 등 식품 전반에 쓰인다. 대부분 기업을 상대로 납품하는 B2B 사업이다.
CJ제일제당 내에서 전분당 사업은 비주력 사업으로 분류된다. CJ제일제당의 전분당 시장 점유율은 10% 초반대로, 대상, 삼양사, 사조에 이어 4위다. 전분당 사업은 판가에 연동해 이익을 내는 구조다. 그렇다 보니 수익은 안정적이지만 그만큼 성장 여력도 제한적이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지난 7월 사업 포트폴리오를 라이프스타일식품, 기술소재, 핵심소재 3개 부문으로 재편하면서 전분당 사업을 핵심소재부문에 편입시켰다. 핵심소재부문에는 설탕, 밀가루 같은 일반 소재와 사료용 아미노산 등이 함께 묶였다. 대부분 매출 규모는 크지만 성장 여력이 낮은 사업들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소재 식품 사업의 구조적 한계 때문에 전분당 사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전분당과 같은 소재 식품은 성장이 정체된 성숙 산업인 반면 국제 곡물가와 환율 변동에 따른 원가 등락 리스크는 매우 크다. 원가 변동성에 취약한 사업을 정리해 외부 환경에 따른 이익 변동성을 줄이고, 확보한 자금을 고성장 분야로 집중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커지는 재무부담
CJ제일제당이 전분당과 같은 비주력 사업 정리에 속도를 내는 것은 최근 수년간 이어진 실적 둔화와 재무 부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CJ제일제당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27조3426억원으로 전년 대비 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영업이익은 1조2336억원으로 15% 줄었다. 현금창출능력을 나타내는 EBITDA 역시 2024년 3조102억원에서 2025년 2조8657억원으로 4.8% 감소하며 전반적인 실적 지표가 부진했다.
특히 물류 자회사인 CJ대한통운을 제외한 본업 실적의 타격이 컸다. 물류 부문을 제외한 CJ제일제당의 매출액(CJ피드앤케어 부문 제외)은 2022년 18조7794억원에서 2025년 15조6453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2682억원에서 7275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차입금과 이자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재무 건전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CJ제일제당의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2021년 8조1319억원에서 지난해 9조2443억원으로 늘었다. 이자비용은 같은 기간 2728억원에서 5489억원으로 두 배 가량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이자비용은 연결 기준 영업이익(1조2336억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해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부채비율 역시 다시 상승하는 추세다. CJ제일제당의 부채비율은 2022년 160.3%에서 2024년 146.3%로 낮아졌으나 지난해 다시 157.5%로 올라섰다.
계속되는 효율화
사실 CJ제일제당은 그동안 전분당뿐만 아니라 비주력 사업들을 정리해왔다. 지난해 초에는 브라질 자회사 CJ셀렉타 매각을 함께 추진했다. 다만 유력 원매자였던 MBK파트너스가 계열사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여파로 인수금융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CJ제일제당은 대신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 기존 채무를 상환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사료·축산 자회사 CJ피드앤케어(F&C)와 PT CJ피드앤케어 인도네시아, 돈돈팜, CJ 비나 애그리 등 14개사를 네덜란드 로얄 드 허스에 매각하기로 했다. 기업가치는 1조원대로 책정됐다. 기본 처분대금 2000억원에 3년간 성과에 따라 최대 3500억원을 더 받을 수 있다.
CJ피드앤케어 등 14개사는 연간 2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사업부였다. 하지만 손실 규모가 커 전사 실적에 부담을 주고 있었다. 지난해 기준 당기순손실이 2445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매각을 통해 최대 55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는 한편 부채 일부를 함께 이전하면서 차입금 부담을 덜어내는 효과를 거뒀다.
CJ제일제당은 자산 매각과 별도로 조직 체계도 손보면서 효율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사업 특성에 따른 시너지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달 사업포트폴리오를 재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사료용 아미노산과 설탕, 밀가루 등은 핵심소재부문으로 묶어 수익성을 강화하고 연구개발이 경쟁력인 사업은 별도 부문으로 떼어내 전문성을 높이기로 했다.
이와 함께 향후 성장성과 수익성이 낮은 사업들은 추가로 정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이익 기여도가 낮은 비주력 자산을 정리해 재무구조 개선하는 작업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수익성과 성장성을 중심에 두고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비주력 사업인 전분당 매각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며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