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엔젤레스=김아름 기자] 뚜레쥬르가 미국 시장에서 '코리안 프렌치 베이커리'의 대표 주자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미국에서도 그대로 접목, 현지 브랜드와 다른 'K베이커리 스타일'을 각인시키며 수익 모델 구축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CJ푸드빌은 오는 2030년까지 미국 내 뚜레쥬르 매장을 1000개 이상으로 늘려 K베이커리 대표 자리를 굳힌다는 목표도 내놨다.
한국이야 미국이야
지난 13일 방문한 한 베이커리 매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투명한 쇼윈도 안에 가득 쌓여 있는 빵들이 맞아준다. 김치 고로케는 이 곳의 베스트 메뉴다. 익숙한 꽈배기 도넛과 단팥빵도 보인다. 안쪽에는 알록달록한 과일 모양의 '아그작 케이크'와 흰 생크림을 듬뿍 얹은 홀케이크가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 어디에 가든 흔히 볼 수 있는 빵집의 모습이지만 이 매장은 특별하다. 한국이 아닌, 서울에서 약 9600㎞ 떨어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기 때문이다. 이 '빵집'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하브라시 사우스비치대로에 자리잡은 TLJ 라하브라점이다. 미국에서 205개 점포를 운영 중인 CJ푸드빌 뚜레쥬르의 핵심 점포다.
뚜레쥬르는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대표 K프랜차이즈의 예시다. 2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며 지난해에만 2000억원 가까운 매출(1946억원)을 올렸다. 2021년(510억원)과 비교하면 4년 새 매출이 4배 가까이 늘었다. 더 눈에 띄는 건 수익성이다. 미국에서 많은 점포를 냈다고 자랑하는 K프랜차이즈 대부분이 적자를 내고 있지만 뚜레쥬르는 2018년부터 순이익을 내고 있다.
뚜레쥬르는 지난해 말 조지아에 연 1억개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2023년 말 108개에서 2024년 말 150개, 지난해 말 192개, 올해 상반기까지 205개로 완만하게 늘려갔던 출점 속도를 높인다. 2030년까지 1000개 돌파가 목표다. 연 평균 200개씩 새 점포를 확보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K빵 차원 달라
뚜레쥬르가 미국에서 성공을 거둔 요인은 다른 데 있지 않다. 한국에서의 성공 요인을 그대로 가져왔다. 자연스럽게 미국 현지 베이커리 브랜드와의 차별화가 이뤄졌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클라우드 케이크'가 대표적이다. 국내 베이커리에서는 '표준'인 달지 않은 생크림 케이크가 버터 케이크 중심의 미국에서 제대로 먹혔다.
생크림으로 만드는 섬세한 가공 역시 미국의 투박한 버터 케이크와는 차원이 달랐다. 크리스마스, 어머니의 날, 헬러윈 등 시즌 이벤트마다 독특한 테마로 선보이는 한정판 케이크는 기념일을 즐기는 미국인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매일 매장에서 직접 케이크를 만들어 판다는 점도 한국에선 당연했지만 '공장빵' 중심인 미국에선 차별화 요소로 작용했다.
케이크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전통 간식빵인 꽈배기도넛과 단팥빵은 미국에서도 인기다. 짭짤하고 쫄깃한 빵에 설탕을 듬뿍 뿌린 '단짠' 도넛은 미국의 '스위트&솔티(Sweet&Salty)'와 일맥상통한다. 물을 넣지 않고 우유로만 반죽한 '우유크림빵' 역시 한국의 맛을 그대로 가져와 성공한 사례다. '김치고로케'는 말할 것도 없다.
최근엔 한국과 미국의 인기 메뉴가 동기화하는 추세다. X 등 주요 SNS들이 번역 기능을 제공하며 한국에서 인기를 얻으면 곧바로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는 케이스가 늘고 있다. '아그작 케이크'가 대표적이다. 과일 모양의 초콜릿을 겉에 입히고 속에는 잼을 넣어 '부숴 먹는 재미'를 강조해 국내에서 오픈런이 이어지고 있는 제품을 미국에서도 선보였다.
K-NESS
CJ푸드빌은 이런 성공 공식을 'K-NESS'로 정의했다. 이전에는 우리 브랜드가 외국에 진출할 때 어떻게 '현지화'를 할 지를 고민했다면 이제는 해외에서도 어떻게 한국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오펠리아 쿰프(Ofelia Kumpf) CJ푸드빌 미국 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뚜레쥬르의 핵심 가치는 '코리안-프렌치 베이커리'라는 포지셔닝"이라며 "K-NESS를 적극적으로 강조해 우리의 음식과 베이커리를 현지 고객에게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뚜레쥬르 라하브라점의 경우 전체 고객 중 라틴계가 60%, 백인이 25~30%에 달한다. 아시안 고객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이는 라하브라 지역의 인구 분포와 비슷하다. 'K베이커리'를 표방하며 한국에서의 구성을 그대로 가져왔음에도 현지 시장에 완전히 녹아들었다는 방증이다.
이는 빵의 종류나 맛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미국의 베이커리에서는 고객이 카운터에서 주문을 하면 주문한 빵을 포장해 주는 게 일반적이다. 뚜레쥬르처럼 수십가지 이상의 빵을 진열해 놓고 고객이 직접 먹고 싶은 빵을 보고 고르는 방식은 흔치 않다. 이른 아침부터 식사빵뿐만 아니라 다양한 디저트 베이커리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차별점이다.
안승준 CJ푸드빌 미국법인장은 "미국 시장에서 코리안-프렌치 베이커리에 대한 수용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섬세하고 다양한 맛, 운영의 차별성 등이 현지 고객에게 좋은 요소로 다가가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