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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다음은 'K스피릿'…CJ, 미국에서 '자리' 펼친다

  • 2026.08.24(월) 08:00

'K증류주 플랫폼'으로 확장
비비고와 '한국식 마리아주'
차기 글로벌 성장동력 주목

그래픽=비즈워치

CJ제일제당이 프리미엄 증류주 브랜드 'jari(자리)'를 앞세워 K스피릿 세계화에 나선다. '비비고'를 앞세워 K푸드의 글로벌 영토를 넓혀온 CJ제일제당이 이번에는 한국 음식과 어우러지는 K주류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 특히 '오너 4세' 이선호 CJ그룹 미래기획그룹장이 론칭을 직접 챙겼다는 점에서 향후 시장 확장에 관심이 쏠린다.

K증류주 플랫폼

CJ제일제당은 지난달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자리' 론칭 행사를 열고 신제품 '자리 문배술 24'와 '자리 가무치 24'를 공개했다. 브랜드명 '자리'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술과 음식을 나누는 한국의 '자리'에서 착안했다. 술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 음식과 문화가 연결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한국 전통주의 맛과 향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식문화와 정서까지 글로벌 미식 문화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이번 사업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미래기획그룹장이 국내 론칭 행사에 직접 참석해 힘을 실을 만큼 그룹 차원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그룹의 중장기 성장 전략과 신사업을 총괄하는 이 그룹장은 론칭 과정에서 "K문화의 완성은 K라이프스타일 전반의 일상화에 있다"며 "음식 다음은 술"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K스피릿'을 차세대 성장 카드로 낙점하고 글로벌 미식 시장 내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jari 신제품 2종/사진=CJ제일제당

자리의 사업 방식은 일반적인 주류 브랜드와 다르다. 국내 양조장에서 생산한 원주를 선별해 전용 숙성 시설에서 각 원액을 숙성 후 상품화한다. 양조장의 원주 제조 역량에 CJ제일제당의 숙성·브랜딩·마케팅 역량을 결합하는 구조다. 이를 위해 CJ제일제당은 문배주, 가무치소주를 생산하는 문배주양조원, 다농바이오와 계약을 맺고 충남 논산시에 구축한 숙성 시설에서 각각의 원액으로 전통주를 숙성 중이다.

CJ제일제당은 '자리'를 '한국 프리미엄 증류주(K스피릿) 플랫폼'으로 소개했다. '자리'라는 하나의 브랜드 아래 제품을 선보이면서도 문배술과 가무치 등 각 원주가 가진 개성과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이 알려지지 않은 한국 전통주를 글로벌 시장에 소개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출시 초기부터 단일 제품 브랜드가 아닌 한국 프리미엄 증류주의 가치를 세계 시장에 소개하는 플랫폼 브랜드를 지향하고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자리가 한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K스피릿 브랜드이자 한국 증류주의 글로벌 확산을 이끄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첫 글로벌 무대는 미국

CJ제일제당이 증류주 사업에 나선 배경에는 K푸드의 성장세가 있다. K푸드와 K컬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 음식뿐 아니라 이를 즐기는 방식과 문화까지 확장할 여지가 커졌다고 판단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푸드 수출액은 53억8190만달러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1.3% 증가해 상반기에 10억달러를 넘어섰다. 

CJ제일제당은 브랜드 공식 론칭 이전부터 미국에서 시장성을 시험해 왔다. 뉴욕의 한식 다이닝과 협업해 한국 전통주를 활용한 칵테일을 선보였고, 지난해부터 PGA투어 정규대회 '더CJ컵 바이런 넬슨'에서도 문배술과 가무치 소주를 활용한 칵테일을 제공했다. 

올해 대회에서는 한강공원을 연상시키는 '하우스 오브 CJ'에서 비비고 음식과 '자리' 칵테일을 함께 선보였다. 김치 삼겹살 타코 등 K푸드와 한국 증류주 칵테일을 묶어 소비자에게 '한국 음식에는 한국 술'이라는 경험을 제안한 셈이다. 실제 현지 관람객이 비비고 음식과 함께 한국 증류주 칵테일을 즐기며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반응도 나왔다.

그래픽=비즈워치

'자리'의 첫 시험대는 올가을 미국 시장이 될 전망이다. 미국을 첫 글로벌 시장으로 택한 이유는 미국은 다양한 주류 문화가 공존하는 시장인 동시에 K컬처와 K푸드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곳이기 때문이다. 이미 비비고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한 만큼 한국 음식에 익숙한 소비자에게 한국 술까지 함께 제안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셈이다.

초기에는 한식당을 중심으로 '자리'를 선보인다. 이후 바와 주류 판매점, 주요 유통 채널로 판매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식과 함께 '자리'를 먼저 경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치즈와 파스타에 와인을 곁들이듯 한식을 즐길 때 자연스럽게 우리 술을 함께 찾는 '한국식 마리아주' 문화를 세계 무대에 이식하겠다는 구상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비비고가 해외 소비자들에게 간편하게 한국 음식을 집에서 즐기는 경험을 선사했다면 자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의 식문화와 정서 전체를 경험하는 시너지를 만들고자 한다"면서 "한 잔의 술을 통해 단순히 한국의 '맛'을 즐기는 것을 넘어, 한국 특유의 환대와 배려,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관계의 문화까지 깊이 있게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Feat. K푸드

다만 시장에서는 '자리'가 안착하기까지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국내 전통주는 제조 기술과 제품 다양성에 비해 해외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낮다. 국가별 주류 규제와 유통 구조가 복잡하다는 점도 진입장벽으로 꼽힌다. 특히 위스키·사케·데킬라 등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브랜드가 구축된 프리미엄 주류 시장에서 한국 술만의 차별화된 음용법과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지난해 미국 텍사스주에서 열린 PGA투어 ‘더 CJ컵 바이런 넬슨’의 행사장 'House of CJ'에서 바텐더가 한국 전통주인 '문배술'을 활용해 칵테일을 만들고 있는 모습/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자리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회사가 보유한 브랜드와 마케팅, K푸드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우수한 국내 양조장과 함께 한국 증류주의 다양성과 경쟁력을 글로벌 시장에 알리고, '더CJ컵'처럼 국내외 소비자들이 한국 프리미엄 증류주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K푸드가 해외에서 먼저 소비 기반을 만든 만큼 한국 술이 그다음 확장 영역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면서도 "전통주를 해외에 수출하는 것과 글로벌 소비자가 한국 술을 하나의 프리미엄 스피릿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중요한 건 제품을 얼마나 많이 파느냐보다 한식을 먹을 때 한국 술을 함께 찾게 만드는 소비 습관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CJ제일제당이 가진 K푸드 사업 경험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자리'에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향후 사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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