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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티]"멋진 언니처럼"…메이크업 DNA로 돌아간 비디비치

  • 2026.08.27(목) 07:30

클렌징폼 중심서 베이스 메이크업 중심으로 전환
블랙쿠션 개발에만 1년…스킨케어 성분 77% 배합
중국 대신 일본·미국…백화점서 올리브영으로 무대 전환

그래픽=비즈워치

K뷰티는 이제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차별화된 기술력, 감각적인 디자인, 그리고 브랜드 고유의 스토리텔링으로 무장한 K뷰티 브랜드들이 있다. 이에 K뷰티 흥행 주역들을 직접 만나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그들의 열정과 노력, 시장을 압도할 수 있는 비결을 생생히 들어본다. [편집자]

해외에는 '샬롯 틸버리'나 '바비 브라운'처럼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철학을 바탕으로 수십 년간 독보적인 영역을 지켜온 장수 브랜드들이 수없이 많다. 국내에도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들이 적지 않았지만, 빠른 트렌드의 홍수 속에서 색깔이 옅어지거나 대중성 속에서 길을 잃기 일쑤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국내 1세대 메이크업 아티스트 브랜드 '비디비치' 역시 같은 고민을 거쳐 온 브랜드 중 하나다. 거듭된 고민 끝에 비디비치는 무작정 유행을 좇는 대신 브랜드가 태어난 원점으로 시계를 되돌리기로 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DNA를 되살린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로 리브랜딩을 단행하면서다.

오랜 유산을 발판 삼아 스스로를 새롭게 정의해 낸 비디비치의 양현미 브랜드전략팀장과 최정윤 제품전략파트장을 만나 리브랜딩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다시 메이크업으로

비디비치는 2005년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경민 씨가 만든 색조 브랜드로 출발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2012년 이 브랜드를 인수했다. 백화점과 면세점을 중심으로 유통망을 넓혔고 다이궁과 유커 특수를 타면서 한때 연매출 2000억원을 넘기며 전성기를 누렸다. 이 시기에 특히 비디비치의 이름을 알린 제품은 클렌징폼이었다.

하지만 화려했던 영광은 오래 가지 않았다. 중국 시장의 변화와 팬데믹 등 대외 환경이 급변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진짜 위기는 실적 하락 그 자체보다 브랜드의 '노후화'였다. 중국 수요에만 기댄 채 브랜드 본연의 색깔을 잃어버린 한계가 뼈아프게 드러났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비디비치 브랜드전략팀의 양현미 팀장과 최정윤 제품전략파트장이 비디비치 주요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이에 비디비치는 3년 가까이 고민한 끝에 브랜드를 원점부터 다시 뜯어고치기로 했다. 잘 팔리는 클렌징 제품 중심으로 흘러가던 포트폴리오를 다시 브랜드의 뿌리에 맞춰 재편하기로 하면서다. 양현미 팀장은 "우리 브랜드의 진짜 DNA가 무엇인지, 원래 헤리티지가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했다"며 "결국 메이크업 아티스트로부터 시작된 브랜드라는 본질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비디비치는 지난해 리브랜딩을 단행하고 브랜드의 슬로건을 '스킨 코어 뷰티'로 재정의했다. 단순히 피부를 덮거나 가리는 화장이 아니라 메이크업을 통해 피부 본연의 아름다움에 가까워지는 것을 뜻한다.

이에 맞춰 제품 구성도 바꿨다. 포트폴리오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던 클렌징과 스킨케어 비중을 과감히 줄이는 대신 브랜드의 본질인 메이크업 카테고리를 크게 확대했다.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던 클렌징 라인은 피부 타입별 맞춤형으로 단순화했고 스킨케어는 화장이 잘 받도록 돕는 보조적 역할로 재정비했다. 양 팀장은 "메이크업을 잘하려면 결도 중요하고 스킨케어도 중요하다"며 "이런 제품들은 결국 메이크업이 더 잘 보이도록 돕는 역할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랙쿠션의 탄생

비디비치가 리브랜딩의 대표 제품으로 선택한 건 '쿠션'이다. 매일 쓰는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이 '스킨 코어 뷰티' 철학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비디비치가 목표로 한 것은 대충 발라도 완성도 있는 피부 표현이 가능한 매트 쿠션이었다. 최정윤 파트장은 "유튜브에 '매트 쿠션'을 검색하면 들뜨지 않게 바르는 법을 알려주는 콘텐츠가 넘쳐난다"며 "소비자들이 매트 쿠션을 그만큼 쓰기 어려워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전문가가 해준 것 같은 완성도가 나는 제품을 만들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목표를 실제 제형으로 구현하기는 쉽지 않았다. 커버력을 높이면 화장이 두꺼워졌고 밀착력을 높이면 픽싱 속도가 빨라져 오히려 잘 펴발리지 않았다.

비디비치의 블랙 퍼펙션 커버 핏 쿠션. /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비디비치는 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 스킨케어 성분 비중을 여러 차례 조정했다. 최 파트장은 "보통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에 들어가는 스킨케어 성분은 50~60% 정도가 최선으로 여겨지는데 비디비치는 77%까지 넣어서 건조함을 잡았다"며 "쿠션에 맞는 자체 성분 조합인 블랙 프로틴 콤플렉스를 개발하고 세라마이드, 판테놀, 히알루론산도 함께 배합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스킨케어 성분을 늘릴수록 무게감이 생기거나 화장이 밀리는 부작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비디비치는 이를 막기 위해 유분을 흡수하는 파우더를 함께 넣어 다시 균형을 잡았다. 최 파트장은 "속건조를 잡으면서 결감과 커버력, 밀착력을 동시에 갖춘 균형 잡힌 제형을 만들기 위해 수십 번의 테스트를 반복했다"며 "완성까지 거의 1년이 걸릴 정도로 웬만한 메이크업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정교한 작업을 거친 제품"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비디비치 브랜드전략팀의 양현미 팀장과 최정윤 제품전략파트장이 비디비치 주요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비디비치는 쿠션의 짝꿍인 퍼프에도 공을 들였다. 쿠션은 퍼프와의 궁합이 완성도를 좌우하기 때문에 10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20종이 넘는 퍼프를 테스트해 최종 조합을 골랐다. 패키지 컬러인 블랙도 제형이 추구하는 '시크한 분위기'에 맞춰 선택했다. 여기에 점점 작아지는 가방 트렌드를 고려해 기존 쿠션보다 작은 사이즈로 설계하며 휴대성까지 챙겼다.

이렇게 완성된 '블랙 퍼펙션 커버 쿠션', 이른바 '블랙쿠션'은 소비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비디비치의 리브랜딩 첫 히트작이 됐다. 비디비치는 새로운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으로도 영역을 확대 중이다. 파우더 블러셔가 주류이던 시장에 일체형 크림 블러셔를 내놓았는데 이 제품은 출시 직후 올리브영 메이크업 부문 1위에 오르며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해외서도 통했다

비디비치가 리브랜딩으로 바꾼 건 제품만이 아니다. 유통 채널도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올리브영과 온라인으로 옮겼다. 기존에는 30~40대를 겨냥했다면 지금은 25세 이상 젊은 층까지 공략하고 있다. 양 팀장은 "리브랜딩을 통해 유입된 신규 고객들은 20년 된 브랜드라는 게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진다고 말한다"며 "기존 고객들도 비디비치에서 메이크업 브랜드로서의 면모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한다"고 말했다.

주력 해외 시장에도 변화를 줬다. 중국 의존도를 크게 낮추는 대신 일본과 미국 등을 새로운 타깃으로 설정했다. 실제로 일본과 미국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일본에서는 최근 뷰티 매거진 LDK의 에디터 초이스에서 블랙쿠션이 쿠션 부문 1위에 올랐다. 최 파트장은 "브랜드 협찬이나 광고 없이 선정되는 상이라 제품 자체가 일본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는 걸 체감했다"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비디비치 브랜드전략팀의 양현미 팀장과 최정윤 제품전략파트장이 비디비치 주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최 파트장은 이런 인기의 뿌리를 비디비치만의 헤리티지에서 찾는다. 그는 "최초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브랜드라는 타이틀은 마케팅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이 브랜드만이 가진 헤리티지를 잘 풀어가는 게 우리의 숙제"라고 말했다. 비디비치는 이 숙제를 이미 다음 제품으로 풀어가고 있다. 최 파트장은 "블랙쿠션이 가진 결감과 커버력을 살려 베이스 라인을 점차적으로 강화할 예정"이라며 "품절 대란을 일으켰던 블러셔 라인도 계속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그리는 비디비치의 다음 모습은 유행을 좇기보다 자기만의 길을 걷는 브랜드다. 양 팀장은 "K뷰티 트렌드가 워낙 빠르게 바뀌지만 비디비치는 오래된 브랜드인 만큼 발효된 것처럼 우리만의 길을 가는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최 파트장 역시 "빠른 트렌드에 왔다 갔다 하기보다 우리가 정한 방향을 보여주고 그걸 보고 사람들이 따라오게 만드는 '멋진 언니' 같은 브랜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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