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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억지가 쌍용건설 화(禍) 더 키웠다

  • 2013.12.30(월) 18:12

연초 법정관리 대신 워크아웃 유도…결국 피해만 더 키운 꼴
1400여 협력업체의 연쇄 도산과 해외 수주공사 타격 불가피

쌍용건설이 결국 법정관리를 선택했다.

이에 따라 채권은행은 물론 1400여 곳에 이르는 협력업체의 연쇄 피해가 우려된다. 올 초 채권은행들의 팔목을 비틀어 법정관리 행을 막고, 워크아웃을 유도한 금융위원회의 책임론도 불거질 전망이다.

◇ 채권은행과 1400여 협력업체 연쇄 피해


쌍용건설은 채권단의 추가 지원이 끊기면서 법정관리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채권단은 그동안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쌍용건설에 대한 추가 출자전환과 신규 자금 지원 방안을 논의해왔다.

하지만 비협약 채권자인 군인공제회가 공사대금 계좌를 가압류하면서 찬물을 끼얹었다. 여기에다 건설업황 부진으로 자금을 더 넣더라도 쌍용건설이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근본적인 의심이 더해지면서 결국 추가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쌍용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채권은행과 협력업체들의 연쇄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채권은행들은 올해만 2450억 원의 출자전환과 함께 3100억 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1400여 협력업체들은 연쇄 도산이 우려된다. 쌍용건설이 지급한 어음이나 공사비 미지급금 등이 3000억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쌍용건설이 상장폐지되면 출자전환으로 주식을 들고 있는 채권단과 소액주주들의 피해도 불가피하다. 올 6월 말 현재 쌍용건설 주식을 들고 있는 소액주주는 총 8632명이다.

◇ 김석준 회장, 두 번의 워크아웃 이어 법정관리 ‘비운’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두 번의 워크아웃에 이은 법정관리 행을 현장에서 지켜보는 비운을 맛보게 됐다.

쌍용건설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처음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가 2004년 성공적으로 졸업했다. 하지만 정부의 매각 시도가 수차례 불발되면서 올 6월 두 번째 워크아웃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김 회장은 이 과정에서 백의종군과 복귀를 반복했다. 98년 쌍용건설이 첫 번째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채권단의 요청으로 복귀해 워크아웃 조기졸업을 이끌어냈다. 이후 쌍용건설 매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2006년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가 2010년 다시 복귀했지만, 결국 건설경기 부진의 파도를 넘지 못했다.

쌍용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김 회장의 운명은 다시 법원의 판단에 맡겨졌다. 채권단은 앞서 두 번째 워크아웃과 해외수주 부진 등의 책임을 물어 김 회장의 해임을 추진한 바 있다.

◇ 워크아웃 유도한 금융위 책임론 불거질 듯

금융위의 책임론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쌍용건설은 이미 올초 법정관리 행이 유력했다. 하지만 금융위가 중견 건설업체에 대한 회생론을 내세워 채권단을 설득했고, 결국 워크아웃으로 유도한 바 있다.

채권단은 이후 3100억 원의 출자전환과 함께 2450억 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했다. 그런데도 쌍용건설이 채 반 년을 버티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결국 금융위가 개입해 채권단의 피해만 더 키운 셈이 됐다. 쌍용건설 부실의 대부분이 자산관리공사 관리 시절 누적된 것이라는 점에서 채권은행에 쌍용건설을 떠넘긴 자산관리공사에 대한 비판도 쏟아진다.

이번 건을 기업 구조조정이 더 속도를 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더 이상 부실기업에 대한 지원은 없다는 정부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엿볼 수 있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동부그룹과 한진해운, 현대그룹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 압박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이번 정부에서 부실 대기업을 정리하고 간다”고 못 박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쌍용건설은 협력업체가 많아 법정관리에 따른 파급효과가 크고, 해외시장에서 상징성도 크다”면서 “그런데도 정부가 쌍용건설 구하기를 중단한 것은 그만큼 구조조정 의지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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