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현대자동차와 KB국민카드 간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 갈등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감원은 기본적으로 기존의 가맹점 수수료 테두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번 예외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기존 가맹점 수수료 체계가 한꺼번에 무너질 수도 있어서다.
반면 현대차가 끝까지 수수료 인하를 고집하면 마땅히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경고성 카드로 꺼낸 ‘방카슈랑스 25% 룰’은 오히려 더 큰 역풍을 맞을 수 있어 실제 도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가운데 체크카드 수수료율인 1.5% 선이 현대차와 국민카드가 타협할 수 있는 마지막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 현대차-국민카드 협상 시한 연장
현대차는 지난 10일 국민카드와의 복합할부 가맹점 수수료 협상 시한을 17일까지 일주일 연장했다. 지난달 31일 성실한 협의를 전제로 가맹점 계약기간을 11월 10일까지 한시적으로 연장한 후 이번이 두 번째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의 중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금감원은 전날 현대차에 소비자 피해를 이유로 가맹점 계약기간을 추가로 연장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중재에 나섰고, 현대차가 이를 수용하면서 일단 파국은 면했다.
반면 현대차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수수료를 더 낮추지 않으면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입장도 확고하다. 수수료 협상을 이어가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복합할부 상품의 일시적인 결제 중단도 요구했다.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금감원
금감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양측의 협상 시한을 일주일 연장하면서 일단 한숨 돌리긴 했지만, 자칫 가맹점 계약 해지로 결제 중단 사태가 오면 고스란히 비판의 화살을 맞을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일단 국민카드 편이다. 복합할부가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서 현대캐피탈의 독과점을 견제하면서 경쟁을 통해 할부금리 인하를 유도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인 만큼 현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맹점 수수료 체계에 한번 구멍이 생기면 2012년 만든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가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걱정도 크다. 현대차에 이어 다른 대형 가맹점들이 너도나도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면 감당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 적격비용 모호…법적 조치도 어려워
법적으로 딱히 강제할 방법도 없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을 보면 카드사가 적격비용 이하로 가맹점 수수료를 낮춰주면 영업정지 등의 처벌을 할 수 있다. 대형 가맹점 역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적격비용 이하의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문제는 적격비용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얼마 전 내부 검토를 거쳐 적절한 복합할부 수수료율로 1.5~1.9% 선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개별 가맹점별로는 적격비용을 따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현 수수료 체계에 근본적인 허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2년 가맹점 수수료 체계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정치적인 필요에 따라 영세가맹점에 인위적으로 우대 수수료를 적용하려다 보니 대형 가맹점의 부담을 키웠고, 결국 수수료 갈등이 폭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 ‘25% 룰’ 되레 더 큰 역풍 맞을 수도
금감원이 현대차 압박용으로 꺼내 든 ‘방카슈랑스 25% 룰’도 실제 도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적으로 용인되고 있는 캡티브 마켓(그룹 계열사 간 내부시장) 문제를 건드리면서 오히려 더 큰 논란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감원이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 ‘방카슈랑스 25% 룰’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이후 자동차 업계가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수입차 브랜드 할부금융회사들은 아예 영업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어 통상 마찰 소지도 다분하다.
‘방카슈랑스 25% 룰’ 한 은행이 팔 수 있는 동일 보험사의 상품 비율을 25%로 제한하는 제도를 말한다.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 이 제도를 도입하면 현대캐피탈은 현재 75%에 달하는 현대•기아차 할부금융 취급 비중을 25%로 낮춰야 한다.
◇ 체크카드 수수료 ‘1.5%’ 협상 대안 될까
금융권에선 현 수수료 체계를 건드리지 않는 범위에서 유일한 협상 대안으로 체크카드 수수료율인 1.5% 선을 꼽고 있다.
현재 현대차는 0.7%, 국민카드는 1.75%의 수수료율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가 더 불리할 순 있다. 반면, 체크카드는 자금조달이나 대손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복합할부와 비슷해 카드사의 무임승차를 꼬집는 현대차에게도 적절한 설득 근거가 될 수 있다.
금감원도 1.5% 수준까진 용인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복합할부가 신용공여 기간이 짧고, 대손위험이 거의 없긴 하지만 체크카드보단 비용이 더 많이 든다”면서 “체크카드보다 수수료를 더 내리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