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각)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을 열어 기준금리인 정책금리를 1.75~2.00%로 0.25%포인트 올렸다.
이에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1.5%로 동결해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는 최대 0.5%포인트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서는 국내 외국인 자본 유출 등 미국 금리인상의 악영향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한국은행이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최근 국내 각종 경제지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등 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여건이 마련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 나오고 있어 한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 금리인상 액셀 밟는 연준
이번 연준의 금리인상은 시장에서 이미 기정사실로 돼 있었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금리인상 보다는 향후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더욱 빠르게 가져갈 것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연준은 이번 회의를 통해 발표한 점도표에서 금리인상 횟수를 연 3회에서 4회로 확대할 것을 시사했다. 하반기 두차례 추가 금리인상이 있을 것이란 예고다.
연준이 금리인상 '액셀'을 밟기로 한 것은 최근 호조를 보이고 있는 미국의 경제지표를 근거로 한다.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7%에서 2.8%로 상향조정한데 이어 실업률은 연말 3.6%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긴축’의 시대를 끝낼 여건이 조성됐다고 본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 경기는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의 불황을 털어내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이같은 여건이 조성돼 있기 때문에 이번 FOMC에서 예고한 대로 두차례에 걸친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미 금리인상 영향 크지 않다"
정부는 미국의 이번 금리인상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은 14일 오전 고형권 기재부 제1차관 주재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이번 FOMC결과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과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고형권 차관은 "연준의 금리인상 직후 일시적인 주가하락, 금리상승, 달러화 강세는 나타났다”면서도 “이후 되돌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전반적으로는 시장 영향이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한국 미국의 금리 격차가 0.5%포인트까지 벌어진데 따른 자금유출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봤다.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 등이 금리 수준보다는 국내 경제 펜더멘탈, 기업실적 등에 좌우되고 외국인 채권자금의 경우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등 장기투자자의 비중이 60% 이상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급격한 자금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정부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진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날 오전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한 유광열 수석부원장은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종전 연 3회에서 연 4회로 가속화 할 것임을 시사함에 따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다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우리 금융시장은 한반도 긴장 완화 기대감에 힘입어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 한은, 금리인상 신중..시장에선 "한차례 인상 가능성"
정부가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해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금융시장 안팎에서는 신흥국 등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 역시 금리인상에 나설 수 밖에 없지 않겠냐는 전망도 있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리인상에 신중하다.
이주열 총재는 FOMC직전인 지난 12일 한국은행 창립 68주년 기념사를 통해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주열 총재가 금리인상에 대해 신중한 것은 15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를 비롯 국내 경제의 성장, 고용, 소득, 소비 등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올해 1분기말 기준으로 1468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가중될 경우 국내 경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가계가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이자부담이 커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소비도 줄어들게 된다"며 "결국 소비를 끌어올리는 데에 걸림돌로 작용하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진도 금리인상에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고용 문제가 일부업종의 업황 부진으로 이어지고 내수 부진이 장기화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통계청 등에 따르면 3개월 연속 취업자수 증가폭은 10만명대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통위원들 역시 국내 금리인상에 고용부진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분석한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고용악화가 심화되며 우리경제의 중장기적인 불확실성이 노동시장에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금융시장에서는 올해 하반기 한은이 한차례 베이비스텝 수준(0.25%포인트)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한은 입장에서는 국내 내수가 좀처럼 끌어올려지지 않는 점이 부담이 될 수는 있겠지만 미 연준이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이어나가기에는 부담이 될 것"이라며 "하반기중 한차례 금리를 올려 한미 간 금리격차를 0.75%포인트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채권시장 관계자도 "하반기 한은은 한차례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주목할 점은 금리인상의 속도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는 7월 12일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