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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시장 총량의 한계

  • 2020.10.12(월) 09:30

보험사가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한 의문이 많다. 금융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험사를 바라볼 때 '무엇인가 속여 돈을 벌지 않을까'란 의구심이 깊다. 하지만 감독기관의 존재와 여러 제도로 인해 기만하여 돈을 벌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보험사의 이익 또는 손실을 결정하는 것은 크게 보험수지와 투자로 구분된다.

보험수지는 보험료가 보험금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 또는 손실을 말한다. 위험률, 사업비, 이자에 대한 예상과 실제의 차이에 의해 손익이 정해진다. 예상한 위험률보다 사고가 더 많이 발생하면 거수 보험료보다 지급 보험금이 많아지기에 손해가 발생한다. 반대면 이익이 발생한다. 사업비와 이자도 동일한 구조로 보험사의 손익에 영향을 준다. 투자는 보험료 거수 시점과 보험금 또는 해지환급금 등의 지급 시점의 시간차를 활용하여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을 자산운용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모두 장기보험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것을 활용하여 수익을 내는데 장기보험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은 보험기간 1년 미만의 일반보험과 자동차보험을 운용한다. 이 둘은 위험률과 사업비의 차익과 차손은 존재하지만 보험수지에서 이자 차이와 투자를 활용할 수 없다. 따라서 이익을 좇는 기업인 보험사의 입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장기보험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보험사의 장기보험 집중 현상은 손해보험사의 성장 역사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된다. 90년대만 해도 한국에서 손해보험사는 자동차보험이나 일반화재보험을 운용하는 곳으로 인식되었다. 다만 자동차보험과 화재보험의 일부가 의무보험의 성격을 지니기에 별다른 노력 없이도 보유고객을 쉽게 늘릴 수 있었다. 특히 8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자동차 등록대수의 증가는 손해보험사의 고객 접점을 확대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이후 손해보험사는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제3보험으로 본격 진입했다. '사망보장 복층설계' 등의 컨설팅 기술을 차치하더라도 자동차보험 등 의무보험으로 접점을 유지하던 가망고객에게 장기보험인 제3보험을 중개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이는 손해보험의 급속한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 2010년 전후를 기점으로 손해보험사 순이익이 생명보험사를 따라잡기 시작한 것은 장기보험인 제3보험을 보유 고객에게 판매하며 확보한 장기 계속보험료의 기여가 크다.

장기보험의 보험료 납입은 일반적으로 평준식 보험료를 일정 납입기간 나눠서 납입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장기보험 계약이 늘어날수록 지속적으로 쌓여 보험사로 들어오는 계속보험료는 급속하게 증가한다. 앞서 살펴본 장기보험의 장점과 더불어 계속보험료의 매출 총량 증대 등으로 인해 보험사 입장에서는 해당 보험료 납입 구조의 장점이 극대화된다.

현재까지 장기보험의 모집 비중과 장기 계속보험료 수입에 있어 절대적인 역할을 대면채널이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누적한도가 있는 제3보험에 손해보험과 생명보험 모두 집중하고 있어 시장이 포화된 상태다. 여기에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유효 피보험자의 급격한 감소가 겹쳐지며 사람이 피보험목적인 장기 인보험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한국 보험 산업의 위축이 우려된다. 결국 최근 신계약을 살펴보면 기존 계약을 감액 또는 해지하여 새로운 계약을 만든 승환계약이 주를 이룬다. 체결 주체인 설계사에게는 수수료 이익이 발생하지만 산업 전체로 볼 때 포화된 시장에서 계약을 돌려 막는 느낌이 강하다.

이런 문제로 인해 장기보험의 성장 동력이 둔화되며 계속보험료 수익의 효율도 떨어진다. 승환계약의 비중이 늘어날수록 사업비 지출이 증가하고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실의 폭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대면채널보다 사업비가 적은 새로운 모집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신계약 비중과 장기 계속보험료 기여도가 높은 대면채널을 급격하게 위축시키는 전략은 보험사의 수익구조 근간을 흔들 수 있기에 대체 모집 수단의 확대에 있어 조심스러운 형국이다. 결국 시장 총량이 한계를 보이는 시기에 모집전략과 방법 변화에는 주의 깊은 출구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찌되었건 장기 인보험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성장한 한국 보험 산업이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는 시장 포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더 효율적인 채널을 탐색하고 있지만 기존 수익 구조를 갑작스럽게 변화시키기에는 주의해야 할 측면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보험 소비자의 피로도 증가다. 최고의 보험이라 설명 듣고 가입한 후 열심히 보험료를 납입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기존 계약이 부정되고 신계약을 제안 받는 경험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소비자의 피로도가 거부감으로 변할 경우 위기는 가속화 될 것이다. 단기 이익도 중요하겠지만 보험 산업의 미래를 위해 장기적 안목에서 소비자를 중심에 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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