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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가입심사도 '디지털'로 진화

  • 2021.01.20(수) 17:13

빗장 열고 핀테크와 협업 확대 …5분만에 심사완료
고객·보험사 '윈윈' 효과 …정보이용 불신 극복해야

보험사 고유 핵심 업무인 보험계약심사(언더라이팅)에 디지털을 접목하는 시도들이 늘고 있다. 기존보다 시간과 절차는 줄이고 손해율 관리는 더 정교화하는 효과가 기대되며 적용범위를 넓히는 모습이다.

특히 개별사의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는 언더라이팅 부분을 외부 핀테크 업체와 제휴해 진행하는 것은 '디지털화'로 인해 가능해진 부분이다. 보험사들이 디지털 접목을 시도하며 자체적인 기술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다소 폐쇄적이던 빗장을 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확대 기조가 보험업 전반에 반영되는 점 역시 디지털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 5일 걸렸던 진단·가입심사 5분으로 OK

보험에 가입할 때 병력이 있거나 건강한 것을 확인받아 보험료를 할인받기 위해서는 이를 증명할 서류를 제출하거나 검진을 받아야 한다.

보험사는 상황에 따라 ▲전화문진을 통해 고객 상태를 파악하거나 ▲병원의 진단서. 초진 기록지 등 서류를 요청하거나 ▲실제 방문검진(paramedic)을 통해 보험가입 여부를 결정한다.

특히 방문검진 시에는 보험사에서 파견한 간호사가 채혈, 채뇨, 심전도, 혈압 등을 체크해 결과를 보험가입 심사에 활용한다. 이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코로나19 상황에서 대면을 하는 것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병원을 방문해 진단을 받고 서류를 떼어 오거나 방문진단을 통해 보험가입 심사가 이뤄지기까지는 평균 5일 가량이 소요됐지만 디지털을 활용할 경우 5분이면 가능하다.

최근 삼성생명은 비대면으로 5분내 간편하게 보험가입 심사를 할 수 있는 '디지털진단 서비스'를 시작한했다. 핀테크업체 '투비콘'과 협업해 ‘모옴' 앱(app)을 설치해 공동인증 절차를 거치면 가입심사에 필요한 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이력을 제출해 방문검진을 대체할 수 있다.

앞서 디지털화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신한생명을 비롯해 중소형 보험사들이 고객유치와 서비스 확대를 위해 진행했던 부분이 대형사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지정대리인 제도는 기존 금융사 핵심 업무를 핀테크 업체가 시범 운영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는 제도다.

투비콘은 2018년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 지정대리인과 위탁테스트업체에 선정된 핀테크 업체다. 신한생명을 시작으로 오렌지생명, 하나생명, 동양생명, 흥국생명 등과 연이어 차세대 언더라이팅 시스템을 구축하며 현재 총 8개 생명보험사와 함께 이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입자는 복잡한 심사과정을 줄여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별도 채혈 등도 기존 건강검진 결과로 대체할 수 있다. 보험사 역시 심사과정에서 발행하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는 한편 건강검진 데이터를 통해 손해율 관리를 정교화할 수 있다.

노정한 투비콘 대표는 "가입자 입장에서는 채혈에 대한 거부감이나 위험성이 있고 (사람이 전달하기 때문에) 전달 과정에서의 변질이나 생체정보 유실 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며 "가입자는 이러한 부분들을 간편하게 대체할 수 있고 보험사 역시 많은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윈윈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방문검진은 현재 상태만 알 수 있어 질병 등으로 가입이 거절되는 경우도 있는데 건강검진 결과를 통해 해당 질병이나 상태가 지속적으로 호전되는 것을 확인할 경우 보험가입이 가능해 질 수 있다"며 "보험사는 이를 통해 개별 고객을 관리할 수 있어 보다 세세한 손해율 관리가 가능해지고 이를 통한 비용절감은 보험료 인하 등으로 다시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 정보 활용, 디지털에 대한 불신과 오해

건강정보는 민감한 정보인 만큼 소비자들의 불신과 오해도 많다. 현재까지 비대면 진단서비스 이용자는 1만명이 조금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회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전체 검진 가운데 10~15% 가량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가 늘고 있지만 고객입장에서 건강검진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이 있어 사용자가 아직까지 급속도로 늘지는 않고 있는 모습"이라며 "건강보험공단에서 정보를 가져오기 때문에 공동(공인)인증서로 인증절차를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도 일부 작용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인증절차가 간소화되고 있고 관련 규제가 완화돼 편리성이 확대되면 이용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고객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확대가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과도한 정보이용 등의 우려에 대해 선을 그었다.

업계 관계자는 "정보의 이용, 보유 목적이 '보험계약 심사와 유지'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보험계약이 체결되지 않거나 보험계약 해지 시에는 해당 정보를 곧바로 파기하도록 돼있다"며 "보험심사를 위해 정보를 받도록 한 만큼 이러한 고객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다른데 활용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지정대리인으로 선정되고 위탁테스트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부분을 철저히 검증했다"며 "언더라이팅에 필요한 데이터만 선별해 제공하고 고객들이 정보제공에 민감한 것을 알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 디지털화 협업 가속화 기대

디지털화는 향후 보험사 먹거리와 연계되는 만큼 보험업계는 디지털화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마이데이터 활성화로 건강정보 활용범위가 넓어질 경우 보험사가 사후적인 보험금 지급 서비스에서 벗어나 사전에 고객의 건강을 지키고 관리할 수 있는 '헬스케어' 서비스로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접목을 통해 인슈어테크 분야가 걸음마를 떼고 건강정보를 활용하는 헬스케어로 진일보하는 모습이다"라며 "아직까지 규제가 많지만 비대면이 확대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디지털화 협업이 증가하고 보험산업 변화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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