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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방치된 화재보험

  • 2021.02.15(월) 09:30

소속이 어디든 보험 설계사의 주된 관심은 질병 담보 중심의 제3보험이다. 이런 이유로 손해보험 전속 설계사도 화재보험을 등한시한다. 실제 화재보험 관련 교육이 부재하고 영업 관리자도 해당 보험종목의 매출을 신경 쓰지 않는다. 이 때문에 화재보험 설계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설계사도 적다. 그런데 사람이 피보험목적인 인보험 시장의 포화와는 대조적으로 화재보험의 잠재 시장은 계속 성장 중이다.

우선 주택화재보험 시장을 살펴보면 1인 가구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대가족에서 핵가족을 지나 1인 가구가 보편화되면서 발생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2019년 통계청 인구총조사를 살펴보면 약 614만이 넘는 1인 가구가 존재한다. 이들이 거주하는 방법과 주택 형태는 다양하겠지만 주로 임차인의 지위로 추정된다. 전세나 월세 등 임대차계약이 성립된 주택(건물)에는 원칙적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각각이 자신을 위한 화재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만약 임대차계약의 쌍방 중 한 쪽만 화재보험에 가입한 채 미가입 측의 과실로 화재사고가 발생하면 상대방 보험사로부터 구상 소송의 대상이 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양측 모두 스스로를 위한 화재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화재보험에 대한 모집 시장의 무관심을 반영하듯 주택화재보험의 가입 비율은 낮다. 보험개발원의 2010년 연구에 따르면 화재보험 가입 추정치는 32.3%에 불과하다. 이도 특수건물로 단체화재보험 가입이 의무화된 아파트의 55.6%가 반영된 평균값이라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다세대 주택 등의 가입 비율은 상당이 낮다.

1인 가구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이들이 거주하는 주택을 대상으로 한 주택화재보험의 잠재 시장 규모도 성장할 것이다. 특히 최근 주택화재보험은 가전제품 수리비를 보상하거나 일생생활의 만능 특약이라 불리는 '일상생활배상책임' 등을 품고 있기에 화재사고가 아닌 상황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또한 임대차계약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많아지고 있는데, 관련 소송의 일부 비용을 보상하는 특약도 존재한다. 이처럼 1인 가구의 증가는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사망보장 등을 후퇴시키지만 주택화재보험 등 새로운 잠재 시장을 확대시킨다.

주택 아닌 건물의 화재보험 시장도 성장 중이다. 저출산 고령화가 겹쳐 인구가 줄어들고 연령 언더라이팅으로 인해 고령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인보험 시장을 보면 답답함이 앞선다. 하지만 법인과 개인사업자는 줄어드는 인구와 비교 증가 중에 있다.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2019년 개인사업체와 법인을 포함한 사업체 총 수는 약 417만개가 넘는다. 이는 2018년과 비교 약 7만2000개가 증가한 것이다.

일반화재보험은 화재사고의 배상과 보상을 기본으로 사업 운영 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배상책임 특약을 포함한다. 또한 보장보험료 전액은 비용처리가 가능하기에 사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가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특히 관련법에 따라 여러 배상책임 약관의 일부가 의무보험이기 때문에 접근하기에도 쉽다. 하지만 화재보험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해 일반화재보험의 잠재 시장이 성장 중이지만 방치된 경우가 흔하다.

화재보험의 무관심은 가입률에서도 확인되지만 가입을 한 경우에도 잘못된 경우로 이어진다. 대리자의 손으로 이뤄지거나 현장 방문 없는 설계 등이 보편적으로 행해져 화재사고 및 각종 배상책임 사고 시 보험금을 둘러싼 분쟁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또한 화재보험은 상법 제652조 계약 후 알릴의무 이행이 가장 중요한 보험이다. 따라서 계약 체결보다는 만기까지 관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평균 5년 내외의 장기 화재보험의 보험 기간 중 단 한번의 변경 설계 없이 방치된 계약이 다수다. 이로 인해 사고 후 보험금이 필요한 순간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잠재적 문제가 존재한다. 이런 화재보험 계약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인보험 시장이 축소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다른 보험 종목으로 고객의 신뢰를 얻어 인보험으로 접근하는 우회기동전략이 요구된다. 생활 밀착형 특약을 품고 있는 주택화재보험이나 사업상 반드시 필요한 각종 배상책임 특약을 담은 일반화재보험으로 접근하면 가망 고객과 쉽게 소통할 수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신뢰를 얻어 인보험을 포함한 다른 보험종목을 점검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특히 화재보험의 전문성을 갖춘 설계사가 드물고 방치되어 잘못된 계약이 많기에 조금만 노력하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축소되는 시장이 아닌 성장하는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개별 설계사와 그들이 모인 대면채널이 도약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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