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마이데이터(My Data) 시대가 열린다. 쌓이는 것에서 모으는 것으로, 보호에서 활용으로, 의사결정의 보조 수단에서 핵심으로 데이터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21세기 원유'에 비유되는 데이터의 주도권 역시 개인으로 넘어가게 된다. 금융권에선 특히 카드사들의 약진이 기대된다. 결제 데이터라는 노다지를 가진 카드사들이 다른 데이터들까지 손에 넣으면 데이터 융합에 날개를 달 전망이다. [편집자]
'고객님의 통신료 납부정보를 신용조회회사에 제출하면 신용점수가 상승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정보를 제공하시겠습니까?' 최근 김비즈 씨가 한 은행 앱을 통해 받은 푸시 알람이다. 간단한 절차를 거쳐 납부정보를 보낸 김 씨는 신용점수가 100점이나 올랐다. 은행 앱에선 곧바로 대출한도가 1억원으로 늘어났다는 알람이 왔다.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많아진 이워치 씨는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자주 이용하다 보니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자 카드사 앱에서도 식비를 줄이라고 경고음을 냈다. 이 씨는 항목별 지출 온·오프 기능을 사용해 배달 앱 결제를 아예 잠가버렸다.
김 씨와 이 씨 사례는 이제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오는 8월 4일 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리면 조만간 현실화할 수도 있다. 마이데이터는 2011년 영국에서 만들어 낸 신조어로, 금융권에서는 본인신용정보관리업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개인이 자신의 금융정보를 취합할 수 있는 권리를 기업에 위임하면 기업은 이를 토대로 그 정보를 모아 맞춤형 서비스를 추천하는 식이다.
가령 개인이 은행이나 카드사, 보험사, 핀테크 등에 보관하고 있는 다양한 내 데이터(정보)를 '특정 은행에 공개하겠다'라고 결정하면 이들 금융기관과 통신사는 각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이 은행에 제공해야 한다. 각종 금융사와 기관에 흩어져있던 데이터들이 마이데이터를 통해 한 번에 묶이게 되는 것이다. 개인의 예금·적금·대출·투자상품(여·수신 및 금융 투자)은 물론 가입 상품·대출(보험), 월 이용정보·카드대출·포인트(카드), 선불 발행정보·거래내용·주문내용 정보(전자금융) 등 데이터가 모두 해당된다.
여기서 부가서비스가 창출된다. 마이데이터 인가를 받은 28개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들이 마이데이터 앱을 출시하면 한 앱에서 본인의 은행 이자와 증권 수익률 현황, 보험 가입 내역 등 모든 금융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데이터를 다 같이 볼 수 있게 되면 결제와 투자정보를 분석해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현금 흐름을 추정해 연체 예측 및 미납 방어, 연말정산 지원 등 생활금융 관리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생애주기별 자산관리 서비스 출시도 예상된다. 사회 초년생, 은퇴자들에 특화된 서비스로 정보 주체의 연금 자산 현황과 예상 수령 금액 등을 파악해 자산 설계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스타트업인 뱅크샐러드가 이미 일부 선보인 서비스이기도 하다. 하지만 8월부터는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은 기업들만 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가 기존 스크래핑(데이터를 긁어오는 기술) 방식보다 안전한 표준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토록 하고, 스크래핑은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카카오페이 등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지 못한 기업들이 기존 자산관리 서비스를 일부 중단한 이유다.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으로 생성된 데이터를 직접 관리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메리트다. 과거에는 대기업들이 데이터를 독점했다. 개인은 자신의 쇼핑정보나 금융활동 내용이 어떻게 분석되고 기업이 그걸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시작되면 정보 주체인 개인이 본인의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관리·통제할 수 있게 된다. 서비스에 동의한 이후에도 거부나 철회를 할 수 있고, 서비스 탈퇴도 쉬워진다. 탈퇴 이후에는 저장된 신용정보도 완전히 삭제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각 회사들이 마이데이터 사업을 위해 상당히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데이터를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면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가 속속 나올 수 있다"면서 "그러면 금융산업에서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