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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데 여전히 어정쩡한 암호화폐

  • 2021.07.01(목) 08:17

[선 넘는 금융]금융권 암호화폐 딜레마①
잇단 사건·사고에도 여전히 법 사각지대
정부 방침 따라 금융권도 어정쩡한 입장

올해 들어 암호화폐 열풍이 다시 불고 있지만 불확실성도 '역대급'으로 치닫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가 폭증하고, 가격이 하루에도 수십%씩 등락을 거듭하면서 사건과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암호화폐를 비롯한 가상자산은 여전히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정부가 관리방안을 내놓긴 했지만 가상자산은 자산이 아니라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그러다 보니 암호화폐 거래 과정에서 직간접으로 엮일 수밖에 없는 금융권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투자자 보호 역시 방치 상태에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가상자산

올 들어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락을 거듭하고, 투자 규모도 급격히 커지면서 이에 따른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불공정 행위도 난무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말 한마디에 암호화폐의 가치가 요동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머스크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보유 사실을 알리면서 앞으로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밝혀 기대감을 부풀렸다. 

만약 비트코인을 금융상품이라고 치면 머스크의 발언은 일종의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한다. 이 경우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3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참여해 "(일론 머스크의 행위는) 한국 주식이었다면 사법처리 대상"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개인방송 플랫폼인 아프리카TV에서 일부 BJ들이 특정 코인을 미리 사둔 뒤 방송에 이 코인을 홍보하면서 문제가 됐다. 이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주식리딩방과 비슷한데 일종의 선행매매에 해당한다. 자본시장법은 선행매매 시 1년 이상의 징역 혹은 이로 인해 얻은 이익의 3~5배에 상당하는 벌금형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거래소들 역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내 대표 가상자산거래소인 업비트가 24종의 가상자산을 상장폐지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업비트는 지난 18일과 24일 두 번에 거쳐 24종 가상자산의 상장폐지를 예고한 뒤 28일 실제로 조치를 취했다.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는 대부분 그 주식이 휴지조각이 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암호화폐 역시 비슷하다. 그런데도 업비트가 상장폐지 근거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서 논란을 낳았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정부 관리안에 '가상자산'은 없다

그러자 정부는 지난달 8개 부처 공동으로 가상자산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관리방안을 세우고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도 마련했다. 

정부는 또 가상자산은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인정하기 어렵고 가치를 보장할 수도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법적 테두리에 없는 자산인 만큼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내 가상자산 주무부처는 금융위원회다. 금융위는 가상자산 거래투명성 제고를 위한 가상자산 사업자 관리·감독 및 제도 개선, 자금세탁방지 등의 역할을 맡았다.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공정하게 거래하고 있는지, 자금세탁 용도로 악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감독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새롭게 마련한 특금법도 가상자산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금세탁 방지 등에 초점을 맞춰고 있다. 그런데 정작 암호화폐 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불공정 행위에 대한 대책은 빠졌다. 정부 입장에선 가상자산은 자산이 아닌 만큼 이에 따른 규제도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 주요 경제부처 수장들은 잇달아 "가상자산은 자산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암호화폐를 거래하면서 문제가 발생해도 사기가 아닌 이상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자산 사건·사고와 관련해 수사를 받는 법적 이유는 대부분 사기"라며 "일부가 수익률 보장 등과 같은 문구를 써서 유사수신으로 검거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 외에는 법적으로 제한이 없다고 봐도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금융권 역시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암호화폐 거래 과정에서 다양하게 엮일 수밖에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 상태을 이어가고 있다. 

은행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자산을 어떻게 은행이 자산으로 인정할 수 있겠느냐"며 "거래 규모도 크고 은행의 수익성 다변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법률상 근거가 없는 자산을 자산으로 인정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국회에선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편입해 자본시장법과 비슷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일례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가상자산의 불공정 거래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가상자산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발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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