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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코로나]일상업무 되찾는 은행, 일부는 추억 속으로

  • 2021.11.09(화) 06:40

비대면 거래 확대·비용절감에 지점 통폐합 지속
은행지점 자산관리 집중…소형화·협업으로 대체
본부부서 분산근무 비중축소…"코로나 이전으로"

지난주부터 일상회복을 위한 새로운 방역지침인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가운데 은행권은 코로나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갈지에 대해 고심하는 모습이다. 우선 코로나19 확산 당시 전국 각지의 은행 영업점이 문을 닫은 경험이 있는 터라 여전히 강도 높은 방역 지침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더라도 과거와 똑같은 영업점의 모습을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운영 방침을 전면 개편하고 있어서다. 주요 거점을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자산관리 전문센터로 변신시키고 그 외 지역은 유통업계와 협업을 하거나 소규모 무인 점포를 확대해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코로나 유행하는 사이 확 바뀐 영업점

현재 은행들의 영업시간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종전 9시부터 4시까지의 영업시간을 한시간 단축해 운영하면서다. 위드코로나가 시작됐지만 아직 은행들은 현재 은행영업시간 조정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지점에 확진자가 발생하면 해당 영업점이 셧다운에 들어가고 이로 인해 대고객 응대는 물론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며 "은행은 신뢰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확진자가 아직까지 많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영업시간을 다시 원상복귀하기는 쉽지 않으며 은행연합회에서 정하는 방안을 따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순 영업시간 뿐만 아니라 은행 영업점의 모습도 크게 바뀌었다. 과거의 경우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시간은 직장인의 점심시간에 몰려있어 전직원들이 상주해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이 영업점을 찾는 고객이 준 것은 물론 금융노조를 중심으로 은행 영업점 창구 직원들의 점심시간 휴게시간 보장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달라졌다.

이제는 점심시간에 은행을 방문해도 모든 직원이 영업창구에 앉아 있지 않은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당장 일부 지방은행 소규모 지점은 직원들의 점심시간을 일괄로 지정해 아예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 

은행권은 앞으로도 은행 창구가 예전처럼 북적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금융거래가 더욱 빠르게 확산하면서 대면 영업에 공을 들일 이유가 없어서다. 오히려 은행 영업점 운영으로 인한 인건비, 건물 임차비용 비용이 들어 역마진이 나는 지점까지 나오고 있다. 당장 내년초 은행권에서는 약 100여개 은행점포가 인접 지점과 통폐합 계획이 수립돼 있는 상황이다.

은행 관계자는 "이제 창구를 방문해도 오히려 모바일 뱅킹 사용을 통한 금융거래를 유도하고 있다"며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 되면서 은행 영업점 필요성이 줄어들었고 그만큼의 비용절감을 위해 지점 통페합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지주가 내년 7월 문을 열 '압구정 플래그십 PB센터' 조감도. /사진=KB금융지주 제공

은행지점은 이제는 자산관리 센터로

은행 지점은 위치한 지역 내에서 일종의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주요 거점 지역의 은행은 종합자산관리 센터로 변모시켜 대면영업이 필수로 요구되는 자산관리 분야 등에 집중시킨다는 방침이다. 특히 은행뿐만 아니라 계열사 전체의 역량을 한군데 모은 이른바 복합점포를 확대 지주차원에서 모색하고 있다.

실제로 은행들은 영업점을 필두로 하는 자산관리 복합점포 구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의 'GOLD&WISE', 신한은행 'PWM센터', 하나은행 '골드클럽'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 영업점은 지난 2015년 금융위원회가 한 곳의 영업점에서 증권, 보험사의 상품을 함께 판매할 수 있는 복합점포 설립을 허가한 이후 대면 자산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 설립된 브랜드다. 일선 영업점의 통폐합이 가속화 되고 있지만 복합점포는 오히려 늘고 있다. 이제 은행 영업점은 자산관리를 위한 대면 접점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KB금융지주가 내년 7월 'KB금융지주 압구정 플래그십 PB센터'를 열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7층 높이 건물을 모두 사용하게 될 예정인 이 PB센터는 고객 자산관리에 초점을 맞춘 대면영업을 진행한다. 여기에는 KB국민은행, KB증권 등 계열사의 자산관리 전문가들을 배치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기존 간단한 은행업무를 수행하는 오프라인 이종업계와의 협업이나 스마트 ATM기 등을 통한 소규모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당장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GS25, BGF리테일과 협업을 맺고 편의점과 은행이 융합한 새로운 모델의 영업점을 오픈했다. 

은행 관계자는 "스마트 ATM기에서 거의 모든 은행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되면서 이를 배치한 지역은 지점을 소규모화 해도 업무처리에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시작한 편의점과의 공생관계는 고객들이 시간 제약없이 쉽게 방문할 수 있고 지점 폐쇄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은행권에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 본부 부서는 코로나 이전 복귀 준비중

은행 영업점은 코로나19 이전 모습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본부부서의 경우 과거로의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일단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면서 분산근무와 재택근무 비중을 줄였거나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그간 은행들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직원들을 한 곳에 모으지 않고 여러곳에서 업무를 보게하는 분산근무 제도를 유지해왔다. 은행마다 다르지만 30~40%가량의 직원을 분산근무 시켰다. 은행은 다루는 데이터 특성상 지정된 공간이 아니면 업무를 볼 수 없는 만큼 재택근무보다는 분산근무 제도를 장려해 왔는데, 이 비중을 줄인다는 말이다.

은행 본부부서 한 관계자는 "분산근무의 경우 팀원간 소통이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었다"며 "위드코로나가 시작됐으니 이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고 예전과 같은 형태로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IT 업권을 중심으로는 재택근무가 확산됐지만 은행은 고유의 특성상 재택근무 문화가 자리잡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객 금융정보를 이용하는 만큼 지정된 장소가 아니면 내부 업무시스템에 접속하기 어렵게 정부차원에서 이를 제한하는 망분리 규제 때문이다. 

일단 금융당국이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임직원이 보안 인프라가 적용된 단말기를 통해서는 외부에서도 사내 업무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긴 했지만, 보안의 중요성이 높은 만큼 제한된 부서에서만 시행해 사실상 재택근무가 보편화 되지는 않았다.

앞선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 전후로 따져봐도 은행원의 재택근무 도입은 쉽지 않은 문제일 것"이라며 "금융당국에서 망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 언급하긴 했지만 자리를 잡는데는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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