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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뒷걸음질의 연속…변액보험에 '또' 발목

  • 2021.11.18(목) 06:55

[워치전망대]삼성생명
3Q 순익 1290억, 전년비 59.30%↓
금리·주가 하락에 보증준비금 급증

삼성생명이 2분기 연속 뒷걸음질쳤다. 올 1분기 삼성전자 특별배당 덕분에 유례없는 이익을 냈지만 2분기 이후 일회성 요인이 사라지면서 전년 대비 이익이 절반 이상 급감하는 '어닝쇼크'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3분기 부진 역시 주가 하락과 금리 상승으로 변액보험 보증준비금이 900억원가량 발생한 탓이다. 변액보험의 경우 투자자산 가치가 하락하면 보험사는 위험보장에 따른 보험금 준비액을 더 쌓아야 한다. 1분기 호실적 덕분에 연간 손익은 방어했지만 삼성전자 주가 하락, 대주주 오버행 이슈로 주가는 연저점까지 추락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변액보증손실 920억…즉시연금 소송 추가 적립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올 3분기 별도 당기순이익 1290억원을 거뒀다. 전분기(770억원) 대비로는 67.5% 증가했지만 전년동기(3170억원)와 비교하면 59.30% 하락한 수치로, 개별 기준 2분기 연속 전년동기대비 이익폭이 감소했다. 시장 컨센서스였던 2533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어닝쇼크 수준이다.

3분기 별도 영업이익은 1337억원으로 전분기 335억원 대비 299.1% 급증했다. 하지만 전년동기(3746억원)에 견주면 64.3% 쪼그라들었다. 3분기 별도 매출액은 9조977억원으로 전분기 8조2597억원, 전년동기 8조579억원과 비교해 각각 10.1%, 12.9% 증가했다.

주가와 금리하락으로 변액보증준비금이 늘어난 게 3분기 실적 발목을 잡았다. 생명보험사들은 지난해 4분기에도 변액보증준비금 탓에 실적이 곤두박질친 바 있다. 김현환 삼성생명 재경팀장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 3분기 개별 순익은 주식시장 하락에 따른 변액보증 손실(-920억원), 즉시연금보험 소송부채(-110억원) 추가 적립 및 사회공헌기금 적립액(-200억원) 증가 등 비경상적인 요인으로 전년동기대비 감소했다"라고 말했다.

변액보증 손실은 수수료 수익 605억원, 준비금 적립부담 1300억원, 파생상품 헤지 손실 233억원으로 구성됐다. 생명보험사가 판매하는 변액보험은 판매 시점의 예정이율(보험료를 결정하는 이율)보다 금리나 주가 하락 등으로 투자수익률이 떨어지면 그 차액 만큼을 보증준비금으로 쌓아야 한다. 변액보증준비금 규모가 늘어나면 그만큼 순이익이 깎이게 된다.

실제 변액보증 준비금 적립 기준이 되는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올해 6월말 1.739%에서 9월말 1.929%로 19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금리 상승은 채권값 하락을 의미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3296.68에서 2999.52로 227.86포인트 하락했다.

여기에 삼성생명은 최근 즉시연금보험 소송에서 이례적으로 승소했음에도 관련 부채를 더 쌓았다. 즉시연금보험은 보험료 전액을 가입 시 한 번에 납입하고, 다음 달부터 매월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하지만 연금 지급 개시 후 가입자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연금을 받았다며 덜 받은 연금액을 지급하라고 보험사에 요구하면서 분쟁이 발생했고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금융투자업계는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관련 익스포저(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금액)를 4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어 현재 누적 소송부채 약 2890억원은 70%가량만 선반영된 것이다. 이는 올 4분기 이후에도 실적 하락 요인이 상존하고 있음을 뜻한다.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그래픽=비즈니스워치

연저점 찍은 주가 어디로? 

올 4분기부터는 보험손익(사차이익+비차이익)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사차익은 올 3분기 1580억원으로 전년동기(2180억원) 대비 28%나 감소했다.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의료이용 감소 기저효과가 발생한 데다, 실손보험 외 생존담보의 손해율이 전년동기대비 8% 상승한 영향이다. 사차익은 위험보험료와 사고보험금 차액에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보험사가 위험률 등을 잘 관리해서 고객에게 거둔 보험료보다 적은 보험금을 돌려줘 남게 되는 이익을 뜻한다.

무엇보다 주가 부양이 문제다. 지난 11일 실적발표 이후 증권가에서는 삼성생명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조정했고, 같은날 삼성생명의 주가는 6만5700원(종가 기준)으로 연저점을 찍었다. 연초 7만8000원을 기록했던 삼성생명의 주가는 5월3일 8만8900원으로 연고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작년 이후 삼성생명의 모멘텀(상승 동력) 중 하나였던 삼성그룹 관련 이슈가 사실상 소멸한 탓으로 분석된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험업법 개정안에 따른 계열사 지분 매각 기대감, 오너 상속 이슈 등이 주가를 상승견인했으나 최근에는 반도체 싸이클 둔화에 따른 삼성전자 주가 하락, 대주주 오버행(잠재 매도물량) 리스크 발생으로 그룹관련 악재가 더 부각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3.46% 중 절반에 해당되는 1.73%에 대해 처분신탁을 체결한 점은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올 초 이서현 이사장은 삼성SDS 주식 150만9430주(2362억원)와 삼성생명 주식 345만9940주(2470억원)에 대해 KB국민은행과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아버지인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받은 유산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한편 올 1~3분기 삼성생명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2938억원으로 전년동기(9951억원)대비 30.0% 증가했다. 올 1분기 8000억원 규모의 삼성전자 특별배당 등 이차손익이 든든히 받쳐준 덕분이다. 이 기간 누적 영업이익은 1조5016억원, 누적 매출액은 27조3001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5.6%, 5.9%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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