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씨티은행, 거꾸로 가는 실적…기업금융 본격 시험대

  • 2021.11.19(금) 07:37

[워치전망대]한국씨티은행
3Q 순익 205억…소매금융 철수 여파로 위축
향후 주력할 기업금융 순익 전년대비 부진

한국씨티은행이 3분기에도 부진한 실적 행보를 이어갔다. 분기 순익 흐름상 우하향세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소비자금융 부문의 단계적 폐지가 확정된 후 나온 성적이어서 더 뼈아프다. 

향후 기업금융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만큼 기업금융 실적 추이가 더 중요하지만 전년 대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며 아직 갈길이 먼 상태다. 게다가 당장은 대규모 희망퇴직금 지급에 따른 일회성 손실 우려가 씨티은행을 무겁게 짓누를 전망이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그래픽=비즈니스워치

우하향 곡선 타는 분기 순익

19일 씨티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 205억원의 연결 순익을 기록했다. 전분기보다 100억원 이상 감소하고 전년 동기대비로는 71.1% 줄어든 수치다. 총수익 역시 전년대비 14.5% 줄어든 2564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지난해 986억원에서 266억원으로 급감했다. 

씨티은행은 조달비용이 증가하고 저수익 유동성 자산 증가로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한 탓에 이자수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비이자수익 역시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관련 이익과 부실대출채권 매각 이익 감소로 전년동기 대비 줄었다.

비용 역시 늘어났는데 임금상승에 따른 인건비 증가와 해외계열사 용역비가 증가하면서 종업원 급여와 일반관리비가 전년대비 18.6% 뛰었다. 그나마 3분기 대손비용(174억원)이 24.1% 감소하면서 실적을 일부 방어했다. 

대출과 예수금 모두 전년대비 늘긴 했지만 예수금 증가폭이 더 커 예대율이 감소했다. 하반기 이후 대출 규제 여파와 함께 대출증가 수혜를 크게 누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의 9월말 고객대출자산은 8.3% 증가한 25조8000억원, 예수금은 10.6% 증가한 30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9월말 현재 예대율은 83.3%로 지난해 93.89%는 물론 2019년 85.69%보다 낮은 수준이다. 

씨티은행은 현재 소비자금융 부문의 매각이 무산되며 단계적 폐지 수순을 밟는 상황으로 3분기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모습이다. 유명순 씨티은행장은 "이번 분기 실적은 한국씨티은행이 직면한 도전적인 영업환경이 반영된 결과"라며 "단계적 폐지 과정에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기업금융 따로 떼어봐도 불안

이에 따라 향후 주력할 부문인 기업금융의 실적 추이에 더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유명순 행장도 "한국에서 선도적 위치에 있는 기업금융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계속하고 기업고객들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글로벌 경기 회복 등으로 기업금융 부문의 고무적인 신호를 감지하고 있다는 유행장의 발언과 대조적으로 당장 3분기 기업금융 실적만 놓고보면 안심할 상황은 못된다. 씨티은행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고객에 대한 여수신, 수출입업무, 유가증권 및 파생상품 운용업무가 포함된 기업금융 이익은 1071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1558억원보다 부진했다. 

씨티은행은 소매금융 철수에 따라 중소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커머셜사업부문을 기존 개인·커버셜사업 부문에서 기업금융 부문으로 변경해 기업금융 손익에 이를 포함시켰다. 이에 따르면 기업금융과 소비자금융, 신용카드 3개 영업부문의 분기순익은 10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10억원에서 37%가량 급감했다. 

다만 소비자금융과 신용카드는 나란히 적자를 지속하거나 적자전환하면서 기업금융만 순익을 내는 구조는 소매금융 부분 철수에 대한 명분을 제공한다. 각 부문 자산 역시 기업금융은 지난해 3분기 24조원에서 31조원으로 뛰었고 소비자금융과 신용카드는 나란히 감소세를 탔다.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영업부문별 손익 구성상 기업금융 비중을 고려할 때 소비자금융 폐지 과정에서 나타날 실적 변화 수준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씨티은행이 기업금융을 얼마나 강화할지에 대한 수준을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씨티은행의 기업금융 네트워크가 개인고객 기반과 연계되지 않은 독자적인 영업기반이라 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고객 기반 상실에 따른 기업고객 기반 위축이 일정 부분 나타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연간순익 부진 예상, 대규모 퇴직금 비용 대기

결국 향후 기업금융 부문에서 가시적인 실적 호전 여부가 관건인 가운데 지난달 말 실시한 희망퇴직 신청자가 2300명에 달하면서 일회성 비용을 털고 가는 것이 일단은 급선무로 지목된다.

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 부문 매각 추진에 앞서 1인당 최대 7억원의 특별퇴직금을 제공하는 희망퇴직 접수를 받았고 2300명이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속연수 3년 이상의 희망퇴직 대상자 3400여명 가운데 절반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이번 특별퇴직금에 더해 기존 퇴직금을 합할 경우 인당 10억원 이상을 받는 직원도 있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인당 7억원으로 단순 계산할 경우 퇴직금 비용만 최대 1조5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이와 관련 주요 외신에 따르면 씨티그룹이 규제당국에 제출한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소비자금융 부문을 철수하기 위해 최대 15억달러(약 1조8000억원)를 지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의 경우 이미 전년 대비 연간순익 감소가 점쳐지는 가운데 퇴직금 비용을 올해 안에 털고 갈 경우 적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1878억원의 순익을 냈고 3분기 누적 순익은 10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11억원) 대비 37% 감소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