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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윤종규, 부회장들 업무 순환시킨 속내는

  • 2021.12.30(목) 09:25

2022 조직개편…핵심 사업 4개로 분할
3명 부회장 순환 배치해 총괄 맡겨
박정림 자본시장 총괄…차기 후보군에 가세

KB금융지주(회장 윤종규·사진)가 2022년을 이끌어갈 조직 개편을 마무리했다.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은 그룹의 핵심 사업을 4개 비즈니스 그룹으로 나눠 이를 차기 회장 후보군에게 각각 전적으로 총괄하도록 한 것이다. 

특히 이번에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군에게 업무를 분장하면서 이전에 맡아왔던 것과 다른 분야를 총괄토록 한 점이 눈에 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2023년 11월까지다. 차기 수장 후보들에게 그룹의 핵심 사업을 두루 경험하도록 함과 동시에 종합적으로 성과를 내는 인물을 중용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4명을 같은 출발선에 세웠다는 의미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지난 28일 지주의 조직개편을 마쳤다.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은 그룹 사업을 4개의 비즈니스 그룹으로 묶은 것이다. 각각 △개인고객부문, WM(자산관리)/연금부문, SME(중소상공인)부문 △글로벌부문, 보험부문 △디지털부문, IT부문 △자본시장부문, CIB(기업투자금융 부문)이다. 

4개 비즈니스 그룹은 올해 임기 종료 이후 지주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허인 KB국민은행장,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과 양종희 KB금융지주 현 부회장 그리고 내년 KB금융지주 총괄부문장을 겸직하게 된 박정림 KB증권 사장이 나눠서 맡게 된다.

구체적으로 허인 행장은 개인고객부문, WM/연금부문, SME부문을 담당하며 이동철 사장은 글로벌부문, 보험부문을 맡는다. 양종희 부회장은 디지털부문, IT부문을 총괄하며 박정림 KB증권 대표는 자본시장부문, CIB을 담당한다. 

최근 금융지주들은 주요 계열사 대표에게 지주 내 핵심 사업을 부문별로 나눠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총괄토록 하는 겸직 체계를 갖추고 있다. 향후 지주 내 요직으로 승진 혹은 자리를 옮길 경우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당 부문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겸직 역할도 현재 맡고 있는 계열사의 핵심 사업이 지주 내 전체 사업과 연관이 깊도록 해 전문성을 더욱 키울 수 있도록 유도했다. 

KB금융지주 역시 올해까지만 하더라도 허인 행장에게는 지주 디지털혁신부문장을 맡겨 그룹의 디지털 전환 추진을 총괄시켰다. 지주 디지털 전환에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이 선두에 설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이 개인고객부문장을 맡은 것도 카드사가 개인 고객의 중요도가 가장 높은 업권이기 때문이다.

양종희 부회장은 보험과 글로벌 부문을 총괄토록 했는데 그는 직전 KB손해보험을 진두지휘한 경험이 있다. 박정림 대표는 KB국민은행에서 부행장으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자산관리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높다는 평가가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KB증권 대표에 올랐다. 박정림 대표는 이를 바탕으로 지주 자본시장부문을 총괄하기도 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주목할 부문은 이번 조직개편에서 차기 회장 후보군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3명의 부회장단의 업무를 순환시켰다는 점이다.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기르게 하기보다는 지주 내 핵심 사업을 3명의 부회장단이 두루 경험토록 하기 위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의중이 담겨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KB금융 조직개편의 핵심은 전반적인 조직개편뿐만 아니라 차기 회장 후보군에 오른 3명의 부회장들의 업무를 순환시켰다는 점"이라며 "그룹 내 핵심사업을 두루 경험하게 함과 동시에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명백히 한 인사"라고 평가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박정림 KB증권 대표에게 지주 내 자본시장부문을 온전히 총괄시켰다는 점이다. 그간 KB금융지주는 KB증권을 박정림, 김성현 각자대표 체계로 이끌어왔다. 그리고 박정림 대표에게는 WM(자산관리)부문, 김성현 대표에게는 IB(투자은행)부문을 각각 맡긴 바 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박정림 대표는 지주 내 자본시장부문을, 김성현 대표에게는 CIB사업 부문을 총괄하도록 해왔다.

그런데 이번 조직개편에서 KB금융지주는 박정림 대표에게 총괄부문장 역할을 맡기면서 자본시장과 CIB를 모두 총괄하도록 했다. 그룹의 투자, 자산운용과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을 일임한 것이다. 박 대표는 그간 KB국민은행 WM부사장, WM그룹 부행장, KB금융지주 WM총괄 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WM 분야에서는 잔뼈가 굵은 인물로 WM에 대한 전문성은 높다.

하지만 이번에 그간 상대적 약점으로 지목되던 CIB부문도 함께 맡기면서 IB부문에 대한 책임도 심어준 것이다. 영역을 넓힌 만큼 차기 주요 경영진 후보군에 들어가도록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B증권 대표로 추가 연임함과 동시에 지주 내에서도 자본시장 부문을 총괄하게 되면서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고 본다"며 "주력 계열사인 은행에서도 경험을 오랫동안 쌓아왔고 KB증권에서도 경영능력을 보여준 만큼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봐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 KB금융의 차기 회장 후보 구도 경우의 수가 더 많아진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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