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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경고에 돈 벌수록 눈치보는 은행, '좌불안석'

  • 2022.06.23(목) 11:03

윤 대통령 "금융 이자부담 덜어줄 방안 강구해야" 
올해 순이익도 역대 최고 전망…금리인하 딜레마

정부의 연이은 경고에 금융사 처지가 곤란해졌다. 주 수익원인 이자수익에 대해 정부가 "합리적 금리 운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며 자체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나선 까닭이다.

특히 고공행진하고 있는 실적이 오히려 부담이다. 은행을 필두로 한 금융사들의 실적 성장은 금융소비자들의 이자비용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은행들도 자체적으로 대출상품 금리를 낮추는 등 대출자산 확대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금융사에 대한 정부 압박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금리 압박 나선 대통령‧금융당국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금리 상승기에 금융소비자 이자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금융사가 협력해야 한다"며 "취약계층 부담을 덜어줄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말했다.

같은 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들은 금리를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대출금리 급격한 인상시 연체가 우려되는 차주 등에 대해선 해당 은행의 다른 저금리대출로 전환하거나 금리조정 폭과 속도를 완화해주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며 은행들의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 연착륙을 위한 자발적 참여도 주문했다. ▷관련기사: '코로나 출구지원 은행도 나서라' 이복현 금감원장의 주문(6월20일)

이처럼 윤석열 정부가 금융사를 압박하고 나선 것은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 확산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주요 국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서다. 우리나라 역시 미국의 금리 인상에 맞춰 당초 예상보다 기준금리 인상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영향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면 금융소비자들의 이자 부담이 급증한다. 실제 가계부채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주택담보대출의 시중은행 금리는 4% 중반에서 6% 중반까지 형성돼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두 배 이상 뛰었다. 그만큼 이자부담도 증가하게 된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늘어난 이자는 은행들의 이자수익으로 이어진다. 은행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저금리 시기 대출자산을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정부가 작년 하반기부터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문턱을 높이자 대출자산 증가 속도는 둔화됐지만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려 가파른 실적 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도 이어져 지난 1분기 국내 금융사들은 전년보다 많은 순이익을 기록했고 당분간 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2분기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 순이익은 전년보다 4.4% 증가한 4조3084억원, 연말 기준으로는 11.2% 성장한 16조1773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정부가 금융사들을 압박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만큼 금융사 입장에선 실적 성장에도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금리 조절 나선 은행…압박은 계속될 듯

이에 은행들도 금융 소비자들의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아파트 담보대출 금리를 0.35%포인트 가량 인하했고 전세대출 금리 역시 일반전세는 0.41%포인트, 청년전세는 0.32%포인트 낮췄다.

신한은행은 주담대를 받은 차주가 기존 금리 그대로 대출 기간을 5년 연장해 매달 상환하는 원리금을 낮추기로 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은 우대금리를 확대해 금리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하나은행도 차주들의 이자부담을 줄이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든 대출상품 금리를 낮추기보다는 취약차주 지원을 위한 방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리 인상기라 앞으로 신규 대출에 대한 금리 인하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에 대한 정부 압박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예대금리차 공시 확대가 눈앞에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은행권과 함께 예대금리 산정체계 공시 개선을 추진 중인 상황이다. 현 수준에서 공개되는 정보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질 전망이라 은행 입장에선 부담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대금리차 공시는 실효성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은행들 입장에선 숫자를 공개하고 경쟁사들과 비교가 불가피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은행들의 실적 성장으로 곳간이 차고 있다는 점도 정부 눈초리를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사에 대한 금리 압박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은행도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으로 연간 자금계획 아래 금리를 결정하는데 정부 경고에 바로 금리 인하를 결정하는 것 자체가 딜레마"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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