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전문가들이 금융회사들의 자본 건전성을 강화해야 할 때라는 지적을 금융위원회에 던졌다.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시장 불안이 증폭될 수 있는 상황이라서다. 특히 금융당국이 여태껏 집중 관리했던 은행이 아닌 제2 금융권의 건전성 강화 관리가 더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취약차주들이 빚을 갚아나가는 과정이 연착륙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동시에 추진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금리 상승기 속에 부동산 시장이 경색될 수 있다는 점에도 우려가 쏟아졌다.
금융위원회는 29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정부 광화문청사에서 '새 정부 금융정책 관련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금융시스템 안정, 민생안정, 금융규제 혁신 등과 관련한 정책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간담회에는 조재박 KPMG 디지털본부장, 조영서 KB금융지주 전무,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 교수, 김윤주 보스턴컨설팅 파트너, 주현철 변호사, 신인석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안재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부 교수, 함준호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항용 한양대 금융경제학부 교수 등이 참석했다.
2금융·부동산·취약차주 '뇌관' 우려
전문가들은 현재 경제 여건에 대해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등 거시경제의 긴축적 운영과 유연한 환율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한계기업과 자영업자의 부채 부실화에 대비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해 금융회사의 자본 건전성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간 건전성 규제가 은행 중심으로 강화돼 왔지만 실제 위기파급 경로는 제2 금융권에서 비롯될 수 있는 만큼 비은행금융기관의 건전성규제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었다. 대출 부실화가 본격화할 경우 그 시작은 보험,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시작해 은행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으로 흘러간 막대한 자금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긴축 과정에서 부동산 시장 정체 혹은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같은 금융권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를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대비해 금융회사들이 대손충당금, 대손준비금 적립을 확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물가와 금리 등이 빠르게 커지면서 취약차주들의 부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됐다. 이들이 빚을 잘 갚아나가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금리리스크를 완화하고 서민금융을 고도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었다.
금리 상승기인 만큼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전환할 수 있도록 △안심전환대출 공급 △정책모기지 중도상환수수료 감면 △은행 고정금리대출 선택비용 인하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최저신용자 등이 연체의 굴레에 빠지지 않도록 정책서민금융 공급을 확대함과 동시에 서민금융을 성실하게 갚아나가는 이들에게는 금리인하, 추가대출 등과 같은 인센티브를 부여해 서민금융시스템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국민들이 안정적으로 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생애주기별 맞춤형 금융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대부분의 전문가가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복합적 충격에 대비해 금융시스템 안정에 만전을 기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등과 현재 상황을 비교해 적시성 있는 시장조치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겠다"라며 "시장 변동성이 확대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취약계층에 대해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금융사 전업주의 완화해야" 목소리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금융과 비금융이 융합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제시했다. 이는 윤석열 새 정부의 금산분리 규제완화 기조와도 맞닿는 부분이다.
이들은 "글로벌 금융회사들 중에서는 플랫폼 기반으로 금융업에 진출하거나 금융과 비금융 융합을 통해 서비스를 확장하는 금융회사들이 더 높은 가치평가를 받고 있다"며 "국내 금융회사들도 비금융업에 진출해 금융서비스와 사업을 다걱화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전했다.
동시에 현재 금융회사들에게 적용 중인 '전업주의'를 완화하고 핀테크, 부동산, 헬스, 자동차, 통신, 유통 등까지 금융회사의 겸영 및 부수업무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부위원장은 "금융업계에서 제시한 규제개선 건의과제는 민간전문가와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순차적으로 최대한 신속하게 검토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