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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사태 덕분? 은행 역대급 이자이익 어디서

  • 2023.02.15(수) 10:51

가계대출 줄었지만 기업대출 잔액 급증
단기자금시장 위축 영향…올해 전망은 불투명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들이 지난해에도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NH농협금융지주만 충당금을 쌓으면서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역성장 했지만 이자이익 만큼은 크게 증가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경제는 어려웠지만 금융사들은 '고금리' 효과를 톡톡히 봤다.

특히 지난해에는 기업대출 잔액이 크게 성장하며 이익증대를 이끌었다. 레고랜드 사태로 경색된 단기자금시장 때문에 기업들이 은행권에 몰린 영향으로 해석된다. 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고 은행채 발행 자제도 요구받았던 금융권이지만 오히려 단기자금시장 불안 효과를 본 셈이다.

다만 올해는 기업과 가계대출 모두 자산 증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은행권은 전망하고 있다.

이자이익만 49조…사상 최대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금융지주 이자이익은 49조2298억원으로 전년보다 18.5% 증가했다. KB금융이 11조3814억원으로 이자이익 규모가 가장 컸고, 우리금융은 24.5% 증가한 8조9670억원으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달성했다.

금융지주 이자이익/그래픽=비즈워치

금융사들은 2021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역대 최고 실적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다만 성장 배경은 다르다.

2021년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대출자산이 증대했던 게 실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금리 상승효과를 톡톡히 봤다.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년새 2.25%포인트 인상했고, 이로 인해 은행 대출금리도 급등한 까닭이다.

특히 대출자산 구조가 변한 부분이 눈에 띈다. 고금리 현상과 부동산 시장 침체로 가계대출 수요가 위축되면서 가계대출 잔액은 전년보다 줄었다. 5대 금융지주의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년 말보다 2.3% 줄어든 692조5335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기업대출은 증가했다. 같은 기간 10.5% 늘어난 702조8391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대출자산중 기업대출 비중이 더 높아졌다. 

기업대출 증가는 레고랜드 사태 영향으로 분석된다. 단기자금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졌고,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이 은행으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지주들은 실적발표 자료에서 공통적으로 "직접조달시장 경색으로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대출 규모가 증가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레고랜드 반사효과 봤지만…올해는 어렵다

이처럼 가계대출 위축을 기업대출이 만회하며 은행들은 이자이익 성장 행진을 이어갔다. 이를 두고 정부는 "이자이익을 바탕으로 은행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고 지적하며 이를 막기 위한 대응책 마련과 고강도 검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은행 원화대출 잔액 현황/그래픽=비즈워치

하지만 은행권은 '이자장사' 비판의 중심에 선 것에 대한 억울함과는 별개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가계대출 규모가 성장하는 게 리스크 관리 등 측면에서 기업대출보다 안정적이고, 은행들이 다양한 가계대출 상품으로 소매금융 영역에 집중하고 있는 까닭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대출은 가계대출보다 단위 자체가 크다는 게 장단점일 수 있다"며 "대출자산 규모를 늘리는데 유리할 수 있지만 동시에 리스크도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계대출은 상품도 많고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30년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리스크 관리도 기업대출에 비해 부담이 적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가계와 기업대출 모두 자산 성장이 쉽지 않을 것으로 은행권은 전망하고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떨어지고 있지만 부동산 거래가 예전만큼 회복되지 않아 가계대출 수요는 여전히 위축된 상태"라며 "기업들 역시 경기 위축으로 사업 확장에 소극적이고, 최근 단기자금시장도 안정세라 대출자산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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