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은행 고보수 논란]억대 성과급 칼 대는 이유

  • 2023.03.14(화) 06:09

일부 성과지표 부진에도 은행 보수 증가
금융당국, 성과 재정의하고 삭감 방안도

"은행의 돈잔치를 막으라"는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은행 제도개혁이 본격화됐다. 금융당국은 은행 경쟁 촉진과 함께 보수체계 개선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역대 연봉으로 눈총을 받는 금융사들의 성과급 구조와 제도개선 방향, 이로 인한 부작용 가능성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역대급 성과급 잔치'가 현실로 드러났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성과급을 포함한 보수가 10억원이 넘었고, 은행들 임직원 평균 연봉도 1억원 이상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사들의 성과급 잔치를 막기 위해 경쟁 촉진 방안과 함께 보수체계 개선 방안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에 보수체계와 성과지표 등에 대해 은행과 함께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회사에 손실을 끼치는 경우 환수조치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성과에 따른 성과급 맞을까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지난해 임직원 평균 보수는 1억1300만원으로 전년보다 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6.1% 증가한 1억400만원으로 집계됐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도 2021년 기준 평균 보수가 1억원이 넘는다.

지주 회장들도 '억소리' 나는 보수를 받았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총 18억4000만원(성과급 9억3000만원)으로 전년보다 1억1000만원 늘었다. 함영주 하나금융회장도 15억3000만원(성과급 7억1000만원), 이달 임기가 종료되는 조용병 신한금융회장도 9억원의 급여(성과급 지급 이전)을 받았다.

금융지주들이 공시한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보면 성과·보수 지표로는 수익성 등 재무지표와 업무성과 등과 관련한 비재무 지표 등으로 구성된다. 주요 금융지주가 공통적으로 삼는 성과 지표로는 ROE(자기자본대비 이익률)와 ROA(총자산대비 이익률), NPL(고정이하여신비율), CIR(영업이익경비율) 등이 있다. 

ROE와 ROA는 수익성 지표로, NPL은 연체율 관리 등을 통한 건전성 지표로 볼 수 있다. CIR은 영업이익 대비 판매관리비(인건비, 전산비 등)로 경영 효율성과 생산성을 평가하는 지표다.

비재무 지표로는 다양한 업무 영역이 포함된다. KB금융의 경우 △핵심경쟁력 강화 △글로벌&신성장동력 확장 △금융플랫폼 혁신 △건전성·ESG·내부통제 등 지속가능경영 선도 △개방적·창의적 조직 구현 등이, 신한금융은 △혁신·개방형 디지털 전환 △미래 성장기반 확장 △차별적인 글로벌 성장 추진 △지속가능한 성과 창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역동적인 조직체계 구축 △혁신을 선도하는 인재 문화 등에 대한 추진 실적을 평가하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 성과지표/그래픽=비즈워치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역대 최고 순이익을 기록한 가운데 재무 성과지표중 일부는 전년보다 악화된 숫자도 존재한다. KB금융은 ROE와 ROA가 전년보다 각각 0.36%포인트, 0.09%포인트 하락했다. CIR의 경우 KB국민은행은 48.7%로 전년보다 3.5%포인트 개선됐지만 그룹으로는 0.5%포인트 상승하며 비용 대비 효율성이 전년보다 좋지 않았다. CIR은 숫자가 낮을수록 경영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한다.

하나금융도 ROE와 ROA가 각각 0.61%포인트, 0.07%포인트 떨어졌다. 

NPL의 경우  4~5년 전에 비해선 안정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4대 금융지주 모두 금리 인상 등에 대한 부담으로 전년대비 상승 추세로 전환하며 부실 위험률이 높아진 상태다. 일부 재무지표는 전년보다 악화됐지만 성과급은 늘어난 셈이다.

금융권에선 비재무 지표 등 종합적인 요인이라 일부 재무지표 만으로 성과급 증가가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건전성 제고 차원에서 대규모 충당금을 쌓았음에도 이익이 크게 증가했다"며 "성과급은 이익 성장이 발생했기 때문에 증가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성과급은 노사 합의에 따라 정해진 지표를 바탕으로 산정된다"며 "금리 변동성 확대 등으로 이익이 감소하면 성과급이 줄거나 없는 경우도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과 재정의' 어떻게…환수도 검토

금융위는 성과급을 포함한 은행 임직원들의 높은 보수의 기반이 서민들의 대출 이자를 기반으로 한 이자이익인 만큼 은행 경쟁촉진 방안과 함께 중점 과제로 삼고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1·2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실무작업반에서 은행 경쟁 촉진방안을 논의한데 이어 오는 3·4차 회의에선 성과보수 관련 은행권 현황을 집중 점검하고 논의한다.

금융위가 언급한 방안으로는 '세이온페이'(Say On Pay)와 '클로백'(Calw-back) 강화 등이 있다. 경영진 보수에 대한 주주 투표권을 강화(세이온페이)하고 금융사들의 수익 변동시 임직원 성과급 환수·삭감(클로백) 등도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성과'에 대한 재정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은행 수익의 70% 이상이 이자이익인 상황에서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이익 증대가 은행들의 성과로 볼 수 있느냐가 금융당국 시선이다.

강영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성과급은 성과에 따라 지급되는 것이 맞지만 성과가 무엇이고 어떻게 측정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 은행권과 함께 TF에서 논의한다는 계획"이라며 "어떤 것을 성과 지표로 삼고 측정할지가 논의를 진전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제도 도입을 통한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세이온페이나 클로백 등) 경영진 임직원 보수체계는 영미권에선 이미 시행 중"이라며 "경영 실적에 임원이 손해를 미쳤을 때 환수하는 제도를 도입하면 기존과 차별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