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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페이도 보폭 확대…불붙는 '페이전쟁'

  • 2023.03.22(수) 16:07

삼성페이 비자 해외 결제 제공…애플페이 견제하나
수수료 유료화 '검토 중'…"소비자 혜택 축소될 것"

애플페이가 국내에 등장하면서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삼성페이가 국내 발급 비자(VISA) 카드로도 해외 현지 결제가 가능하도록 서비스 확대에 나서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페이는 앞서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와도 손을 잡으며 페이 시장의 영향력을 넓히기 위한 연합전선을 구축한 바 있다.

하지만 애플페이의 등장이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결제 수수료 없이 서비스를 제공해 오던 삼성페이가 애플페이를 따라 카드사에 결제 수수료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22일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이달 27일부터 삼성페이로 해외 결제할 때 비자카드 결제가 가능해진다. 지금까지는 마스터 브랜드 카드만 삼성페이에 등록해 해외에서 쓸 수 있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삼성페이 기능 강화에 힘쓰고 있다. 항공기 탑승권과 관련해서만 명시됐던 삼성페이 개인정보 조항은 터미널, 좌석번호, 버스 등급 정보 등 고속버스 탑승권 정보로 확대됐다. 

또 삼성페이는 앞서 네이버페이와도 손을 잡았다. 23일부터 삼성페이 사용자는 네이버의 온라인 가맹점 55만 곳에서 삼성페이로 간편결제를 할 수 있게 된다. 삼성페이는 카카오페이와도 서비스 제휴를 논의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같은 변화를 지난 21일 국내 상륙한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변화만 생긴 것은 아니다. 애플이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삼성전자도 삼성페이 결제 수수료 유료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페이도 카드사에 결제 수수료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카드사들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2015년 8월 처음 도입된 삼성페이는 지금까지 카드사와 가맹점, 소비자에게 별도의 결제 수수료를 물리지 않았다. 소비자가 삼성페이를 작동할 때 거쳐야 하는 생체 인증 관련 수수료를 카드사가 건당 5~10원가량 부담하고 있지만 이는 삼성전자가 아니라 보안인증 업체에 돌아간다.

제휴 은행이나 카드사에 애플페이 사용에 따른 수수료를 결제 건당 일정액을 부과하는 애플페이와는 다른 모습이다. 애플은 미국에서 0.15%, 러시아에서 0.12% 수수료를 부과하는 만큼 한국에서도 애플페이 결제액의 최대 0.15% 정도를 수수료로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쪽에서 애플에는 수수료를 내는데 똑같이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요구한 바는 없지만 삼성페이 관련 재계약을 진행할때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수수료 유료화 검토에 나서자 카드사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등에 따른 조달 비용 부담,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한 수익성 악화 등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수수료 비용까지 추가되면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작년까지 7개 전업카드사(신한·국민·삼성·현대·우리·하나·롯데)의 신용판매 순이익은 2021년을 제외하고 모두 적자로 나타났다. 작년에도 카드 이용액은 12% 늘었지만 신용판매 순이익은 36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떼는 애플페이 정책이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수수료가 무료인 삼성페이가 애플페이 영향으로 카드사에 결제 수수료를 요구하게 될 경우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다른 간편결제 사업자까지 이런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어서다.

이미 카드사들은 지난해 말 조달금리를 이유로 연회비를 올리거나 할부 수수료 면제를 축소해왔다. 작년 9월 말 기준 7개 카드사의 할부 수수료 수익은 1조7201억원, 연회비 수익은 9148억원으로 2018년 대비 각각 44.1%, 33% 늘었다. 같은 기간 가맹점 수수료 이익이 6조9422억원에서 3조6049억원으로 반토막 난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도 간편결제사업자들이 앞다투어 수수료를 요구하게 되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페이가 애플페이와 마찬가지로 카드사들로부터 수수료를 받게 되면 보완이나 소비자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이제 시작하는 애플페이와 달리 삼성페이의 경우 시장에서 점유율이 큰 편이기 때문에 삼성페이가 카드사들에 0.01%의 수수료라도 받게 된다면 수익이 줄어드는 카드사들은 결국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도 같은 전망이다. 그는 "당국에서 이미 수수료의 경우 소비자나 가맹점에 전가하지 말라고 강조했기 때문에 결국 수수료는 카드사 부담이 될 것"이라며 "카드사들은 결국 줄어든 수익을 메우기 위해 소비자 혜택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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