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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국내 금융권에서 AI 성과가 더딘 이유

  • 2026.07.29(수) 08:50

신관호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한국금융학회장)

최근 보도에 따르면 JP모건 체이스, 뱅크 오브 아메리카 (BofA), 시티그룹 등 미국의 주요 대형 은행들은 실적 개선을 발표하면서 인공지능(AI)이 비용 절감과 업무 효율화에 크게 활용되었다고 강조하였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연간 약 20억 달러를 AI에 지출하였지만 이에 맞먹는 비용 절감 효과를 이미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BofA에서는 약 1만9000명의 개발자가 AI 코딩 도구를 활용해 생산성을 20% 이상 높였다고 한다. 시티그룹에서도 AI 코딩 도구가 매주 약 10만 시간의 추가적인 업무 여력을 만들어내었다. 글로벌 은행들은 내부 IT 및 백오피스 등에서 AI의 뚜렷한 가치를 입증한 것이다.

반면 아무리 찾아봐도 국내 금융기관이 AI를 도입하여 대규모 비용 절감이나 생산성 향상을 달성했다는 국내 기사는 드물다. 국내 금융회사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AI를 도입하고 있지만, 글로벌 대형 은행들이 보여주는 수준의 비용과 업무시간 절감 효과를 가져 온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글로벌 은행들이 공개한 사례를 보면 AI가 성과를 내는 대표적인 분야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유지보수, 계약서와 규정 분석, 금융사기와 리스크 탐지, 반복적인 백오피스 업무 자동화 등이다. 이들 업무는 데이터가 디지털 형태로 축적돼 있고 업무 절차와 평가기준이 비교적 명확하다. AI가 오류를 내더라도 사후 검토 등을 통해 오류를 신속하게 발견하고 수정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최근 세계 최고 수준의 프로그래밍 대회인 ‘AtCoder World Tour Finals’에서 OpenAI의 최신 AI 에이전트는 인간을 압도했다. 적어도 정답과 평가 기준이 명확한 경쟁 프로그래밍에서는 최첨단 AI가 세계 최고 수준의 인간을 능가하는 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이처럼 데이터가 풍부하고 성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업무일수록 AI의 성능은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문제는 국내 금융회사들이 이렇게 AI에게 유리한 업무에서조차 AI를 통한 성과를 높이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몇몇 시도가 있었지만 은행의 핵심 업무 전반으로 확산되어 생산성을 높이고 수익률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까지는 이어지지 못한 상태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구조적 원인이 있다.

첫째, 망분리 규제와 보안비용이다. 국내 금융회사는 업무용 시스템과 외부 통신망을 분리해야만 하는 규제를 오랫동안 적용받아 왔다. 최근 금융당국이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서비스 활용을 단계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고객정보와 핵심 업무시스템을 외부 AI에 연결하려면 여전히 복잡한 승인이 필요하다. 

둘째, 데이터와 레거시 시스템의 문제다. AI의 성과를 내려면 기존 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하기 어렵다. 보다 효과적이기 위해선 데이터를 AI에 적합한 수준으로 정형화하고, 업무 흐름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기관은 이미 이러한 작업을 상당 부분 진행해 왔다. 반면 수십 년 동안 누적된 전산시스템에 익숙한 상태인 국내 금융기관 입장에선 이러한 개편이 비용과 위험을 크게 높인다.

셋째는 투자와 성과 사이의 괴리이다. 고객용 챗봇이나 상담 서비스는 출시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광고효과도 높다. 반면 백오피스 전산 개편과 데이터 정비와 같은 작업은 막대한 초기비용이 드는 반면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단기 실적과 가시적인 성과를 중시하는 경영환경에서는 이러한 투자가 어렵다.

마지막으로 조직과 노동경직성 문제다. 백오피스 자동화가 실제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려면 직무 재설계와 인력의 재교육·재배치가 뒤따라야 한다. 기술을 도입하고도 기존의 업무분장과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면 AI의 도입이 비용만을 추가할 뿐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금융은 AI를 활용해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이루기에 가장 적합한 분야 중 하나다. AI 도입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AI가 강점을 보이는 업무부터 적용해 성과를 축적해야 한다. 그런 다음 고객 서비스와 보다 복잡한 의사결정 영역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가는 접근이 필요하다. 금융당국도 변화가 필요하다. 획일적인 망분리 규제를 과감히 완화하는 등 규제체계를 전환해야 한다. 금융회사 경영진 역시 분절된 데이터를 통합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정비하는 등 AI 활용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국내 금융산업도 AI를 단순한 홍보 수단이 아니라 실질적인 생산성 혁명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금융학회장)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린 싱귤래리티 금융 소사이어티(SFS) 시즌2 1차 회의에서 주제토론을 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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