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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SP시스템스 후계자 심효준 ‘입 귀에 걸린’ 이유…CB

  • 2022.06.06(월) 07:10


창업자 심상균 맏아들…35억 콜올션 매입
주식 전환 때엔 ‘반값’에 지분 9.2→13.4%
이달 말 부터 행사가능…투자수익도 39억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에스피(SP)시스템스의 후계자가 ‘입이 귀에 걸렸다’. 전환사채(CB) 콜옵션(매도청구권)을 손에 쥐어서다. 이달 말부터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현 시세대로라면 4%를 넘는 지분을 ‘반값’에 살 수 있다. 투자수익도 40억원 가까이 챙길 수 있다.  

심상균 에스피시스템스 회장

CB 콜옵션 후계자 몰아주기

6일 에스피시스템스에 따르면 심효준(39) 대표는 지난달 말 CB 35억원어치의 콜옵션을 취득했다. 전환사채권을 취득할 수는 권리를 샀다는 뜻으로 매입비용은 3500만원이다. 심 대표는 창업자인 심상균(71) 회장의 1남1녀 중 장남이다.  

이번 CB는 SP시스템스가 지난해 6월 말 발행한 1회차 사모 CB다. 2019년 8월 증시 상장 이후 첫 주식연계사채(ELB)다. 발행금액은 100억원이다. 현 계열사인 엠아이큐브솔루션 인수자금 및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이뤄졌다.  

사채는 표면·만기이자율 각각 1.0%에 만기 3년(2024년 6월)짜리다. 주식 전환가는 현재 6278원이다. 원래 최초가격은 7805원이었다. 주가 하락 시 가격 조정, 이른바 ‘리픽싱’(최저한도 70% 5464원) 조건에 따라 작년 9월 낮아졌다.  

콜옵션도 걸어뒀다. 발행 후 6~18개월 동안 SP시스템스 또는 이사회가 지정하는 제3자가 발행액의 35%를 연 2% 이율로 인수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심 대표의 CB 35억원어치 콜옵션 매입은 SP시스템스가 오너 2세에게 콜옵션을 전액 몰아줬다는 뜻이다. 

뻔할 뻔자…대물림 기반 닦기

이유는 뻔하다. 심 회장의 대물림 기반을 닦기 위한 것에 다름 아니다. 현재 심 회장은 SP시스템스의 최대주주로서 지분 29.79%를 보유 중이다. 부인 서연자(68)씨, 장남 심 대표, 장녀 심경미(35)씨 등 일가를 합하면 57.41%다. 이 중 심 대표는 9.21%로 지분 승계가 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반면 심 대표가 CB 콜옵션으로 전환사채권을 인수한 뒤 주식으로 바꾸면 양상은 달라진다. CB 100억원이  전액 주식으로 전환되면 SP시스템스가 발행해야 할 신주는 159만2863주다. 발행주식의 20%가량이다. 이 중 55만7502주가 심 대표 몫이다. 35억원(전환가 6278원)에 주식을 추가로 인수할 수 있다. 

심 대표의 지분율이 뛰는 것은 당연하다. 비록 심 회장(24.92%)을 비롯한 일가 지분은 53.75%로 축소되지만 심 대표는 13.43%로 상승한다. 현 지분율보다 4.22%p 늘어나는 수치다. 단일 3대주주에서 부친에 이어 2대주주로 부상한다. 

행사가능시점도 임박했다. 이달 29일부터다. 2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 게다가 주식 전환때 주가가 현재 시세 정도만 돼도 ‘반값’에 4%가 넘는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현 주가가 CB 전환가를 110.2% 웃돌 정도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기 때문이다.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인 SP시스템스는 작년 11월 말만해도 5100원(종가기준)에 마물렀다. CB 전환가격(7805원→6278원)이 하향 조정됐던 배경이다. 12월 말부터 본격 반등했다. 올해 4월초에는 1만4250원까지 치솟았다. 지금도 1만3200원(3일 종가)에 형성돼 있다. 

무엇보다 로보틱스 분야에 대한 현대차 등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계획과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대감에서 비롯됐다. SP시스템스의 주가 급등에 따라 심 대표가 손에 쥔 35억원의 CB 가치 또한 74억원으로 뛰었다. 비록 미실현이익이기는 하지만 심 대표가 39억원의 수익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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