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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삼화페인트 김장연 회장의 절대권력 ‘빛과 그늘’

  • 2022.11.21(월) 07:10

[중견기업 진단] 삼화페인트①
2007년 김-윤씨 집안 61년 동업 마침표
2013년 BW 둘러싸고 3년간 분쟁 ‘뒤끝’
대물림 수면위로…선두주자 김현정 상무

긴 동업(同業)의 역사를 지나 ‘온리 원(Only One)’의 시대. 종합도료업체 삼화(三和)페인트의 75년의 사사(社史)를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래서 삼화페인트의 지배구조는 갖가지 스펙트럼을 갖는다. 

김-윤씨 창업주 집안이 동행에 마침표를 찍은 게 15년 전의 일이다. 뒤끝은 좋지 않았다. 양가(兩家)가 3년에 걸쳐 분쟁을 벌였다. 이제 삼화페인트는 3대 승계를 준비 중이다. 2대 경영자 김장연(65) 회장이 절대권력을 쥐기까지 여정에 시선이 꽂히는 이유다. 

김장연 삼화페인트 회장

끌고 밀고…동업 김-윤 창업주의 동행

1946년 4월 고(故) 김복규 전 회장과 고 윤희중 전 회장이 의기투합해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페인트 공장 ‘동화산업(현 삼화페인트공업㈜)’을 창업했다. 삼화페인트의 출발이다. 

끌고 밀었다. 일제 강점기 일본 관서페인트에 입사해 페인트 제조기술을 익힌 김 창업주가 생산·영업 현장을 맡았다. 일본 도쿄대 법대 출신의 윤 회장이 ‘2인자’로서 회계와 인사 등 관리를 담당하며 뒤를 받쳤다.  

번창했다. 1960~1970년대 정부의 경제개발계획에 따른 주거환경 개선, 1980년대 올림픽과 신도시 건설, 자동차·전자·조선 등 제조업의 성장과 맞물려 호황을 누렸다. KCC, 노루, 삼화페인트, 강남제비스코, 조광 등 현 ‘페인트 5강’ 체제가 형성된 게 이 시기다. 1980년 2월 김 창업주의 회장 취임으로 이어졌다. 윤 창업주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거침없이 성장하던 1990년대, 삼화페인트 오너 체제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1994년 4월 2대 경영자가 일선에 전격 등장했다. 김 창업주의 2남1녀 중 차남 현 김장연(65) 회장이다. 앞서 1993년 3월 김 회장이 7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이듬해였다. 예정된 수순이었다. 

가업 승계 13년 만에 막 오른 2세 ‘1인 체제’

김 회장은 당시 37살의 이른 나이에 대표이사 사장에 앉았다. 영업담당 상무로서 유일하게 경영에 발을 들이고 있던 2세다. 서울대 화학공학과 출신으로 26살 때인 1983년 부친의 부름을 받고 삼화페인트 기술부에 입사한 지 11년만이다. 

반면 윤 창업주가 대표이사 회장 타이틀을 단 것도 이 때다. 아들과 함께 였다. 3남1녀 중 차남 고 윤석영 대표다. 고려대 출신으로 뒤늦게 38살 때인 1989년 총무부장으로 입사해 2세들 중 유일하게 경영수업을 받고 있던 이다. 윤 대표 또한 당시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김씨 집안의 후계자 김 회장과 윤 회장 부자(父子)가 공존했고, 이 체제는 10년간 이어졌다.  

2003년에 가서는 2대 공동경영이 이뤄졌다. 같은 해 2월 윤 창업주가 당시 부사장으로 있던 차남에게 대표 자리를 물려줬다. 별세 한 해 전이다. 짧았다. 윤 대표가 2008년 4월 58세의 나이로 작고하기 한 해 전인 2007년 3월 임기 만료와 함께 대표 자리에 앉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바뀌고 사람도 변하는 게 세월이다. 김-윤씨 공동경영 체제는 61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윤 대표가 고인인 된 이후 더 이상 윤씨 일가의 경영 참여는 없었다. 김 회장 1인 체제가 막이 올랐다. 부친의 뒤를 이어 가업을 승계한 지 13년만이다. 

회계사 겸 변호사 오너 3세의 등장

김 회장은 현재 도료, 화학제품 제조, IT 분야 등에 걸쳐 17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공업용·건축용 도료업체인 주력사 삼화페인트공업㈜는 KCC(31%)와 노루페인트(20%)에 이어 도료업계 3위다. 국내 시장점유율이 16%(2021년 기준)다. 이밖에 삼화대림화학 등 국내 8개사와 중국, 베트남, 인도 생산법인 등 해외 9개사를 두고 있다.  

총자산은 6120억원(2021년 삼화페인트공업㈜ 연결기준)이다. 김 회장이 사장에 오를 당시 855억원(1994년)에 비해 7배 불어났다. 매출은 550억원에서 6320억원으로 성장했다. 재무안정성도 비교적 양호하다. 작년 말 순차입금 1420억원에 순차입금의존도가 23.2%다. 부채비율은 106.8%다. 

김 회장의 계열 장악력은 막강하다. 지주회사격인 모태 삼화페인트공업㈜의 최대주주로서 지분 27.03%를 소유하고 있다. 일가 2명을 합하면 28.84%다. 이게 다가 아니다.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일본 제휴선 츄고쿠마린페인트(7.94%)에다 자사주(13.28%)까지 더하면 50%가 훌쩍 넘는다. 

반면 강력한 오너십을 쥐기까지의 과정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윤씨 일가가 비록 경영에는 손을 뗐지만 지분마저 정리하고 떠난 게 아니어서다. 오히려 지분 유지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29.54% vs 26.91%. 양가의 비슷한 분할 지분구조가 오랜 기간 이어졌던 이유다.   

이렇다 보니 2013년 4월 삼화페인트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할 당시 김 회장이 100억원어치 신주인수권(워런트)을 사들이자 윤씨 가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3년여에 걸친 법정 분쟁으로 이어졌다. 김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동업 정신은 얼룩졌다.   

이제 김 회장에게 화두는 대물림이다. 3대 승계가 수면으로 떠오른 상태다. 1남1녀(정석·현정) 중 맏딸 김현정(37) 상무가 먼저 얼굴을 비췄다. 공인회계사와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화려한 커리어의 소유자다. 승계 지렛대로 요긴하게 활용할 카드도 소리 소문 없이 하나 준비했다. (▶ [거버넌스워치] 삼화페인트 ②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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