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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휴온스 윤성태 회장이 감춰둔 ‘3代 세습 노트’

  • 2023.02.06(월) 07:10

[중견기업 진단] 휴온스①
1997년 33살때 창업주 작고로 가업승계
매출 5800억 헬스케어그룹 성장의 주역
세습 ‘수면위’…장남 윤인상 33살에 임원

‘백 리 길을 갈 사람은 세 끼 밥만 준비하면 되지만 만 리 길을 갈 사람은 석 달 양식을 마련해야 한다.’ 가업세습도 매한가지다. 한데, 호락호락하지 않다. ‘부자가 삼대(三代)를 못간다’는 말 달리 생겨난 게 아니다. 경영 승계도 중요하지만 지분 대(代)물림은 더욱 허투루할 수 없다. 

후계 승계의 준비성에 관한 한, 중견 헬스케어그룹 휴온스(Huons)의 2대 경영자 윤성태(59) 회장(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이 선보이고 있는 기술은 은밀하지만 현란하다. 잘 짜인 시나리오는 휴온스의 지배구조 곳곳에 숨겨진 핵심 요소다. 

윤성태 휴온스그룹 회장

2대 경영자 윤성태의 성장전략 ‘M&A’

휴온스는 충남 아산 출신의 고(故) 윤명용 창업주가 1965년 7월 설립한 ‘광명약품공업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36살 때다. 기초 주사제 중심의 의약품을 판매했다. 1979년 치과용 국소마취제를 개발, 기반을 잡았다. 1987년 7월 ‘광명약품공업’ 법인 전환으로 이어졌다. 

제약사의 외형을 갖춰가던 1992년 가업승계의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1999년 1월 ‘광명제약’으로 사명을 교체한 이듬해다. 부친의 부름을 받고 외아들이 광명제약에 입사했다. 현 윤성태 회장이다. 한양대 산업공학과 졸업 후 한국IBM 기술부에서 3년쯤 재직하고 난 뒤다. 

윤 회장의 나이 33살 때인 1997년 3월 창업주가 작고했다. 향년 68세. 선친이 앉아있던 대표 자리는 당연히 당시 기획담당 이사였던 윤 회장 몫이었다. 지분 상속을 통해 최대주주에 올라서 오너쉽도 확보했다.    

휴온스는 2대에 이르러 한 단계 ‘레벨-업’ 됐다. 2000년 플라스틱 주사제, 2003년 대용량 비타민C 주사제를 생산, 주사제 분야에서 특화된 영역을 확보했다. 잘나갔다. 2003년 3월 ‘휴온스’로 간판을 바꿔 단 뒤 2006년 12월에는 주식시장에 입성했다. 

상장을 계기로 사업 다각화에 열을 올렸다. 예나 지금이나 인수합병(M&A)은 휴온스를 관통하는 성장전략이다. 국제유리(2008년, 의료용 유리용기), 에이치브이엘에스(2010년, 주사제 필러·관절염 치료제), 휴니즈(2010년, 의료용 소독제·소독기), 청호네츄럴(2016년, 건강기능식품), 성신비에스티(2018년, 홍삼), 블러썸엠앤씨(2021년, 화장품 부자재) 등이 면면이다. 

성공 뒤에 보상…주식가치 210억→1200억

맞아 떨어졌다. 현재 휴온스는 제약을 중심으로 의료·미용기기, 건강기능식품 등에 이르기까지 토털 헬스케어그룹으로 성장했다. 상장 당시 모태 옛 ㈜휴온스 1곳에 불과했던 계열사는 지주회사 휴온스글로벌을 위시해 ㈜휴온스, 휴메딕스, 휴엠앤씨 등 10개사로 늘어났다. 상장사만 4곳이다. 미국과 일본에 2개 현지법인도 두고 있다. 중국에는 조인트벤처(JV)가 있다. 

윤 회장이 가업을 승계한 1997년 84억원 정도였던 총자산은 2021년 말 1조2800억원(휴온스글로벌 연결기준)으로 불어났다. 매출은 78억원에서 5800억원으로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10억원에서 최근 5년 동안 적게는 607억원, 많게는 892억원을 벌어들였다. 

재작년 7월 휴온스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사옥을 마련, 계열사들을 결집시켰다. 연면적 3만8489㎡에 지상 10층, 지하 5층 규모의 현 휴온스글로벌사옥이다. 창립 이래 첫 사옥이다. 그룹의 면모를 대내외에 과시한 상징성을 갖는다. 

성공 뒤에 보상이 없을 리 없다. 모태 ㈜휴온스 상장 당시 윤 회장은 지분 32.57%를 소유했다. 2016년 5월 지주체제로 전환한 뒤로는 현재 지주사 휴온스글로벌 43.77%를 보유 중이다. 주식가치가 208억원(공모가 9300원)에서 1210억원(2일 종가 2만1950원)으로 뛰었다. 

뿐만 아니다. 윤 회장의 현 주식가치는 총 213억원의 수익을 챙기고 난 뒤의 재산이다.  윤 회장은 상장 이후 유상증자나 주식매입 등에 개인자금 125억원을 썼다. 반면 내다 판 주식도 적잖다. 이를 통해 손에 쥔 돈이 338억원이다. 

가성비 좋은 BW 위력, 그리고 ‘히든 카드’

윤 회장이 가업을 물려받은 지도 올해로 26년이다. 어느덧 3대 세습은 윤 회장에게도 최대 화두가 됐다. 요즘 들어 부쩍 경영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행보와 무관치 않다. 

윤 회장은 부인 김경아(59) 휴온스글로벌 사장 사이에 아들 3형제를 두고 있다. 인상(34)·연상(32)·희상(28)씨다. 맏아들을 가업에 입문시킨 게 4년여 전인 2018년 9월이다. 윤인상씨가 미국 에모리대 화학과 졸업 후 ㈜휴온스에 입사한 게 이 때다. 

윤 회장은 작년 4월 ‘회장’ 명함을 팠다. 2009년 2월 이후 부회장에 오른지 13년만이다. 전(全) 계열사 대표에는 전문경영인을 앉혔다. 장남도 빼놓지 않았다. 3개월 뒤 ㈜휴온스 부장으로 있던 33살의 아들에게 임원 타이들을 달아줬다. 휴온스글로벌 이사(전략기획실장)로 승진시켰다. 속전속결이다.  

가업세습의 또 다른 한 축, 지분승계는 외려 한참 앞서 있다. 즉, 2011년 준비한 가성비 좋은 카드가 이미 기대 이상으로 먹혔다. 후계승계의 ‘감초’ 신주인수권부사채(BW)다. 히든 카드도 다 준비돼 있다. 휴노랩과 휴온스메디텍이다. 이제 윤 회장이 감춰둔 ‘3대 세습 노트’를 찬찬히 들춰볼 차례다. (▶ [거버넌스워치] 휴온스 ②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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