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자재 중견그룹 한일시멘트 오너 3세의 경영 스펙트럼이 참 다채롭다. 가업이나 다름없는 외식업은 물론 IT와 엔터테인먼트까지 가지가지 한다. 20대 후반에 경영일선에 등장한 뒤 사세 확장에 ‘열일’ 한 데서 비롯된다.
올해 32살의 미국 시민권자 허정규(미국명 허제이정)씨 얘기다. 고(故) 허채경 창업주의 4남 허남섭(72) 명예회장의 맏아들이다. 반면 아직은 경영 성과에 물음표 세례를 받고 있는 이다.
먹는장사…‘흑자가 뭐예요?
허남섭 명예회장 일가는 일찌감치 외식업에 꽂혔다. 부인 박아심(66·미국명 박제니에스), 맏딸 허정미(41)씨 등 일가 주도로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전개해 온 사업이어서다.
허(許)씨가의 장손 허기호(57) 회장의 지배 아래 있지만 한 때는 허 명예회장이 독자 경영했던 ㈜서울랜드가 경기도 과천시 놀이공원 서울랜드 외에 한식 레스토랑 ‘로즈힐(Rose Hill), ’캘리포니아피자키친(CPK)’ 등의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배경이다.
집안 소유의 외식업체도 있다. ‘[거버넌스워치] 한일시멘트 ⑨편’에서 얘기한 한덕개발(옛 ㈜차우) 외에 세우리도 그 중 하나다. 서울랜드에서 식당 및 카페 등을 운영한다. 2003년에 인수한 업체로 낙원식품→리샤또를 거쳐 2012년 10월 현 사명으로 간판을 교체했다.
허정규씨가 2019년 3월 한덕개발 이사회에 합류할 당시 함께 등기이사진에 이름을 올려놓은 곳도 세우리다. 이보다 앞서 누이는 2003년 9월부터 사내이사, 모친은 2013년 9월부터 감사로 활동해왔다.
반면 벌이는 시원찮다. 총자산 36억원(2021년 말)인 세우리는 2019~2021년 매출이 23억~54억원이다. 순익은 2억원의 적자를 시작으로 점점 불어 2021년에는 10억원의 손실을 냈다.
필라넷 벌이가 ‘영~’…완전자본잠식
IT업체 필라넷은 사정이 더 좋지 않다. 허정규씨가 자신이 1대주주(지분 40.83%)로 있는 한덕개발을 앞세워 2019년 12월 인수한 업체다. 한덕개발 경영 일선에 등장했던 그 해다.
한덕개발은 현재 필라넷의 최대주주다. 지분은 35.56%다. 허정규씨도 10%를 가지고 있다. 부친과 누이의 각각 10%를 합하면 일가 지분도 30%나 된다. 허정규씨는 또한 2021년 3월부터 등기임원직을 갖고 있다.
필라넷은 2002년 5월 설립된 기업 IT 인프라 구축, 컨설팅, 솔루션 업체다. 한데, 외형은 계열 편입 전에 비해 성장하기는 했지만 돈이 되지 않는다. 매출은 2018년 136억원에서 2021년에는 195억원으로 성장했지만 순익은 3년연속 적자다. 게다가 적자 규모가 적게는 26억원, 많게는 46억원에 이른다.
이렇다보니 결손금이 75억원이나 쌓여있다. 특히 자산(297억원) 보다 부채(327억원)가 30억원 많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2020년 1월 36억원 유상증자에 이어 작년 5월 추가적인 자본확충(현 자본금 17억원)은 정해진 수순으로 볼 수 있다.
연예기획사 차린 뒤 2년만에 청산
허정규씨는 엔터테인먼트사업에 손을 댔다가 2년여 만에 접기도 했다. 2019년 1월 자본금 3억원으로 차린 연예기획사 히든엔터테인먼트코리아가 진원지다. 초창기부터 줄곧 대표를 맡았다. 하지만 한때 여성 밴드 오디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것만 눈에 뛸 뿐 법인은 작년 9월 최종 청산된 상태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2021년 10월 엔터 기업들을 대거 계열 편입했다. 한덕개발이 드라마·웹콘텐츠 제작사 미디어그룹테이크투를 인수한 데 따른 것이다. 싱가포르 해외법인 ‘HHH GLOBAL’을 합해 지분 30.07%를 보유 중이다. 2021년 96억원 매출에 1억원에도 못미치는 순익을 냈던 곳이다.
한덕개발 엔터 분야의 사실상 지주회사가 테이크투이기도 하다. 적잖은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다는 뜻이다. 아이돌문화산업전문(유)를 비롯해 (유)소녀리버스문화산업전문회사, 방송식당, 뉴커런츠아카데미, 재미닷스튜디오(유) 등이 면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