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게는 고민이 하나 있었다. 현대차를 어떻게 럭셔리 브랜드로 성장시킬 것인가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나 인정하는 럭셔리카가 절실했다. 제네시스는 그렇게 탄생했다. '럭셔리' 현대차의 시작이었다.
◇ 현대차를 바꿔라
제네시스는 4년간 5000억원을 투입한 대작이다. 당시 현대차는 제네시스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럭셔리카 장점을 모았다. 파워트레인과 디자인, 편의사양 등을 망라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럭셔리카를 만들어야 한다"는 정 회장의 지침이 있었다. 대중차 라인업을 갖춘 현대차에게 럭셔리카라는 과제는 부담이었다. 기존 럭셔리카들의 장점들을 모아야만 했다.
▲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럭셔리카를 제작하라"는 정몽구 회장의 특명에따라 지난 2003년부터 제네시스 개발에 착수했다. 현대차는 기존 글로벌 브랜드 럭셔리카의 장점을 모으는 한편 제네시스에 현대차의 새로운 정체성을 심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
당시 현대차는 제네시스 제작을 위한 스터디에 상당한 시간을 쏟아부었다. 개발 중간에 시행 착오도 많았다. 남양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연구소에서 먹고 자면서 제네시스 개발에 매달렸다.
당시 개발을 담당했던 현대차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제네시스 개발 당시 집에 들어간 기억이 거의 없다"며 "윗선에서 요구하는 사양은 높았고 이를 맞추기 위해 시행착오를 엄청나게 겪었다.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다"고 했다.
◇ 달라질 때까지 바꿔라
지난 2005년 8월. 현대차는 마침내 그동안 비밀리에 추진해온 프리미엄급 대형세단 'BH(제네시스의 개발코드명)'의 시작(試作)차를 만들어 정몽구 회장 앞에 선보였다.
하지만 품평회가 시작되자 정 회장은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생각했던 제네시스의 모습이 아니었다. 자동차에 관한한 웬만한 전문가보다 낫다고 알려진 그다.
정 회장은 당시 제네시스의 디자인 부분에 대해 수정을 지시했다. 뒷부분이 작아 보인다는 지적이었다. 개발팀은 전전긍긍했다. 비록 시작차지만 설계 변경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정 회장을 단호했다.
▲ 1세대 제네시스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다. 4년간 총 5000억원이 투입됐다. 정 회장은 제네시스를 통해 현대차 브랜드의 업그레이드를 원했다. |
결국 제네시스는 수정작업을 거쳤다. 현재 우리가 만나고 있는 제네시스는 정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디자인이다.
마침내 지난 2008년 1월 제네시스가 출시됐다. 당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당시 기아차 사장 등이 출시행사에 참석했다. 정 회장 부자가 신차 출시행사에 동시에 참석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제네시스의 품질은 10년 이상 보장할 수 있다"라며 "그동안 내구성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개발해 왔다"고 말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 현대차를 바꿨다
제네시스가 세상에 처음 등장했을 때 업계는 반신반의했다. 현대차의 첫 럭셔리카이다 보니 삐딱하게 보는 시선도 많았다. 업계에서는 수입차를 모방했다는 비난이 거셌다. 사실 디자인과 편의사양 등에서는 일부 이런 오해를 받을만 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고 제네시스는 실적으로 이를 증명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럭셔리카의 대명사로 꼽히며 불티나게 팔렸다. 현대차가 가장 주목했던 북미시장에서도 출시 다음 해인 2009년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
기존의 현대차와는 다른 각종 편의 사양과 여타 글로벌 럭셔리카에 뒤지지 않는 안락함, 디자인 등이 호평을 받았다. 이는 해외, 특히 북미 시장에서 현대차의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심지어 미국 TV드라마에도 등장했다.
▲ 단위:대. |
실제로 제네시스는 미국에서 지난 2009년 1만3604대, 2010년 1만6448대가 판매됐고 올해 미국 진출 5년 만에 누적 10만대 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제네시스의 판매 신장은 현대차 이미지 제고에 큰 영향을 미쳤다.
북미 시장에서 제네시스의 성공은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큰 힘이 됐다. 제네시스 덕에 현대차는 저렴한 차라는 오명을 벗었다. 이는 지난 2011년 현대차의 '질적성장' 선언의 밑거름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제네시스 출시는 현대차가 클래스를 한단계 높이는 신호탄이었다"며 "현대차가 신형 제네시스에 사활을 거는 것도 바로 이런 효과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