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제네시스'를 향한 시장의 반응이 뜨겁다. 수입차와 견줘도 손색이 없는 성능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현대차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고 자평할 만큼 제네시스는 매럭적이다.
하지만 제네시스에게는 두 가지 과제가 있다. 하나는 수입차에게 내준 동급 시장을 되찾아와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1세대 제네시스가 그랬듯이 해외 시장에서 현대차 브랜드를 '레벨 업'해야하는 과제다. 특히 제네시스가 노리는 시장은 유럽이다.
◇ BMW·벤츠에 빼앗긴 시장 되찾아라
제네시스의 차급은 그랜저와 에쿠스의 중간이다. 뒷자리에 앉아 안락함을 즐기는 대형차가 아니다. 오너가 직접 운전하는 럭셔리카가 콘셉트다. 하지만 그동안 이 차급은 수입차에게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1세대 제네시스와 K9 등이 대항마로 나섰지만 수입차의 파격적인 가격 할인 공세에 밀렸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제네시스가 경쟁상대로 꼽은 BMW 5시리즈는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총 1만2848대가 판매됐다. 같은 기간 BMW 전체 모델 판매량의 45.8%다. BMW가 국내에서 판매한 차량의 2대 중 1대가 5시리즈인 셈이다.
벤츠도 다르지 않다. 제네시스와 같은급으로 꼽히는 E클래스는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총 1만1237대가 판매됐다. 이는 올해 벤츠 국내 판매량의 53.9%에 달한다.
반면 1세대 제네시스는 같은 기간 1만254대를 판매했다. K9은 4497대에 그쳤다. 수입차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췄음에도 소비자들은 수입차를 더 선호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현대차는 2세대 제네시스를 통해 빼앗긴 시장을 되찾아 오겠다는 복안이다. 내년 국내 판매 목표를 3만대로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BMW와 벤츠 등이 지난해 동일 차급에서 약 1만대 가량을 판매한 것을 감안하면 이 시장을 모두 가져오겠다는 의지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제네시스급 차종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08년대비 반토막 난 상태"라며 "2세대 제네시스에게는 이 차급의 시장 점유율을 회복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 유럽서 현대차 브랜드를 '레벨 업'하라
제네시스에게 주어진 또 다른 미션은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 브랜드를 '레벨 업'하는 것이다. 1세대 제네시스의 레벨 업 대상이 미국이었다면 이번에는 유럽이다.
지난 2008년 당시 현대차는 첨단 기술을 총동원한 제네시스를 글로벌 시장에 내놨다. 하지만 첫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는 대중차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대중차 브랜드에서 럭셔리카를 내놨으니 '안 봐도 뻔하다'는 식이었다.
▲ 지난 2008년 처음 출시된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첫 럭셔리카다. 당시 대중 브랜드의 이미지가 강했던 현대차는 제네시스 출시를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성공했다. |
하지만 제네시스는 예상을 깨고 미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 2008년과 2009년 제네시스는 세계 각국에서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 미국 J.D. 파워의 상품성 및 디자인 만족도 조사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당시 북미 시장을 평정했던 도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도 제쳤다.
제네시스를 기점으로 현대차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지난 2011년 '질적 성장'을 선언할 수 있었던 것도 제네시스를 통해 얻은 자신감 덕분이었다. 따라서 2세대 제네시스는 1세대가 닦아 놓은 기반 위에서 더욱 높이 날아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 2세대 제네시스의 타깃은 1세대 모델과 달리 유럽시장이다. 현대차는 2세대 제네시스를 앞세워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 브랜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다는 전략이다. |
2세대 제네시스는 1세대와는 타깃이 다르다. 2세대 제네시스의 승부처는 유럽이다. 개발 단계부터 유럽 프리미엄 세단을 경쟁 대상으로 꼽고 그에 맞춰 각종 사양들을 조정해왔다.
정몽구 회장도 지난 10월 유럽 현장 방문에서 "제네시스 후속 모델을 앞세워 유럽 소비자들에게 현대차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 유럽에서 일류 브랜드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세대 제네시스로 유럽시장서 인정을 받겠다는 의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제네시스는 1세대와 달리 유럽차 분위기가 많이 난다"면서 "여기에는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유럽 시장에서도 브랜드 가치를 올리겠다는 현대차의 생각이 깔려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