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올해를 기점으로 재무적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밝혔다. 그동안 추진해 온 구조조정을 제대로 마무리하겠다는 생각이다. 포스코가 가진 고유 기술을 바탕으로 비즈니스와 연결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 권오준 회장 "올해 순익 2조원 내겠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투자자 포럼(Investor Forum)'에서 "작년 영업이익은 연결기준으로 3조2000억원 정도를 거둬 소기의 성과를 냈다"며 "하지만 통상적인 것 이외에 일회성 요인이 많아 시장의 예상치를 맞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작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대비 5.2% 증가한 65조984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7.3% 늘어난 3조213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3조원대로 회복한 것은 2년만의 일이다. 하지만 당기순익은 전년대비 58.9% 감소한 5566억원을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포스코의 당기순익 감소 원인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권 회장도 이를 의식한 듯 당기순익 감소 원인에 대해 차근 차근 설명했다. 그는 "작년 세무조사로 3700억원, 주가 부진 등에 따른 투자 손실로 4900억원, 지분법 관련으로 2100억원의 손실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 권오준 회장은 "올해 순익 2조원을 내겠다"고 강조했다. |
이어 "마그네슘 강릉공장 사고로 900억원, 포스코건설에 대한 공정위 과징금 550억원 등이 반영돼 당기순익이 급감했다"고 말했다. 일회성 요인만 아니었다면 작년 포스코의 연결기준 당기순익은 약 1조7000억원에 달했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투자자 여러분들께 거듭 죄송하다"면서 "올해는 현재 진행 중인 사업들을 잘 완료해 반드시 순익 2조원을 달성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비록 실적은 감소했지만 주주 친화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작년 수준의 배당 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주당 8000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키로 했다. 배당성향은 56%, 배당수익률은 2.8%다. 권 회장은 "사실 배당을 두고 이사회에서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작년 수준을 유지키로 했다"며 "글로벌 철강사나 국내 대기업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 구조조정 총 30건 중 11건 완료
시장의 관심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포스코의 다음 구조조정 계획이다. 포스코는 이미 작년부터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다음은 어디가 될 것이냐가 관심사다.
권 회장은 "작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구조조정 건수는 총 30건"이라며 "이중 작년에 11건을 완료했고 남은 것이 19건인데 구조조정의 특성상 지금 이 자리에서 자세히 밝히기는 곤란하다. 다만, 계획대로 착실히 진행해 재무 구조상 성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포스코의 구조조정 계획에 포함돼 있던 포스코에너지 IPO건에 대해서는 보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포스코에너지는 IPO를 검토했는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서 당분간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상 IPO 철회를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 포스코는 당초 추진키로 했던 포스코에너지 IPO를 유보하기로 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아울러 포스코플렌텍도 해양 부문은 대폭 축소하고 철강 기자재 부문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
아울러 사우디 국부펀드의 포스코건설 유상증자 참여에 대해서는 "현재 상당히 자세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여러 세부 조건들을 협의하고 있는 상황이고 조만간 최종 타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포스코플렌텍에 대한 구조조정 방향도 제시했다. 포스코플렌텍은 포스코가 인수한 대표적인 부실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해양플랜트와 철강 기자재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해양 부문에서의 손실이 컸다.
권 회장은 "포스코플렌텍의 해양관련 업무는 핵심인력만 남기고 대부분 철수할 생각"이라며 "포항의 철강 기자재 사업 위주로 성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황태현 포스코건설 사장은 "포스코플렌텍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속 육성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고유 기술로 수익..신사업 방향 잡았다
권 회장은 포스코의 신성장 동력에 대한 기준도 제시했다. 향후 포스코는 남들도 다 가지고 있는 기술이 아닌 포스코만의 고유 기술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그는 "신사업에 내부 원칙을 정했다"면서 "고유 기술의 상업화가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포스코는 고기능 신소재와 청정에너지 2개 분야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고기능 신소재에는 리튬과 니켈이, 청정에너지에는 SNG(석탄합성 천연가스)와 퓨얼셀이 포함된다. 이중 SNG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 대해서는 포스코만의 독자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권 회장은 "사실 그동안 포스코엠텍과 포스코켐텍 등 소재 사업에서 큰 성과를 못냈다"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리튬은 조만간 상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니켈도 늦어도 하반기에는 상업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권오준 회장이 포스코의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꼽은 2차전지 리튬음극재. 포스코는 향후 청정에너지와 고기능 신소재 분야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
이와 함께는 자동차 강판 분야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동안 자동차 강판과 에너지 강관에 집중하던 것에서 자동차 쪽으로 선회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에너지 강관의 경우 업황이 변환기에 접어들어 향후 성장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포스코는 이미 15년전에 자동차 강판 관련 기술 확보에 주력했고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갖췄다"며 "여기에 커머셜 패키지 등을 묶어 솔루션 마케팅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자신했다.
이영훈 포스코 재무투자부문장(부사장)은 "올해는 모든 부문에서 재무적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라며 "영업이익 개선을 통한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개선이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