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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포스코]정준양이 남긴 '독(毒)'

  • 2015.03.17(화) 08:25

M&A에 5조 투입...의혹·부실투성이
부채비율 급증, 신용등급 하락

포스코가 '정준양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정 전 회장은 재임 기간 중 다방면으로 M&A의 손을 뻗쳤다. 포스코가 들고 있는 실탄이 그 배경이었다. 정 전 회장을 이 실탄을 바탕으로 외형상으로는 '거대한' 포스코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가 세운 '거대한' 포스코는 껍데기 뿐이었다. 몸집을 불리기 위해 수십년간 곳간에 쌓아뒀던 막대한 자금을 헐었지만 돌아온 대가는 혹독했다. 정 전 회장 시절의 포스코는 실적도, 위상도, 자존심도 나락으로 떨어졌다. '거대해졌지만, 위대함과는 더 멀어진' 포스코였다.

◇ M&A 큰손

지난 2009년 3월 정준양 회장은 포스코 회장에 취임하면서 '브라운 필드' 투자를 강조했다.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아 초기 개발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그린필드보다 기존의 것을 인수해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당시 포스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탈락의 고배를 마신 직후였다. 따라서 포스코가 다시 M&A에 나선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었다. 이미 충분한 자금력을 대외적으로 공표한 상태였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정 전 회장은 지난 2009년 600억원에 대한ST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2010년 성진지오텍(1600억원), 대우인터내셔널(3조3700억원), 2011년 NK스틸(377억원), 나인디지트·리코금속(180억원) 등을 인수했다. 2012년에는 삼창기업 원전사업부문을 1400억원에 인수했다.

뿐만 아니다. 호주 로이힐 광산에 1조2000억원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일관제철소에 3조원, 동국제강과의 브라질 제철소 건립에 5000억원 등 해외 투자도 감행했다. 그동안 보수적이었던 포스코의 행보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사실 정 전 회장의 브라운 필드 투자에는 이유가 있었다. 당시 글로벌 철강 업황은 한풀 꺾인 상태였다. 철강업체보다 원료업체의 입김이 더욱 거셌다. 그가 해외 자원 업체에 투자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당시 그의 브라운 필드 투자는 MB정권의 자원외교와도 맞아 떨어졌다.
 
◇ 텅 빈 곳간

정 전 회장의 브라운 필드 투자는 포스코의 덩치를 키웠다. 전임자였던 이구택 전 회장 재임 시절 31개였던 포스코의 계열사 수는 정 전 회장 재임기간 급증해 지난 2012년에는 70개까지 늘어났다.
 
반면 곳간의 빈자리는 커져갔다. 지난 2009년 8조2000억원에 달했던 포스코의 현금성 자산은 작년 6조원대로 줄었다. 정 전 회장이 포스코의 덩치를 불린데 쓴 비용은 5조원에 달한다. 해외 투자 비용까지 합하면 8조원을 넘어선다.
 
포스코가 정 전 회장 재임기간중 대규모 투자를 감행할 수 있었던 것은 안정된 철강업을 기반으로 현금을 쌓아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철강업황이 무너지면서 본체인 철강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여파는 생각보다 컸다. 포스코는 글로벌 철강 업체 중 가장 우량한 재무구조를 가진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정 전 회장 재임 기간동안 무분별한 투자와 시황 악화가 겹치며 포스코의 재무구조는 급속도로 허물어졌다.

실제로 지난 2007년 44.4%였던 포스코의 부채 비율은 지난 2011년 92.5%까지 치솟았다. 불과 4년여 만에 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정 전 회장이 물러난 지난 2013년에도 포스코의 부채비율은 84.3%에 달했다.

 

신용등급도 하락했다. 지난 2011년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낮췄다. 2012년 10월에는 'BBB+'로 다시 내렸다. 무디스도 지난 2011년 신용등급을 'A2'에서 'A3'로 내린데 이어 2012년에는 'BBB1'으로 강등했다.

◇ MB맨의 최후

정 전 회장은 소위 'MB맨'으로 통했다. 실적이 계속 하락하고 재무구조가 악화돼도 정 전 회장의 지위는 공고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마다 그는 늘 곁에서 수행했다. MB정권이 추진했던 자원외교에서 포스코는 모범사례였다.

 

정 전 회장이 'MB맨'이 된 것은 정권 실세의 도움으로 회장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말 이구택 전 회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포스코는 내홍에 휩싸였다. 이구택 전 회장은 포스코 공채 1기로 시작한 신화적인 존재였다. 그의 재임 당시 포스코는 대내외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내부 신망도 두터웠다.

 

그랬던 이 전 회장이 정권이 바뀌자 석연치 않은 이유로 중도사퇴했다. 후임으로 정준양 당시 포스코건설 사장과 윤석만 포스코 사장이 물망에 올랐다.

▲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은 'MB맨'으로 불렸다. 업계에서는 그가 회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청와대와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당시 정 사장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오히려 초반에는 윤 사장이 앞서갔다. 하지만 곧 기류가 바뀌었다. 청와대와 정부 쪽에서 정 사장을 내정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때부터 정 사장과 윤 사장은 치열한 암투를 벌였다.
 
고민 끝에 포스코는 결국 정 사장을 선택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그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봤다. 역대 포스코 회장은 바뀐 정권이 선택한다는 공식이 이번에도 통했다고 했다. 2009년은 MB정권이 출범한 시기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 전 회장은 주목 받지 못했다.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도 따라 나설 수 없었다. 정 전 회장의 추락과 함께 포스코의 위상도 추락했다. 급기야는 세무조사까지 받았다. 정 전 회장은 결국 덩치만 커진 '거대한 포스코'라는 짐만 남겨놓은 채 전임 회장들과 똑같은 수순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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