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전례없이 활기찬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랜시간 수감됐던 최태원 회장이 극적으로 사면을 받으면서 활발한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는 영향이다. 지난 14일 출소한 최태원 회장의 경영복귀이후 SK그룹의 변화된 모습과 앞으로의 전망 등을 정리해 본다. [편집자]
'확 달라졌다' 최근들어 SK그룹을 둘러싼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출소한 이후 광폭행보를 보이면서 그룹 조직 전체에 활기가 도는 모습이다.
특히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경제활성화를 위한 의사결정들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 회장은 출소이후 바로 서린동 본사로 복귀해 경영 현안들을 챙기기도 했다.
◇ 반도체사업만 46조 투자
SK그룹의 달라진 분위기는 지난 17일 열린 '확대 경영회의'에서 엿볼 수 있다. 이날 회의에는 최태원 회장은 물론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7개 위원회 위원장, SK텔레콤, SK㈜ 등 17개 주요 관계사 최고경영진이 참석했다.
최태원 회장과 수펙스추구협의회 모든 멤버가 참여한 '확대 경영회의'는 SK그룹이 '따로 또 같이 3.0' 체제를 출범한 후 처음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어려울 때 기업이 앞장서서 투자를 조기에 집행하고 계획보다 확대하는 것이 바로 경제활성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것"이라며 투자확대를 주문했다. 또 디딤돌과 비상(飛上) 프로그램 같은 청년일자리 확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우선 반도체를 중심으로 46조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건설중인 공장의 장비투자에 약 15조원, 2개의 신규공장 증설에 총 30조원 등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부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SK하이닉스 인수를 직접 결정했던 최 회장은 지난 19일 이천사업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위기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준 임직원들 덕분에 SK하이닉스가 최대 실적을 올리는 등 그룹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해 줘 자랑스러웠다"고 격려했다.
특히 최 회장은 25일로 예정된 SK하이닉스 M14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향후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할 것으로 보인다.
◇ 에너지 사업 확대 주목
반도체사업 외에 그동안 정체됐던 에너지 분야 투자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지난 17일 확대 경영회의에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투자 외에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 분야도 빠른 시일내에 투자확대 방안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20일에는 직접 석유화학 사업장이 위치한 울산을 방문하기도 했다.
▲ 지난 20일 울산사업장에 방문한 최태원 회장이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모습. |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이 앞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장 해외 에너지사업 확대에 무게가 실린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18년 현재 11조원 수준인 기업가치를 30조원대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워둔 상태다. 주력인 정유사업에서는 주요 산유국과 파트너십을 강화해 원유도입 기반을 다지고, 석유제품 수입국들과 전략적 제휴로 판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석유개발사업은 미국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U.S 인사이더(Insider)' 전략을 세웠다. 지난해 인수한 오클라호마와 텍사스 소재 셰일광구를 인근지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화학사업에선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 전략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의 국영석유회사인 시노펙과 함께 설립한 중한석화 같은 합작 모델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중국 내 파트너들과도 다각적인 협력 방안을 강구키로 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 역시 지난 2013년 중국 베이징자동차·베이징전공과 합작해 세운 전기차 배터리 회사 ‘베이징 BESK 테크놀로지’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의 존재가 힘이 될 것이라는 것이 SK 내부 분위기다. 실제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 5월 간담회에서 최 회장의 공백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정 사장은 “해외 기업과의 합작이나 큰 투자에 있어 최태원 회장의 부재가 아쉽다”며 “중국이나 중동의 경우 회장이 가야한다는 분위기가 강하고, 중국 합작도 최태원 회장이 노력해 이뤄낸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의 투자 확대 주문에 수펙스추구협의회내 글로벌성장위원회를 맡고 있는 유정준 위원장은 "최태원 회장의 외국 유수기업 CEO, 정부 인사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조속히 회복시키겠다"며 "중국, 중동, 동남아, 중남미 등 중점지역을 중심으로 양적, 질적 확대를 도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 정보통신도 잰걸음
SK텔레콤의 행보도 빨라질 전망이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오는 2018년까지 기업가치 100조원을 목표로 한 전략을 추진중이다. SK텔레콤은 전통적인 이동통신서비스를 기본으로 생활가치 플랫폼·통합미디어 플랫폼·사물인터넷(IoT)서비스 플랫폼 등 3대 플랫폼 서비스를 키우기로 했다.
SK텔레콤은 차세대 플랫폼 혁신을 통해 이동통신 산업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콘텐츠(Contents)·커뮤니티(Community)·커머스(Commerce) 등 3C가 연계되는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다양한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부문별 상품·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점점 개인화되는 미디어 산업 트렌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뉴미디어 서비스도 모색한다. 과학적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각 개인에 최적화된 맞춤형 방송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2018년까지 1500만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사물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사업을 개발하고, 동종·이종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개방형 생태계 구축에도 나선다. 장동현 사장은 "사업자가 아닌 사용자 관점으로 발상을 전환하고, 개방과 공유 원칙하에 벤처, 스타트업, 중소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경계 없는 협력(Collaboration)을 통해 성장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상반기 합병이 마무리된 SK(주)도 ICT사업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박정호 사장은 최근 "기존 ICT 사업을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융합 기술과 결합, 스마트 팩토리∙융복합 물리보안∙클라우드 등 새로운 미래가치를 창출해 나가는 글로벌 ICT 리딩 기업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SK그룹내 ICT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임형규 ICT위원회 위원장 역시 확대 경영회의에서 "공격적인 투자로 ICT 영토를 확장하겠다"고 강조한 상태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주문이 있었던 만큼 반도체 외에 에너지와 정보통신 사업에서도 활발한 투자가 단행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최 회장은 오는 26일 고 최종현 회장 추모식에 참석한 후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투자계획 및 해외사업 등의 현안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