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멘트사들이 모처럼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신규 분양시장의 열기에 힘입어 전방산업인 건설 경기가 호조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가격 담합에 따른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알려진 탓이다. 다만 공정위는 아직 법 위반 여부 등 구체적인 사안은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 실적 성장은 ‘쭈욱’
시멘트 회사의 실적은 전방산업인 국내 건설경기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착공에 들어가는 건물이 많아야 건축자재인 시멘트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아파트 건축의 모든 공정에 걸쳐 타설되는 시멘트는 신규 분양시장의 분위기에 민감하다.
올해는 지난 2011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주택 분양 물량 증가세와 시멘트 제조원가의 약 14%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 하락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실제 국내 시멘트 시장 점유율 상위 6개사(쌍용양회·한일시멘트·성신양회·동양시멘트·아세아시멘트·현대시멘트, 분기보고서 제출 않는 라파즈한라 제외)의 3분기 영업이익은 1643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34.3% 급증했다. 매출액 역시 1조4143억원을 기록하며 9.5% 늘었다.
기업별로는 시장 점유율 1위인 쌍용양회가 68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일시멘트가 419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시장에선 아파트 분양 물량이 올해 46만 가구, 내년 41만 가구, 2017년 40만 가구 등으로 계획돼 있어 2017년까지 시멘트 출하량은 꾸준히 늘 것으로 보고 있다.
황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멘트 기업들의 3분기 실적 호조는 주택 분양 호조에 따른 시멘트 출하량 증가 및 유연탄 가격 하락 때문”이라며 “내년에도 시멘트 출하량은 올해보다 6.9% 증가한 5214만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 역시 “건설경기 활황으로 각 기업들 실적이 성장했다”며 “특히 시멘트 출하량에 큰 영향을 주는 기상 조건(비가 오지 않으면 조업일수가 늘어 시멘트 출하량이 증가함)도 이익 성장에 힘을 보탰다”고 설명했다.
◇ 과징금에 발목 잡힐까
문제는 과징금이다. 과징금은 담합을 통해 기업들이 올린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지난해 공정위가 건설사들의 호남고속철 입찰 담합(3조5980억원 규모)에 대한 과징금 4355억원(약 12%)을 감안하면, 시멘트 업계가 담합을 통해 9조7500억원의 매출(2010년~2014년)을 올렸다고 하면 과징금 규모는 1조1800억원에 달한다.
다만 공정위는 과징금과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멘트 기업들의 담합 위반 여부 자체도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담합 기간 등도 명확하지 않아 과징금 규모 역시 정해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알려진 것처럼 과징금이 부과될 경우, 각 기업 실적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탓이다. 또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쌍용양회 매각과 관련해서도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쌍용양회는 국내 시멘트 시장 점유율 1위다. 이 때문에 현재 매물로 나온 쌍용양회를 인수하게 되면 이 시장을 주도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태평양시멘트가 보유하고 있는 쌍용양회 지분 32.63%는 공개매각에서 제외된 상태라 채권단 지분을 인수해도 쌍용양회의 경영권을 온전히 확보하는데 문제가 생긴다. 이는 쌍용양회 매각 걸림돌 중 하나로 꼽혀왔다.
여기에 담합 과징금이 1조1800억원에 달할 경우, 쌍용양회는 3320억원(전체의 28%)의 부담을 져야 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직 과징금 부분은 정확히 나온 것이 없어 결과를 예단할 순 없다”면서도 “과징금 부과로 기업가치가 훼손되지는 않겠지만 3000억원 이상의 일시적 비용이 발생한다면 인수를 고려하는 기업 입장에선 상당한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