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경유 비싸질까".. 정유업체의 복잡한 셈법

  • 2016.05.27(금) 14:23

마진은 휘발유, 매출은 경유가 더 많아

미세먼지 주범으로 경유차량이 지목받으면서 논란이 한창이다. 환경부가 경유차량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유류세율을 조정, 경유가격을 올리고 휘발유 가격을 낮추는 방안을 제시하고 나서다.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정유사 입장에선 제품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부터 휘발유와 경유 제품의 정제마진 차이가 커지면서 경유 가격 인상시, 손익 구조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7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휘발유 소비는 7657만배럴, 경유 소비는 1억5635만4000배럴로 집계됐다. 경유 소비가 휘발유보다 두 배 이상 많은 만큼 정유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경유가 더 크다.

 

지난해 석유사업 매출중 경유의 비율은 SK에너지는 33.9%, GS칼텍스는 25%를 기록했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는 각각 27.9%와 35.02%다. 반면 휘발유 비율은 SK에너지가 17.3%로 가장 높았고 나머지 3사는 10% 초반 수준이다.

 

▲ 그래픽 = 유상연 기자

 

하지만 실제 정유사 이익에 도움을 주는 것은 휘발유다.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석유제품 중 휘발유 수요가 크게 늘었고, 이로 인해 휘발유 마진이 강세를 보이며 복합 정제마진을 끌어올린 것이다. 반면 산업용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경유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제품 수요가 둔화되면서 마진도 부진한 상태다.

 

마진은 휘발유가 좋지만 경유 매출이 훨씬 많은 까닭에 정유사들의 셈법이 복잡하다. 

 

국내 정유사 한 관계자는 “경유는 대부분 버스나 화물차 등 고정 수요가 많아 경유 가격이 인상된다 해도 단기적으로 수요가 줄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경유가격 인상이 장기적으로 경유 수요를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휘발유 마진이 좋지만 현 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어 제품 가격 조정에 따른 득실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미세먼지 원인을 차량으로 지목하면서 경유 뿐 아니라 휘발유 등 석유제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세먼지 발생 원인이 다양한데 경유차량을 주 원인으로 몰아가는 것은 궁극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맞지 않다”며 “정유사 입장에선 에너지원인 석유제품이 오염원으로만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경유차가 미세먼지 주범으로 꼽힌 이유

 

디젤 엔진(경유차량)은 '점화' 방식을 사용하는 가솔린 엔진(휘발유차량)과 달리 '폭발' 방식을 사용한다. 원유 정제과정에서 경유가 휘발유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 생성되는 만큼 발화점이 높아서다.

 

폭발 과정을 거쳐 엔진이 작동하는 까닭에 디젤 엔진은 휘발유보다 더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이 배출하는 일산화탄소(CO)와 탄화수소(HC), 질소산화물(NOx)을 비롯해 미세먼지(PM)와 매연(Smoke)도 발생시킨다.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보다 질소산화물 배출 농도도 높다. 디젤 엔진은 고온에서 공기 중 함유된 질소와 산소가 반응하기 때문이다. 또 가솔린 엔진은 삼원촉매(TWC) 기술로 배기가스 내 유해 물질을 무해 성분으로 환원할 순 있지만 디젤 엔진에는 이런 기술이 없어 질소산화물을 그대로 내보낸다. 대기로 배출된 질소산화물은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물질 중 하나다.

 

결국 디젤 엔진은 미세먼지도 배출하고, 이를 유발하는 질소산화물도 가솔린 엔진보다 더 많이 유출하는 셈이다. 경유차량이 미세먼지 주범으로 꼽힌 이유다.

 

▲ 그래픽: 김용민 기자/kym5380@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