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가 건설기초소재인 드라이몰탈(몰탈)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기존에 레미콘과 골재 사업을 펼친 경험과 동양시멘트 인수로 제품 원료를 확보한 만큼, 몰탈 사업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내수 중심인 이 시장은 성장률이 하락세로 접어들었으며, 전방산업인 건설업 경기 영향이 커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이유로 이 사업 후발주자이자 최근 공격적 투자로 생산시설을 확장한 삼표가 투자 대비 수익을 얻기 힘들 것이란 우려 섞인 시선도 존재한다.
13일 시멘트·레미콘 업계에 따르면 삼표는 지난 2014년 몰탈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생산시설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5월 인천에 연산 70만톤 규모의 몰탈 공장을 준공, 화성공장과 함께 연간 140만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최근에는 화성 공장에 몰탈 자동출하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제품을 적시에 고객에게 전달, 고객 만족도를 높여 몰탈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계산이다.
시멘트와 골재, 혼합재를 섞어 만든 몰탈은 물만 부으면 바로 사용할 수 있어 건설 현장에서 마감재로 사용된다. 삼표가 레미콘 뿐 아니라 골재 사업을 진행해왔고, 2015년 동양시멘트를 인수하며 시멘트도 자체 공급할 수 있다는 게 삼표 몰탈 사업의 강점으로 꼽힌다.
▲ 삼표는 화성 드라이몰탈 공장에 자동출하시스템을 도입했다. |
문제는 몰탈 시장의 성장세가 요원하다는 점이다. 시멘트와 레미콘, 몰탈 등 기초 건축소재는 제품 특성상 수출이 어려워 내수 시장 의존도가 크다. 이런 이유로 국내 건설경기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고, 특히 주택건설경기에 매우 민감한 산업이다.
지난 2년 간 국내 건설시장은 신규 분양 시장이 활황을 띄며 호조세를 보였지만 올 들어 분위기가 급격히 식었다. 이미 착공에 들어간 사업장이 많아 몰탈 등의 수요는 당분간 유지되겠지만 이후 성장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실제 과거 성신양회 등 여러 시멘트 기업들이 몰탈 사업에 발을 들여놓기도 했으나 수익성 부족으로 이내 사업을 접었다. 현재는 한일시멘트와 아세아시멘트, 삼표가 몰탈 사업을 하고 있다.
국내 몰탈 시장은 약 35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가운데, 가장 먼저 사업을 시작한 한일시멘트가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한일시멘트는 인천과 부천 등 수도권을 비롯해 강원(여주·공주)과 경상(가야·함안), 호남(목포) 등 전국에 공급망을 갖고 있다.
또 다른 사업자인 아세아시멘트와 가장 늦게 사업에 뛰어든 삼표가 남은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형국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몰탈 사업은 신규 사업자가 들어온다고 해서 외연을 넓혀 시장이 성장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기존 사업자들과 신규 사업자가 한정된 시장을 두고 경쟁을 펼쳐야 하는 곳일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한일시멘트는 새로운 경쟁자가 추가되자 점유율 유지를 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서며 제품 가격 인하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 경우 경쟁사들은 수익 확보에 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일의 경우는 가장 먼저 사업을 시작하면서 호황기를 누렸기 때문에 투자 대비 충분한 이익을 거뒀고, 지금은 잠시 손해를 보더라도 점유율을 유지하는데 주력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며 “반면 후발주자인 삼표는 몰탈 사업에 공격적 투자를 진행했지만 이 시장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삼표는 여전히 낙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몰탈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가능성이 크고, 제품 원료를 자체 조달할 수 있어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삼표 관계자는 “최근 몰탈 사업의 수익성 악화는 과당 경쟁으로 인한 단가 하락이 주 원인이며 아직은 그룹 내에서 몰탈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영향은 크지 않다”며 “시멘트와 골재, 혼합재 등을 자체 생산해 경쟁력을 갖춘 만큼, 이 사업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