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사업(SK종합화학 담당) 영토 확장이 속도를 내고 있다. 올 들어 미국에서 두 건의 M&A(인수·합병) 성과를 올렸고, 중국에서는 합작사인 중한석화가 실적 호전을 바탕으로 추가 증설을 결정하며 규모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구석도 없지 않다. 당초 목표로 삼았던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M&A에서는 성과가 없어서다. 중국에서 화학사업을 확장하려는 SK이노베이션이 향후 이 시장에서 M&A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 미국서 얻은 성과
18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미국 다우케미칼로부터 PVDC(폴리염화비닐리덴) 사업 인수 계약(SPA)을 체결했다. 인수 대상은 다우의 PVDC 사업 브랜드(SARAN) 상표권을 포함해 소재 생산설비와 관련 제조기술, 지적 자산 등 사업 일체다.
PVDC는 고부가 포장재 사업 분야인 배리어 필름(Barrier Film) 소재군 중 하나다. 수분과 산소로부터 내용물의 부패나 변형을 막는 기능이 좋아 냉장·냉동 육가공 포장재로 쓰인다.
SK이노베이션은 올 초에도 다우로부터 EAA(에틸렌 아크릴산 사업)을 인수한 바 있다. EAA 역시 고부가 화학제품으로 기능성 접착 수지 중 하나다. 알루미늄 포일이나 폴리에틸렌 등 포장재 용 접착제로 주로 활용되는 제품이다.
두 번의 M&A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화학사업에서 고부가 제품군을 추가했다. 이는 종합 에너지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딥 체인지 2.0’의 일환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사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전기차 배터리와 석유화학 사업을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석유화학 사업의 경우,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대상으로 한 M&A로 외연을 확장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겠다는 것이 기본 전략이었다. 미국에서는 이 같은 전략이 순항하고 있는 셈이다.
◇ 중국서 M&A는 언제쯤?
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사업 중심 지역은 중국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 회사의 구상이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다우로부터 인수한 사업과 중국에서 기존에 보유한 인프라 및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중국 포장재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여전히 SK의 눈은 중국에 쏠려있는 것이다.
앞서 중국에서 시작한 사업이 승승장구하며 큰 성과를 내며 ‘기회의 땅’ 역할을 한 것도 SK에게는 중국을 포기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이다. SK종합화학과 중국 시노펙이 2013년 합작해 설립한 중한석화(우한NCC 운영)가 주인공이다.
양사가 35대 65의 비율로 총 3조3000억원을 들여 설립한 중한석화는 가동 첫 해(2014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고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는 알짜회사다. 높은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이번에 총 74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증설, 제품 생산량을 기존보다 40% 늘리기로 했다.
하나의 아쉬움이라면 오랜 시간 공들여온 중국 기업과의 M&A 성과가 전무(全無)하다는 점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의 전임인 정철길 부회장 시절부터 SK는 원료와 시장, 기술력을 갖춘 중국 기업을 M&A 대상으로 삼기 위해 물색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화학사업 분야에서의 첫 M&A는 중국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도 많았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규제와 마땅한 매물이 없다는 점 등의 이유로 당분간은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M&A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석유화학사업은 중국에서의 사업 확장에 가장 큰 방점이 찍혀있다”며 “중국에서의 M&A가 쉽지는 않지만 이번 중한석화 증설을 통해 시노펙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강화하면 또 다른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