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17위 LS의 총수 구자열(64) 회장이 지분 대(代)물림에 속도를 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력 계열사 지분 일부를 LS 오너 일가 3세 중 ‘서열 3위’인 외아들에게 매각했다.
▲ 구자열 LS그룹 회장(왼쪽). 외아들 구동휘 LS산전 이사. |
6일 LS그룹에 따르면 구자열 회장은 지난 3일 E1 지분 17.7% 중 2.0%(13만5000주)를 장내를 통해 구동휘(35) LS산전 이사에게 매각했다. 구 이사는 구 회장의 1남2녀 중 외아들이다.
매각금액은 76억8000만원(주당 5만6900원)이다. 이전까지 E1 주식 8000주만을 소유하고 있던 구 이사는 이번 지분거래를 통해 2.1%(14만3000주)의 지분을 확보했다.
액화천연가스(LPG) 업체인 E1은 LS그룹 주력사 중 하나이지만 (주)LS를 정점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에 편입돼 있지 않은 계열사다. 구자열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지분을 직접 소유(44.5%)하고 있는 것.
따라서 구 이사의 지분 매입은 향후 후계 승계에 대비한 지배기반 조성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LS그룹이 현재 ‘3세 경영 체제’를 준비하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이 같은 지분 대물림이 속도를 낼 가능성도 엿보인다.
LS그룹은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고(故) 구태회, 고 구평회, 고 구두회 회장 등 이른바 ‘태·평·두’ 삼형제가 2003년 11월 LG에서 분가해 만들어졌다. 이런 태생으로 인해 지금의 LS는 ‘자(滋)’자 돌림 2세들이 공동경영하는 ‘4촌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즉 국내 재계사(史)에서는 드물게 사촌간 회장 승계 전통을 가지고 있다. 출범과 함께 고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홍 현 LS니꼬동제련 회장이 초대 회장으로 취임한데 이어 2013년 1월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열 현 회장이 바통을 물려받았다. 또 4촌형제들이 주력 사업부문(전선·산전·동제련·E1) 계열사들을 책임경영하고 있다.
여기에 ‘3세 경영 체제’를 준비 중이다. 선두주자는 고(故)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 아들 구본혁(40) LS니꼬동제련 사업본부장(전무)다. 이외에 구자엽 LS전선 회장 아들 구본규(38) LS산전 전무 등이 계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구동휘 이사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뉴저지 센티너리대(Centenary College) 유학을 마치고 우리투자증권 IB본부에서 근무한뒤 이후 2013년 11월 LS산전 차장으로 입사해 ‘3세 경영’ 무대에 데뷔했다.
이어 생산기획팀 부장을 거쳐 입사 3년만인 지난해 말 이사(현 전력국내사업부 사업부장)로 승진했다. LS 일가 3세 중 3번째로 임원 대열에 합류한 것.
이런 상황에서 구 이사의 E1 지분 확대는 LS그룹이 2003년 11월 LG에서 계열분리된 이후 처음 이뤄졌다. 또 2015년 2월 (주)LS 지분 0.78%(25만주) 이후 구 회장의 지분 승계가 없어왔던 점에서 보면 작년 말 임원 승진을 계기로 지분 대물림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구 이사는 E1 외에 (주)LS 2.1%(65만8990주), LS전선 0.04%(7274주), LS아이앤디 0.03%(4139주)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