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계열사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방안을 마침내 공식화 했다. 두가지 큰 틀이 골자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하고, 그룹사와 대주주간 지분 매입·매각을 통해 순환출자를 해소한다는 것이다.
우선 현대모비스를 둘로 나눈 뒤 그 중 하나를 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De facto Holding Company)로 삼고 나머지 하나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 대주주 일가 지분 비율이 비교적 높은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한다. 정 회장 등 대주주는 합병한 글로비스 주식을 계열사인 기아차에 파는 등 실탄을 마련해 기아차, 현대제철 등에 있는 모비스 주식을 인수한다.
이렇게 되면 대주주는 사업회사 분할 후 남은 모비스의 최대주주가 되고, 모비스는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사 삼성물산처럼 현대차와 기아차의 두 완성차업체 경영권을 가지는 동시에 현대제철과 글로비스 등 다른 계열사를 소유하는 수직적 지배구조가 마련된다. 이 과정에서 정 부회장 지분이 높아지면 실질적인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까지 이뤄질 수 있다.
◇ "모비스 분할해 글로비스에 붙인다"
현대모비스는 28일 이사회를 열고 '투자 및 핵심부품 사업' 부문과 '모듈 및 애프터서비스(AS) 부품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하고,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은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현대글로비스도 이날 이사회를 개최해 모비스에서 분할된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과의 합병을 결의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은 '0.61 대 1'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분할 비율을 순자산 가치 비율로 계산했다고 밝혔다. 비상장회사로 간주되는 현대모비스 분할 사업 부문과 상장회사인 현대글로비스의 합병 비율은 전문 회계법인이 자본시장법에 따라 각각 본질가치 및 기준주가를 반영해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 주주는 주식 1주당 현대글로비스 신주 0.61주를 배정 받는다. 현대모비스 주식의 경우 분할 비율 만큼 주식 숫자는 줄어들지만 지분율 자체에는 변동이 없다. 두 회사는 오는 5월29일 각각 개최하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번 분할합병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안(자료: 현대차그룹) |
◇ 계열사 가진 모비스 지분 대주주가 매입
현대차그룹은 이와 연결해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 등 대주주와 그룹사간 지분 매입·매각을 통해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는 개편안을 시행키로 했다.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분할합병안이 각 사 주총을 거쳐, 모비스 주식이 변경상장되고 합병 현대글로비스 신주가 추가 거래되는 7월말 이후가 될 전망이다.
기아차, 글로비스, 현대제철은 모비스와 글로비스 분할합병 이후 다시 이사회를 열어 각 사의 모비스 지분을 대주주에게 매각하는 구체적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 3개 계열사는 모비스 지분을 각각 16.9%, 0.7%, 5.7%씩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 등 대주주는 기아자동차에 합병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하는 등 분할합병 이후의 지주사 역할을 할 현대모비스 지분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에 나선다. 건설 계열사 중 정 부회장 지분이 11.2%인 현대엔지니어링을 상장시키거나 현대건설과 합병해 지분을 유동화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돼 왔다.
◇ '모비스 - 현대·기아차 - 개별 사업군'
정부는 현대차그룹에 지난 2013년부터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도 자발적인 해소를 요구해 왔다. 순환출자를 통한 기업집단의 계열사 지원, 동반 부실화 등을 막기 위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계열사 재편과 지주사 지분확보 자금 마련이 간단치 않겠지만 이르면 연내에 현대차그룹 출자구조가 정리 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파악한 작년 11월말 현재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구조는 ▲기아차 → 모비스 → 현대차 → 기아차 ▲기아차 → 제철 → 모비스 → 현대차 → 기아차 ▲현대차 → 글로비스 → 모비스 → 현대차 ▲현대차 → 제철 → 모비스 → 현대차 등 4개 고리가 있었다.
이번에 추진하는 방식대로 지분 정리가 되면 현대차그룹의 기존 4개 순환출자 고리는 모두 끊어진다. '대주주 → 모비스 → 완성차 → 개별 사업군' 등으로 단순화 되는 것이다. 모비스 아래 현대차와 기아차 두 완성차업체가 있고 이들이 현대제철과 글로비스 등 다른 계열사를 소유하는 지배구조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룹의 이번 출자구조 재편안은 기업 경쟁력과 주주권익을 동시에 강화하는 방식이 될 수 있도록 오랜 기간 고민한 산물"이라며 "대주주가 지분거래 과정에서 적법한 재편비용을 부담하며 사회적 책임에 적극 부응하도록 한 방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