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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19]'Hi빅스비'가 'OK구글'에 먹히면 어쩌냐고?

  • 2019.01.10(목) 06:42

[인사이드 스토리] 인 라스베이거스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풀어놓은
'AI, 빅스비, 그리고 삼성의 빅피처'

[라스베이거스=윤도진 기자] 정보기술(IT)·전자산업 축제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9'에는 업계 스타급 CEO들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지난 6일 개막 전 열린 글로벌 미디어 컨프런스에서 "삼성전자가 보유한 광범위한 제품군을 '빅스비(Bixby)'와 연동해 기존에 없던 혁신과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하며 출전한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이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거물입니다.

 

해외 매체들에게도 주목받는 취재 대상인 그가 라스베이거스 현장에서 국내 기자들만 따로 불러 모았습니다. 그리고 삼성의 인텔리전스 플랫폼인 빅스비, 소비자가전사업, 그리고 삼성전자 전체의 앞날에 대해 꽤 친절하게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아리아 호텔에서 가진 간담회 현장 얘기를 소상하게 전해봅니다.

 

▲ 지난 8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아리아 호텔에서 마이크르 잡은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사진=삼성전자 제공

 

김 사장은 "핵심은 인공지능(AI)"이란 말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삼성전자가 커넥티비티, 5G 등 사업을 하는 것 역시 근본은 AI에서 시작한다"며 "8K(초고밀집화소) TV 개발도 AI 기술이 없었으면 가능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삼성의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빅스비 말고도 다양한 사업 분야에 AI가 접목돼 있다는 얘깁니다.
 
그는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된 기기, 5G를 통한 연결성, 빅스비를 중심으로 한 AI 등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올해로 삼성전자가 창립 50주년을 맞았는데 '초일류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새로운 각오로 임하고 있다는 분위기도 전했습니다.

 

"삼성이 소비자의 일상을 풍요롭게 하고 업계 전반의 혁신을 주도하는 데 박차를 가하겠다"면서 가장 강조한 것 도 AI였습니다. 역시 "여러 사업에서 기반이 되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입니다. 그 예로 든 것이 8K TV에 적용한 AI 화질칩이었습니다.

 

▲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과 AI로 무장한 삼성의 QLED TV /사진=유상연 기자 prtsy201@

 

"풀HD(2K) 영상을 8K로 업그레이드하려면 픽셀 수를 16배 늘려야 하는데 존재하지 않는 정보를 의미있게 만드는 것은 바로 AI"라고 말입니다. 그는 "결국 화질엔진(퀀텀프로세서 8K)의 경쟁력"이라며 "마이크로 LED TV도 모듈을 가로세로 원하는 방향으로 4개, 8개 갖다 붙여 한계를 뛰어넘는 TV 스크린을 만드는 것인데 이 역시 AI가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삼성 AI의 '대표선수'이자, '얼굴 마담'(?)이기도 한 '뉴 빅스비'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습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모바일 뿐만 아니라 TV·가전·전장 등 전사적으로 뉴 빅스비를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을 밝혔죠.

 

김 사장은 "삼성전자 TV·가전 제품은 빅스비를 만나 동일한 제품이라도 소비자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면서 "오픈 플랫폼인 빅스비는 다양한 파트너와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자사 스마트 TV에 구글·아마존과 클라우드 연동을 통해 AI 생태계를 확대했하기로 했고요. 이번 CES에서는 애플 아이튠즈 앱을 애플 이외 기기에 처음으로 탑재키로 했습니다.

 

하지만 'OK(오케이) 구글!'이나 '알렉사!'보다 '하이(Hi)~ 빅스비!'가 많이 불려질수 있느냐는 데에는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갖습니다. 이날 현장 분위기도 그랬습니다. 삼성의 빅스비가 구글, 애플, 아마존의 AI와 한 생태계에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겁니다. 경쟁관계에 있는 거대 IT 기어들과의 협력이 삼성 미래 사업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닌지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 CES 삼성전자 초대형 부스 '삼성시티'에서 시연중인 스마트 가전/사진= 사진=유상연 기자 prtsy201@

 

그러나 김현석 사장은 "삼성 빅스비가 후발주자라도 디바이스(기기)엔 강점이 있다"는 말로 우려를 일축했습니다. "아마존이나 구글의 AI와 협력하면 삼성 AI 빅스비의 영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오해"라는 겁니다. 아마존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가 앞서 있기는 하지만 삼성은 스마트폰, TV, 가전 등 다양한 기기 제조사로서 이를 활용하는 게 능숙하다는 게 강점이어서 '동등한 협력'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예를 들었습니다. "만약에 '하이 빅스비,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유명한 프렌치 레스토랑이 뭐지?'라고 물을 수 있는데 여기엔 이미 협력모델이 들어가 있다. 빅스비가 직접 그 답을 찾아주도록 했을 때 비용 대비 결과가 좋을 것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

 

또 협력에는 알렉사나 구글 어시스턴트에 '삼성 TV를 켜달라'고 명령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도 포함돼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은 디바이스"라고 했는데 이는 삼성에 필요해서뿐만 아니라, 아마존, 구글 역시 강한 필요에 따라 삼성과 손을 잡은 것이라는 얘기로 들렸습니다.

 

또 "구글이 잘하는 Q&A(질의응답)도 빅스비 안으로 집어 넣어 '1942년 미국 대통령 누구냐'고 물으면 구글이 Q&A로 해결하고 빅스비가 답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은 전 세계에 많은 기기를 깔아두고 있는 빅스비의 AI가 더 불려질 일이 많고, 또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는 이원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도 말을 보탰는데요. 그는 '디바이스-콘텐츠-액션' 이라는 AI의 세 요소에서 '장벽'을 없애는 것이 협력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삼성 애플 아마존 구글 등 4개 회사의 공통점은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기업"이라며 "각각 잘하는 분야를 투자해 공유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김현석 사장은 "스마트 홈 사업을 처음 시작하던 10년전에는 이런 협력모델이 존재하지도 않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소비자들이 따로따로 노는 것을 그대로 두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협력은 당연한 일이고, 사업적인 관건은 "어떤 방식으로 협력하느냐"라는 겁니다. 삼성으로서는 여기에 기기 우위가 있다는 자신감이 비쳤습니다.

 

 

LG전자가 CES에서 보여준 두루마리 형태의 '롤러블 TV'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도 나왔습니다. 자칫 민감할 수 있지만 김 사장은 피하지 않고 답했습니다. 그는 "결국 경제성의 문제"라며 "경제성이 올라오면 충분히 개발할 값어치가 있을 테지만 시제품(프로토타입)으로는 큰 의미 없다"고 말입니다. 당장은 그쪽으로는 의지가 없어 보였습니다.

 

김 사장은 8K TV 다음에 16K TV가 나오겠느냐는 질문에도 긍정적 기대감을 표시했습니다. 특히 이번 CES의 핵심 주제 중 하나가 5G라는 데도 주목했습니다. "5G 브로드밴드가 되면 8K를 넘어 16K 전송도 가능해져 TV산업의 발전 가능성도 커진다"는 겁니다.

 

그는 "과거 2K, 4K 때도 4K가 나올까, 8K가 나올까 했지만 결국 다 그렇게 됐다"며 "화면은 좀 더 커질 수 있지만 많은 정보를 화면에 표시해주는 그런 디바이스가 될 거 같다"고 했습니다.

 

이날 자리에는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도 함께 앞에 나섰는데요. TV 시장이 정체된 상황이나 TV업체들의 이익률이 부진한 최근 상황에 대한 우려에 비해 강한 자신감이 돋보였습니다.

 

한 사장은 "작년 상반기까지 최근 2년여에 걸쳐 제품 라인업을 대폭 감축했고 프리미엄, 대형 TV 위주로 구성하는 작업을 마쳤다"면서 "최근에 성장은 못했지만 손익은 많이 좋아졌는데, 올해는 외형도 많이 기대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장도 어렵고 숫자도 말하기 어렵지만, 13년 연속 1등을 했던 것에 걸맞는 성장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습니다.

 

▲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오른쪾)/사진=삼성전자 제공

 

지난 8일(한국시간) 발표된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부진한 실적에 대한 얘기도 나왔습니다. 김 사장은"올해 하반기부터는 좋아질 것"이라며 "희망적으로 빨리 바뀔 것으로 본다"고 턴어라운드 기대감을 비쳤습니다. 그는 "삼성전자가 하는 일이 세계 경제에 영향을 받는 사업이고, 한 나라만 잘돼야 잘되는 게 아니라 여러나라가 잘돼야 하기 때문에 향후를 예상하기는 어렵다"면서 한 말입니다.

 

그는 "어려웠던 건 작년만이 아니고 50년 역사에 항상 있었다. 삼성이 다른 기업과 좀 더 잘하는 것은 이를 극복하는 저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날 자리를 공식적 응답을 마쳤습니다. "어울리는 말이 아닐지 모르겠지만 예쁘게 지켜봐 달라"고 당부하면서 말입니다.

 

이날 마련된 간담회는 진지하고 날카롭게 시작했지만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로 마무리 됐습니다. 김 사장은 매체들을 다루는 데도 능숙하고 노련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대표이사로 이끄는 삼성전자의 앞날, 내년 다시 CES서 만난다면 얼마나 그의 말대로 실현돼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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