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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속 실력 보여준 SK의 '두 축'

  • 2020.08.26(수) 11:10

[어닝 20·2Q]SK그룹 리그테이블
8개사 영업이익 2조원…전년 대비 24%↑
하이닉스 '끌고' 텔레콤 '민' 견조한 성과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속에서도 SK그룹의 2분기 실적은 1년 전보다 빛이 났다. 전염병 확산을 막으려는 사회적 변화의 분위기가 SK의 사업 '삼각축(정유·화학-통신-반도체)' 가운데 나중에 장착된 두 곳에 오히려 힘을 실었다. 비대면 업무, 교육 등이 활성화되며 이에 필요한 반도체와 IP(인터넷)TV 등 관련 제품·서비스 수요가 급증한 것이 배경이다.

이는 SK 최태원 회장이 줄곧 강조하는 그룹 사업철학인 '딥 체인지(Deep Change, 근본적 변화)'의 성과라 할 만하다. 상대적으로 오래된 SK의 사업 축인 정유사업이 각국 경제봉쇄와 저유가로 1분기부터 심한 부진을 겪는 것과 대조적이다. 시대 변화에 대응한 사업구조의 개편이 초유의 위기 속 SK그룹의 지속가능성에 힘이 됐다는 평가다.

25일 비즈니스워치가 집계한 2020년 2분기 SK하이닉스·SK텔레콤·SK머티리얼즈·SK가스·SKC·SK네트웍스·SK케미칼·SK이노베이션(이상 영업이익 순) 등 SK그룹 주요 8개 상장 계열사의 합산 영업손익(연결재무제표 기준)은 총 2조767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8개사가 총 1조6791억원을 벌었던 것과 비교해 23.7% 늘었다. 올해 2분기 계열사 총 매출은 25조456억원으로 1년 전 29조3826억원보다 14.7% 줄었다. 외형은 줄었지만 이익은 늘면서 영업이익률은 1년 전 5.7%에서 8.3%로 올랐다.

SK하이닉스가 사실 다 했다. 2분기 8개사 전체 가운데 하이닉스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93.7%나 된다. 전년 동기 38%보다 55.7%포인트 상승한 비율이다.

비대면 업무 등의 확산으로 개인용 컴퓨터, 노트북, 서버 등에 쓰이는 반도체 단가가 높아져서다. SK하이닉스의 D램과 낸드플래시 평균판매가격(ASP)은 전분기보다 각각 3%, 7% 상승했다. 판매물량도 크게 늘었다. 그 덕분에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1조9467억원으로 다섯 분기 만에 1조원대에 다시 등반했다. 작년 2분기와 비교해 3.1배로 늘어난 수치다. 매출은 8조606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3.4% 늘었다.

차진석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3일 열린 실적발표회에서 "모바일 반도체 수요는 부진했지만, 서버와 그래픽 반도체 판매가 확대돼 이를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도 하이닉스의 뒤를 이어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영업이익이 3595억원으로 1년 전 3228억원보다 11.4% 늘었다. 새로운 회계기준(K-IFRS 1115)을 적용하기 시작한 2018년 이래 가장 많다. 매출은 이 기간 4조4370억원에서 4조6028억원으로 3.7% 증가했다.

신사업의 성과가 좋았다. 유료방송 등을 담당하는 자회사 SK브로드밴드 영업이익이 608억원으로 작년 423억원보다 43.8% 늘었다. 케이블방송사 티브로드 합병에 더해 외출을 자제하는 '집콕족'이 늘어 자체 IPTV 가입자가 증가한 덕분이다. 무선통신 주력 SK텔레콤 본체 영업이익이 2703억원으로 전년 동기 2752억원보다 1.8% 소폭 줄어들었지만 이를 신사업이 만회했다.

반도체 등 산업소재를 제작하는 SK머티리얼즈도 선전했다. 2분기 영업이익이 566억원으로 작년 2분기 551억원보다 2.7% 늘었다. 정부의 소재, 부품, 장비 국산화 정책에 따라 이번 분기부터 불산, 인산, 포토레지스트 등에서 매출을 본격화하면서 이익 규모를 지켰다.

SK가스도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영업이익은 557억원으로 지난해 564억원에서 1.2% 줄었다. LPG(액화석유가스) 판매량이 226만톤으로 작년 205만톤보다 늘어 코로나19, 저유가 여파를 최소화했다. 순이익은 LPG 파생상품 평가손익이 더해져 작년 2분기 30억원에서 올해 2분기 905억원으로 875억원이나 급증했다.

화학·소재 계열사 SKC는 영업이익이 49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9% 늘었다. 올해 인수작업이 완료된 전기차 배터리 부품 동박 제조 자회사 SK넥실리스 영업이익이 131억원으로 전분기 67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 긍정적이었다. 노사 분규 해소로 공장 가동이 정상화돼 동박 출하량은 전분기보다 12% 증가했다. 화학 사업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부진했다.

사업 다각화에 주력중인 SK네트웍스는 아쉬움을 남겼다. 영업이익이 303억원으로 1년 전 460억원보다 34.1% 줄었다. '워커힐'을 운영하는 호텔사업이 코로나19로 여행객이 줄면서 103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것이 컸다. 생활가전 렌트, 렌터카로 구성된 신사업 총 영업이익은 499억원으로 작년 431억원보다 15.8% 늘었다.

SK케미칼의 영업이익은 176억원으로 작년 203억원 대비 13.3% 줄었다. 매각이 완료된 바이오에너지 사업 부문 실적이 이번 분기부터 제외된 영향이 컸다.

SK이노베이션은 8개 계열사 중 유일하게 적자를 냈다. 영업손실이 4397억원으로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매출은 7조1996억원으로 작년 13조225억원보다 44.7% 줄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정유사업에서 손실이 컸다. 정유 수익성 지표인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휘발유 등 제품 판매가격에서 원료비, 수송비 등 제반 비용을 차감한 수치)은 4월부터 3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기간 정유 제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본 셈이다. 그나마 2분기 중 유가가 오른 게 위안이다. 국내 정유사들이 주로 쓰는 두바이유 배럴당 가격은 4월 20.4달러에서 6월 40.8달러로 올랐다. 그 덕분에 전 분기보다 재고 관련 손실이 7544억원 줄었다. 또 원유 도입 시기와 제품 판매 시점간 가격차로 인해 발생하는 래깅(Lagging) 효과도 3761억원의 전 분기 대비 플러스 요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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