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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야만 산다'...화학사 실적 가른 '열쇠는?'

  • 2020.09.03(목) 16:49

[어닝 20·2Q]석유화학 리그테이블
영업이익 8532억...전년 대비 0.2%↑
LG화학 부동의 1위...화학에 배터리 더해
한화와 금호, 차별화 경쟁력...롯데는 부진

석유화학 등 에너지 기업의 시대가 지고 있다는 분석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정보기술(IT), 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의 폭발적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미국 최대 정유·화학 기업으로 한 때 전세계 시가총액 1위에 오르기도 했던 엑손모빌의 '날개 없는 추락'이 이같은 흐름의 대표적 사례다. 이 회사는 올해 1분기 당기순손실 6억1000만달러(약 7500억원)로 32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미국 우량기업 주식들로 구성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퇴출이 결정됐다. 

국내 화학사들은 이같은 시장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LG화학이 대표적 사례다. 증권가에서 화학주로 분류되는 이 회사는 전기차 배터리를 무기로 배터리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는 중이다.

그 결과 올해 초 시가총액 22조원으로 코스피 9위를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주가가 상승해 3일 기준 시총이 54조원으로 두배이상 불어 순위가 다섯 단계나 뛴 4위에 올랐다. 이밖에 화학사들은 태양광 부품, 고부가 제품 등으로 업역을 다양화하며 화학 기업의 경쟁력을 증명하는 중이다.

◇ 코로나19 속 '선방'

비즈니스워치가 집계한 LG화학,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롯데케미칼 등 국내 화학 4사 2분기 매출(연결 재무제표 기준)은 총 12조6001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14조3828억원보다 12.4% 줄어든 수치다. 

영업이익은 8532억원으로 작년 2분기 8519억원보다 0.2% 증가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국면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출이 큰 폭으로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과 비슷해 영업이익률은 6.8%로 작년 5.9%보다 0.9%포인트 올랐다. 

재료비 절감이 한몫 했다. 코로나19로 자동차, 항공기 등 이동용 수요와 공장 연료 등 산업용 수요 감소로 유가 하락이 화학사 주요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 하락을 불러서다. 나프타 톤당 국제 가격은 지난해 12월 581달러로 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이어가 6월 들어 367달러까지 36.8% 떨어졌다. 

원가 절감에 더해 화학 제품 가격이 덜 떨어져 화학사들이 얻는 마진이 커졌다. 세계 경기가 전방위적으로 침체되는 가운데 마스크 부직포, 포장재, 집콕족용 가전제품 등에 쓰이는 화학 제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포장재 원료 LDPE(저밀도 폴리에틸렌) 톤당 국제 가격은 지난해 8월 967달러로 고점을 찍은 뒤 4월 762달러까지 떨어졌다가 5월부터 반등해 두 달 연속 800달러대를 유지했다. 가전제품 등에 쓰이는 ABS(고부가 합성고무) 가격은 올해 4월 톤당 1124달러에서 6월 1389달러로 23.6% 올랐다.

◇ 화학에 더한 '성장 동력'

LG화학은 모든 사업 부문이 고르게 실적을 개선했다. 이를 발판 삼아 업계 맞수 롯데케미칼을 누르고 2분기 연속 업계 1위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 6조9352억원, 영업이익 5716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2.3%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3배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이 기간 3.6%에서 8.2%로 4.6%포인트 뛰었다. 

석유화학 부문은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훨훨 날았다. 영업이익이 4347억원으로 전년 동기 3822억원보다 13.7% 늘었다. 이 부문 매출의 30% 가까이를 차지하는 ABS, 그 가운데 고부가 제품 시황이 좋아서다. 일각에서는 ABS 시장이 10년 새 가장 좋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LG화학은 연간 ABS 생산 능력이 200만톤으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전지 부문이 힘을 냈다. 영업이익이 1037억원으로 2차 전지 사업에 진출한 지 25년 만에 첫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또 고객사 테슬라에 공급하는 물량이 급증하며 이 부문에 속하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200억원 가량 흑자가 난 것으로 유진투자증권은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앞으로 분기 기준 꾸준히 이익을 낼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2분기 연속 영업이익 2위 자리를 유지했다. 매출 1조9564억원, 영업이익 1285억원을 거뒀다. 1년 전보다 매출은 17.2%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7.8%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5%에서 6.6%로 1.6%포인트 올랐다. 

태양광 부문이 좋은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이 524억원으로 전년 동기 309억원보다 69.6% 늘었다. 상반기로 범위를 넓히면 영업이익이 1570억원으로 회사 총 이익 2956억원의 약 절반을 담당했다. 고부가 제품 수요가 많은 미국 시장 부품 판매량이 늘어서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유럽 등 세계 주요 시장에서 태양광 부품 셀, 모듈 부문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1분기에 이어 영업이익 3위를 기록했다. 매출 1조262억원, 영업이익 1201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 보다 매출은 26%, 영업이익은 15%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10.7%에서 11.7%로 1%포인트 상승했다. 

합성수지 부문이 제역할을 했다. 회사가 사업부별 실적을 밝히지 않았지만, 교보증권은 이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190억원에서 26.3% 늘어난 240억원을 거뒀을 것으로 본다. 가전 제품 수요로 인한 ABS 가격 상승 덕분이다. 더욱이 2016년부터 회사가 본격적으로 증설을 시작한 수술용 장갑 등에 쓰이는 NB라텍스도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코로나19로 수술용 장갑 등 위생용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서다. 금호석유화학의 연간 NB라텍스 생산능력은 58만톤으로 세계 1위다.

롯데케미칼은 2분기 연속 4위로 내려 앉았다. 매출 2조6822억원, 영업이익 3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2.1%, 90.5% 줄었다. 1분기 만에 적자를 벗어난 것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영업이익률은 8.8%에서 1.2%로 7.6%포인트 빠졌다. 

올해 3월 발생한 충남 대산공장 화재 여파가 컸다. 현재까지 이 공장의 4개 라인은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업계에선 공장 가동이 멈춘 것으로 인해 롯데케미칼이 이번 분기 80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한다. 그 여파로 올레핀 부문 영업이익은 41억원으로 전년 2252억원에서 약 2200억원이 빠졌다. 

업계에선 불의의 사고에 더해 경기 침체기 롯데케미칼의 약점이 더 두드러진 것으로 본다. 롯데케미칼은 경기 호황기에는 범용 제품을 대규모로 쏟아내며 큰 이익을 얻는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간 영업이익 기준 LG화학을 앞질러 업계 1위에 등극한 것도 이 덕분이다.

다만 경기 침체기 범용 제품이 힘을 못쓰는 사이 이를 받춰줄 고부가 제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롯데케미칼은 롯데첨단소재 합병, 해외 기업 인수 등으로 고부가 제품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범용 제품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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