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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갤럭시S21' 앞당겨 내놓는 까닭

  • 2020.12.24(목) 11:03

[워치전망대-이슈플러스]
아이폰 견제하려…예년보다 이른 1월 공개
화웨이서 뺏은 1위 지키려 A시리즈도 총공세

삼성전자가 내년 1월 갤럭시S21를 공개하며 새해 첫 스마트폰 시장의 포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S 시리즈가 매년 2~3월에 출시됐던 것을 감안하면 1월 출시는 이례적이다. 아이폰12를 앞세워 선두를 위협하는 애플과 미국의 강력한 제재로 주춤한 화웨이(華爲)를 떨쳐내고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 1위를 더욱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갤럭시S21. /사진=에반 블래스 트위터

◇ 갤S21, 연초 CES 2021 맞춰 공개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1월14일 온라인으로 신제품 공개 행사를 열고 갤럭시S21 시리즈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갤럭시S 시리즈는 2월 중순쯤 첫 공개 후 3월께 제품 출시로 이어졌다. 이번 신제품 공개는 평소보다 1개월가량 이르다. 매년 2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와 비슷한 시기에 상반기 언팩을 진행했다면, 올해 언팩은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전시회인 'CES 2021' 마지막 날이다. 

삼성전자가 이토록 빨리 갤럭시 신제품을 내놓는 것에 대해 업계는 아이폰12를 견제하기 위한 방책이라고 풀이한다. 애플이 올 10월 선보인 아이폰12 시리즈가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얻자 위기감을 느껴 신작 출시 일정을 앞당겼다는 것이다. 신작 공백을 줄여 시장 점유율 하락을 방어하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관련기사☞ 애플 첫 5G폰 '아이폰12'…외관은 과거 회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21%로 1위를 유지했다. 애플은 아이폰12 효과로 전월 대비 4%포인트 상승한 14%로 2위에 올랐다. 일반적으로 아이폰 신제품이 출시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약 2~3%포인트 떨어지는데, 이번에는 1% 하락에 그치며 선방했다는 것이 이 조사업체 분석이다.

하지만 애플이 아이폰12를 공개한 것이 10월 중순(14일)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해석은 달라진다. 아이폰12와 아이폰12 프로의 정식 판매는 미국 등 1차 출시국에서도 같은 달 23일에야 시작했다. 심지어 아이폰12 미니와 아이폰12 프로맥스 모델은 11월13일부터 정식 판매가 시작돼 10월 집계에는 반영되지도 않았다.

아이폰12는 길어야 2주 동안의 판매량만 집계됐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이 덜 떨어진 것이지,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일각의 해석이다.

10월 글로벌 5G 스마트폰 제품별 점유율. /사진=카운터포인트리서치

세부 모델별로 보면 애플의 경쟁우위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특히 아이폰12는 출시 2주 만에 전 세계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20 시리즈를 앞섰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발표한 마켓펄스 보고서를 보면 아이폰12는 올해 10월 전 세계 5G폰 시장에서 점유율 16%로 1위에 올랐다. 2위 역시 점유율 8%를 기록한 아이폰12 프로가 차지했다. 이 둘을 합하면 전체 5G폰 판매량의 24%에 달한다. 두 제품 모두 2주 동안 판매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10월 하순 시장 장악력을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지난 9월 5G 시장 점유율 5%로 1위를 차지했던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20 울트라 5G는 점유율이 4%로 하락하며 3위까지 밀려났다. 갤럭시노트20와 갤럭시S20 플러스 5G 모델은 각각 2%의 점유율로 8, 9위에 이름을 올렸다. 5G 시장 10위권 내에 있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모델을 모두 합쳐도 2위 아이폰12 프로 1개 모델 만큼 팔린 데 그쳤다는 의미다.

아이폰12 판매 실적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12월부터는 더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아이폰12 시리즈에 대한 수요가 연말에 특히 강세를 나타내고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바룬 미쉬라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아이폰12 시리즈는 올해 출시가 늦어지면서 일부 판매가 1월까지 밀려 내년초까지 높은 판매량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 중저가폰 신작도 총출동

삼성의 대응은 갤럭시S21 조기 출시에서 그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부터 다양한 중저가 5G 제품도 쏟아낼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 중 갤럭시A32, 갤럭시A52, 갤럭시A72, 하반기에는 갤럭시A22 등 5G 중저가폰이 잇따라 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는 갤럭시A51 이상급 모델까지만 5G를 지원했다면, 내년에는 더 낮은 사양의 저가 모델에서도 5G 지원을 더욱 확대한다는 것이다.

최근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뉴스룸 기고문을 통해 "더 많은 고객이 각자의 필요에 따라 제약 없이 최신의 모바일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개개인이 원하는 맞춤형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2021년에도 강력한 성능을 갖춘 다양한 포트폴리오의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역시 시장 점유율을 지키려는 것이다. 삼성이 올해 스마트폰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 중저가폰에 있었기 때문이다. 박진석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애플 아이폰12 출시에도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는 신흥 시장의 성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인도·동남아시아·중남미 등 신흥 시장에 대응해 중저가폰 출시에 공들였기 때문에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중저가폰을 다양화하는 것은 미국과의 갈등으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급락하고 있는 화웨이의 공백을 차지하려는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4월 점유율 21%로 글로벌 시장 1위에 올랐던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 강화로 6개월 동안 점유율이 급락했다. 10월에는 점유율 11%로 4위까지 떨어졌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스마트폰 업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화웨이의 출하량 감소분이 어떤 업체에 얼마만큼 흡수되는지다"라며 "내년 화웨이 외 업체들이 글로벌 1억4000만대, 중국 9500만대 정도를 나눠가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4분기 다소 주춤할 IM(IT·모바일)부문의 실적을 내년 초 다시 살려내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지난 3분기 삼성전자 IM부문은 갤럭시노트20, Z폴드2 등 플래그십 출시 효과로 전 분기 대비 120%, 전년동기 대비 52.4% 증가한 4조4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다만 4분기에는 신작 부재로 영업이익이 3조원대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되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날개 편 삼성전자, 숨고른 애플…연말 '격전' 예고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새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플래그십폰의 경쟁력 확보뿐 아니라 중저가폰 다양화 등을 통해 신흥 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전략이 맞물릴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 대응이 제품 출시계획에서도 드러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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