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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 호황은 시한부…내년 'OLED 대전' 열린다

  • 2020.12.31(목) 15:56

[워치전망대-어닝인사이드]
삼성·LGD 코로나19 특수로 하반기 선전
내년 OLED 경쟁 본격화…투자부담 만만찮아

중국 업체들의 기술 추격과 공급과잉 탓에 부진을 겪었던 디스플레이 산업이 새해에는 나아질 수 있을까? 올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불확실성을 속에 오히려 바닥을 치고 회복되는 모습을 보인 디스플레이 업계는 내년에 한층 개선된 실적을 내놓을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일단 기존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수요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도 이제는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세계적 전염병 사태와 미국·중국의 갈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중국의 공격적인 OLED 투자 등은 넘어야 할 장애물로 꼽힌다.

◇ LCD 수요 증가…'2020 코로나 특수'

올해 초까지만 해도 디스플레이 시장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기 위축으로 급격한 역성장이 예상됐다. 실제로 1분기에는 생산라인에서 차질이 빚어져 업체마다 손실이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는 오히려 호재가 됐다. 소비자들이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재택·원격근무가 활성화되면서 TV를 비롯해 노트북 컴퓨터 등 IT(정보기술) 기기 수요가 증가해 상황이 반전됐다. 

이는 지난 3분기 실적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2분기 애플에서 보상금으로 받은 일회성 수익 덕에 적자를 면했던 삼성디스플레이는 3분기부터 수익성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삼성디스플레이 3분기 매출액은 7조32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8.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6.7% 늘어난 4700억원을 기록했다. 스마트폰·TV·모니터용 패널 판매가 증가한 결과다.

특히 LG디스플레이의 경우 IT 부문 제품 출하 확대가 지속되면서 지난 3분기 7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3분기 LG디스플레이 매출액은 전 분기 대비 27% 증가한 6조7376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1644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연내 LCD 사업을 철수하기로 했던 국내 기업들은 계획을 연기했다. 중국 기업들의 저가공세로 수익성이 악화돼 철수 수순을 밟았지만 LCD 사업의 수명이 연장된 것이다. 내년 3월 LCD 생산종료를 계획했던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기간을 정하지 않고 생산을 연장하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도 수익이 날 때까지 LCD 생산을 계속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LCD 가격 상승 흐름이 최소 내년 1분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최근 전 세계 LCD 패널 생산의 약 20%를 담당하는 대만 지역의 강진과 LCD에 들어가는 유리기판 제조업체인 일본 NEG 공장에서의 정전도 LCD 패널 값에 탄력을 더했다. 하반기에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LCD 패널 가격은 연말까지도 상승세를 잇고 있다.

하지만 LCD 사업의 호조는 시한부다. 내년 2분기 이후부터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 춘절 등 소비 특수 시즌이 종료되고, 패널 가격 상승으로 타격을 입은 세트 업체들의 프로모션 여지가 줄어드는 내년 2분기부터는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LCD 패널 가격 변화. /사진=한국신용평가

◇ 2021 진정한 승부처는 'OLED'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힘을 쏟는 분야는 차세대 기술을 적용한 OLED 시장이다. 올해는 LCD 패널의 이례적인 호황이 시장 활성화에 한몫을 했지만 내년부터는 차세대 기술을 적용한 OLED가 이를 대신하게 될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중심의 사업구조 전환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사업재편 계획도 승인 받았다. 사업재편 기업으로 승인되면 기업활력촉진법에 따라 세제 감면이나 절차 간소화 등 각종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디스플레이에서 OLED에 QD(퀀텀닷)를 융합한 QD-OLED로 경쟁력을 갖추려 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2025년까지 QD 디스플레이 생산시설 구축과 연구개발에 총 13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 한 뒤 이를 이행 중이다. 지난 상반기 QD 생산라인의 클린룸 공사를 마무리했고, 내년부터 시가동을 거쳐 양산에 돌입하게 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패널 시장에서 이미 압도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의 올 4분기 OLED 출하량은 역대 최고치인 1억2435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4분기 스마트폰 OLED 시장의 80% 수준이다. 

스마트폰 패널 시장에서 OLED 채택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삼성디스플레이 OLED 사업 투자에 힘을 더하는 부분이다. 옴디아는 올 4분기 스마트폰 패널 시장에서 LCD 패널의 비중은 31.8%에 그친 반면, OLED 비중이 68.2%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1분기 삼성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용 OLED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3% 늘어난 51억8000만 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삼성디스플레이에 대해 "중소형 OLED 부문의 확고한 시장지배력과 강력한 고객 기반, 신규 폼팩터에 대응한 선도적 기술력 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이익 창출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OLED 대형 디스플레이 CAPEX(시설투자) 규모는 확대되지만 주력제품의 견고한 시장지배력과 영업현금창출력을 토대로 향후 1~2년간 매우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LG디스플레이가 내년 1월 CES2021에서 선보일 투명 OLED.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의 OLED 사업 전략은 삼성과 정반대다. 기술력을 기반으로 먼저 투자를 집중한 대형 OLED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축으로 삼아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 LG디스플레이는 애플 스마트폰 OLED 공급량을 늘리면서 내년 연간 흑자전환(턴어라운드)에 청신호가 커졌다.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애플 아이폰12 시리즈 전 모델에 1800만대가량의 OLED 패널을 납품했다. 지난해 아이폰11에 약 500만대의 OLED 패널을 공급한 것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아이폰12의 출시가 예년 대비 한 달 정도 미뤄지고 역대급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이 효과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옴디아는 LG디스플레이의 내년 1분기 스마트폰용 OLED 패널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52.2% 성장한 8억5188만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더불어 올 3분기 중국 광저우(廣州)에 위치한 8.5세대 OLED 생산공장의 가동이 본격화되면서 투자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연말까지 광저우 공장을 중심으로 OLED 출하량을 상반기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내년에는 700만~800만대 수준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한기평은 "신규설비 가동에 따른 감가상각비 등의 고정비 부담 상승, OLED 사업확대 과정에 수반되는 설비투자 부담에도 IT 패널 제품의 양호한 이익창출력, 대형 및 중소형 OLED 출하량 확대에 따른 OLED 사업비중 확대를 토대로 전년 대비 영업현금흐름 및 재무안정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 떨쳐지지 않는 中 추격…투자 부담도

다만 시장 경쟁 심화에 따라 기대만큼의 실적 개선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중국 업체들이 LCD에서의 선도적 지위를 구축한 데 이어 중소형 패널을 중심으로 OLED 분야에서도 투자를 가속하고 있어서다. 한기평은 "중국 제조사들의 공격적인 증설 투자에 따른 중소형 OLED 판가 하락 압력이 수익성 측면에서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짚었다.

OLED 사업의 실적 개선이 가능하더라도 투자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높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2025년까지 13조1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CAPEX 부담이 기본적으로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 공장 이후 대규모 투자가 일단락 됐지만, 시장 수요 변화에 따라 중소형 OLED 분야에서의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영업현금흐름창출력이 개선돼도 사업경쟁력 유지를 위한 투자소요를 감안하면 단기에 재무부담이 큰 폭으로 경감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LCD 가격 상승 수혜도 한계가 있다. 한신평은 "비대면 문화 정착에 따라 IT 기기 및 TV 수요가 증가했지만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의 경우 이미 LCD 사업의 비중이 축소돼 LCD 업황 회복 수혜의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 쑤저우(蘇州) 공장을 매각하고 인력 조정을 하는 등 LCD 생산 중단 막바지다. LCD 생산을 이어갈 경우 오히려 이익률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LCD 생산 연장으로 이익을 끌어올릴 수 있는 LG디스플레이와는 차이가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LCD 생산 연장은 삼성전자의 요청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BOE와 대만 AUO 등 중화권 패널 제조사의 LCD 비중을 높이고 있었다. 하지만 LCD 가격이 오르자 삼성디스플레이 측에 LCD 생산을 요구했다. 내년 준비 중인 미니 LED TV에 사용할 패널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대만 업체에서 LCD 패널의 70~80%를 수급하고 있다"며 "삼성디스플레이는 철수가 거의 다 진행된 상황이라 공급을 늘리기 어려워 생산을 강행해도 이익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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