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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에 끝난 배터리 분쟁…분주했던 '막전막후'

  • 2021.04.12(월) 17:32

5000억씩 2년 걸쳐 지급…1조는 매출 로열티로
USTR과 3자회의도…거부권 뒤 상황 모두 부담
LG, 사업 실탄 마련 …SK, 불확실성 제거 '수확'

LG에너지솔루션(LG엔솔)과 SK이노베이션(SKI)이 2019년부터 미국에서 벌인 배터리 분쟁을 사실상 끝냈다. SKI가 LG엔솔에 2조원을 주기로 하면서다. 양사는 10년간 더이상 쟁송을 하지 않기로도 합의했다.

이번 협상은 두 기업으로서도 유례없이 거액을 주고받아야 하는 최우선 현안이었다. 게다가 배터리 사업의 향후 구도를 흔들 수 있는 정치·외교적 변수까지 감안해야 하는 고차 방정식을 푸는 과정이었다. 양쪽 모두 배수의 진을 쳤지만 결국 반발씩 물러서 합의에 이른 배경이다.

◇ LG엔솔-SK이노 CEO 전격 합의…이사회서 조건 확정

12일 업계에 따르면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 10일 무렵 화상회의를 통해 전격 합의했다. 2011년부터 분쟁과 중단을 거듭하며 원색적인 비난도 마다하지 않았던 경쟁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화상회의로 얼굴을 맞대고 합의를 한 것이다. 사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긴박했다. 11일(현지시간)까지로 예정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임박했었다. 바이든의 거부권 행사는 지난 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영업비밀 침해를 주장한 LG엔솔의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한 최종 결정이었다.

SKI 김 사장은 당시 미국에 머물고 있기도 했다. 그래서 이들의 합의 직전에 이뤄진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의 3자 회의도 화상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시대를 관통하는 모습인 동시에 전례를 찾기 어려운 장면이다.

업계는 이 과정에서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기 부담스럽다는 뜻을 전해들은 것으로 추정한다. 미국 정부로서는 SKI의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투자와 이에 따른 일자리 창출을 차단하는 일도, 중국을 상대로 무역 갈등을 빚으면서 영업비밀 침해를 옹호하는 이중적인 행보도 정치적 부담이라는 배경에서다.

거부권 결과가 어떻든 양사 모두에게도 이후 시나리오는 부담이었다.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을 경우를 보자. 10년간 미국 내 수입 금지라는 치명상을 입을 SKI는 항소를 통해 장기전을 준비해야 하는 한편,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 이어지는 손배해상 소송전도 대비해야 했다.

LG엔솔도 특허침해 관련해선 ITC가 지난 3월에 정반대의 예비결정을 내린 상황이라 불확실성에 직면한 상황이었다. 얼마라도 받고 합의하는 게 위험을 더는 일이었다. LG엔솔은 상장도 준비하고 있었다. 불확실성만 줄이는 게 다가 아니었다. 취임 전부터 친환경 정책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에 큰 관심을 보이는 바이든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급성장하는 미국시장 개척에 필요하기도 했다.

◇ 미국정부의 이해, 한국 배터리업체의 선택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배터리를 비롯해 반도체, 희토류, 의약품 등 4개 품목에 대한 공급망을 100일간 검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외국에 중요 품목을 의존하는 상황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다. 그렇다고 미국 자체적으로 모든 공급망을 꾸릴 수 없으니 동맹국 중심으로 우호적 생태계를 꾸린다는 계산이다. 이번 합의가 한국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유진투자증권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인프라 부양안에 포함된 전기차 부문 지원금액 1740억달러(약 195조원) 중 1000억달러(약 112조원)가 전기차 구매 보조금으로 사용될 것으로 알려진다"며 "특히 지난해 33만대에 불과했던 미국 전기차 판매는 올해 49만대로 급증하고, 2023년에는 99만대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는 이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양사 사장도 공동 합의문에서 "한·미 양국의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며 "미국 조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와 이를 통한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런 고민 끝에 이사회 논의를 거쳐 결정된 합의금도 역대급이다. SKI가 LG엔솔에 현금 1조원과 로열티 1조원 등 총 2조원을 주는 내용이 골자다. 영업비밀 침해 건 관련해선 유례가 없는 최대 규모다. 구체적으로 1조원은 오는 2022년까지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올해 5000억원, 내년에 5000억원 나눠서 낸다. 로열티는 SKI가 오는 2023년부터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판매한 매출액에서 얼마씩 떼어 1조원까지 내는 식이다. 다만 양사는 로열티 지급 기한을 밝히지 않았다.

이 사안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매출액은 예상 가능한 영역이므로 적정한 기한이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LG엔솔이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진 SKI의 자회사 지분은 합의금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분 가치가 향후 변동할 경우 애써 맞춘 합의금 액수를 가늠하기 어려운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SKI는 배터리 분리막 부문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올 5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하려는 계획이 있다.

2조원이란 큰 돈에 대한 조건도 의미심장하다. 기존 ITC 소송을 포함한 국내외에서 진행중인 모든 쟁송을 모두 취하하고, 앞으로 10년간 관련된 추가 쟁송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이다. 적어도 10년은 배터리 영역에서 두 회사가 다투지 않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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